영화 - 검은 땅의 소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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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검은 땅의 소녀와
  • 윤종원
  • 승인 2007.11.1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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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에서 건져낸 희망 "검은 땅…"

폐광촌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전수일 감독의 영화 "검은 땅의 소녀와"는 올해 베니스 영화제에서 비공식 부문에 해당하는 국제예술영화관연맹상과 리나 만지아카프레 상을 받은 수작(秀作)이다.

강원도 폐광촌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 자기만의 빛과 희망을 찾아가는 9살 소녀 영림의 이야기를 리얼리티가 돋보이는 담담하고 세밀한 터치로 담아냈다.

"내 안에 부는 바람"(1997),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1999),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2005) 등의 영화를 통해 시간과 기억을 매개로 한 개인의 정체성 찾기를 모색했던 전수일 감독은 "검은 땅의 소녀와"에서는 사회적 현실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주요 모티브로 삼는다.

지역 경제와 주민의 삶을 지탱해왔던 탄광이 폐쇄되기에 이른 구체적 현실 속에서 개인들이 어떤 어려움에 처하게 되고 이를 어떻게 헤쳐나가는지를 차분하고 관조적인 시선을 통해 그려낸다.

사양길에 접어든 강원도 탄광촌에서 광부 해곤(조영진)은 3살 지능에 멈춰버린 11살짜리 아들 동구(박현우), 귀엽고 똘똘한 데다 오빠의 자상한 보호자 역할까지 하는 9살 난 딸 영림(유연미)과 함께 어려운 가운데서도 어떻게든 생계를 꾸려가고자 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들 가족에게 혹독한 시련을 안겨준다. 탄광에서 사고를 당하고 보상금도 받지 못한 채 해고된 해곤은 사택 철거 보상금으로 간신히 마련한 용달차로 생선장사를 시작하지만 동구의 실수로 용달차가 고급 승용차를 들이받아 차를 잃고 추가로 보상금까지 물어줘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다시 일어서기엔 너무 많은 절망을 경험한 해곤은 술로 하루하루를 보내며 점차 나락으로 빠져들고 예전 같지 않는 집안 분위기에 불안을 느낀 동구는 나날이 통제하기 힘든 행동을 해 영림을 힘들게 한다.

더 이상 혼자 아버지와 오빠를 감당하기 힘들어진 영림은 이 둘을 도와줄 나름대로의 방법을 모색하게 되고 마침내 하나씩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다.

영화는 어린 소녀의 눈을 통해 오늘날 폐광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척박한 현실과 소외된 삶을 보여주고 관객의 판단을 기다린다.

혹독한 현실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카메라의 냉정하고 차가운 시선은 역설적으로 따뜻하고 인간애적인 울림을 관객에게 던져주고 궁극적인 희망의 조건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되새기게 만든다.

영화 "밀양"에서 유괴범 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던 중견배우 조영진이 광부 아버지 역을 열연했으며 특히 아역 배우들의 연기가 놀랄 만큼 훌륭하다.

15일 개봉. 전체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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