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스카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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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스카우트
  • 윤종원
  • 승인 2007.11.06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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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적 배신의 효과

은 "색즉시공" 등 일련의 영화활동을 통해 나름대로 코믹배우로서의 입지를 쌓아올렸다.

그 때문에 그가 출연하는 영화라고 하면 으레 코믹영화겠거니 하는 선입견이 드는 것도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해야 할 것이다.

14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스카우트"(감독 김현석, 제작 두루미필름)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에는 "코미디"라는 장르설명이 붙어 있을 뿐 아니라, 임창정이 익살스런 표정을 지으며 야구선수 등에 매달려 있는 포스터는 누가 봐도 이 영화가 코미디일 것이란 상상을 하게끔 만든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면 이 영화가 코미디라는 사실에 고개가 갸우뚱해지지 않을 관객이 별로 없을 듯하다.

사실 "스카우트"는 상당히 진지하고 심각한 영화다. 그것이 반드시 1980년 5ㆍ18민주화운동이 발생하기 직전 열흘간의 광주를 영화의 공간적 배경으로 삼았다는 것 때문은 아니지만 5ㆍ17 비상계엄 확대까지의 시국상황은 실제 영화에서 상당히 중요한 기능을 한다.

제작진은 불필요한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영화의 99%가 픽션"이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영화의 만듦새는 팩션(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작품)을 닮아 있다.

"스카우트"는 1980년 당시 광주일고 3학년이던 국보급 투수 선동열을 스카우트하기 위한 주요 대학스카우터간 불꽃 튀는 경쟁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이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끌어가기 위한 하나의 매개체일 뿐, 영화가 정말로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따로 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선동열을 스카우트하라는 특명을 받고 광주에 급파된 대학 야구부 직원 호창(임창정)과 7년 전 헤어진 연인 세영(엄지원)과의 못다 이룬 러브스토리가 그것이다.

선동열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광주에 급파된 호창은 선동열 대신 7년 전 헤어졌던 연인 세영을 만난다.

리샤오룽(李小龍)이 죽던 날 갑자기 이별을 선언하고 사라졌던 세영은 7년 만에 만난 호창을 불편해하고 세영을 짝사랑하는 동네 주먹 곤태(박철민)는 호창의 등장에 위기감을 느낀다.

그러던 중 선동열이 이미 경쟁대학으로 스카우트됐다는 소문에 서울은 발칵 뒤집히고 갈수록 사태가 악화되자 호창은 곤태까지 끌어들여 "선동열 보쌈작전"을 계획하는데….

영화는 광주 출신이자 야구광인 김현석 감독의 개인적 취향이 많이 녹아 있다. 김 감독은 선동열 삼성라이온스 감독의 자서전 중 "5ㆍ18 때 광주일고 3학년이었다"는 대목에서 힌트를 얻어 "스카우트"의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막상 영화를 뜯어보면 호창과 세영의 안타까운 사연과 못다 이룬 사랑이 핵심 소재지만, 정작 관객을 유인하기 위한 외피(外皮)로는 선동열 스카우트 경쟁이라든가 임창정ㆍ박철민의 코믹 이미지를 내세운 것은 임창정과 심각한 이미지를 연결시키기 어려워 할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포스터의 이미지만 보고 "스카우트"를 단순한 코미디로 생각하고 극장을 찾았다가는 적잖은 충격과 장르적 배신감을 느낄 관객이 적지 않을 듯하다.

그 배신감이 유쾌한 배신감이 될지 불쾌한 배신감이 될지는 전적으로 영화의 재미와 완성도에 달려있는 셈이다.

1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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