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벡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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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벡실
  • 윤종원
  • 승인 2007.10.2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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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7년 도쿄의 모습은…

인간이 만든 기계가 도리어 인간성을 파괴하는 암울한 도시. 인류의 미래 모습을 상상한 SF물 속의 무대는 대체로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 건너온 3D 애니메이션 영화 "벡실"(감독 소리 후미히코)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영화는 70년 뒤라는 비교적 가까운 미래를 화려한 영상으로 실감나게 보여준다.

2067년 일본은 첨단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완전히 인간에 가까운 안드로이드를 만들 수 있을 정도다. 국제사회가 인권 보호를 위해 인간성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생명공학과 첨단기술의 사용을 금지하자 일본은 유엔에서 탈퇴하고 국제 교류를 완전히 차단한 쇄국의 길로 돌아선다.

10년이 흘러 2077년, 미국 특수부대 "스워드"는 일본이 쇄국정책 10년 만에 비밀 국제회의를 소집한다는 정보를 입수한다. 여성 요원 벡실(구로키 메이사)을 비롯한 스워드는 회의 장소에 잠입하지만 일본의 실세인 사이토(오쓰카 아키오)를 붙잡는 데 실패한다.

스워드는 일본에서 인류를 위협하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고 판단, 국제분쟁 앞에 몸을 사리는 백악관도 모르게 요원들을 파견해 일본의 실체를 파악하려 한다. 그러나 일본에 도착한 벡실과 그녀의 연인이자 동료인 레온(다니하라 쇼스케)은 곧 다른 동료들을 모두 잃고 레온도 생포된다.

탈출한 벡실은 마리아(마쓰유키 야스코)의 집에서 눈을 뜬다. 집 밖으로 나선 벡실의 눈에 비친 도쿄는 생기 넘치는 모습이다. 그러나 벡실은 곧 눈에 보이는 것과는 달리 일본의 실상은 경악을 금치 못할 만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리아는 첨단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대기업 다이와가 일본 정부를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을 구하기 위한 레지스탕스 조직을 이끌고 있다.

미래의 모습을 다루는 애니메이션에서 관객의 흥미를 끄는 요소는 무엇보다도 상상력일 것이다. "벡실"이 선보이는 70년 뒤 일본과 인류의 변화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구성돼 흥미로운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다.

영상 면에서도 진보한 3D 애니메이션 기술과 뛰어난 퀄리티를 자랑한다. 인물들의 움직임은 자연스럽고 도시의 풍경도 섬세하게 표현됐다. 화면에 시선을 고정하고 움직임을 정신 없이 따라가야 할 만큼 액션신도 화려하다.

다만 "벡실"에서는 이야기의 완성도가 다소 떨어지는 점이 아쉽다. 신선한 소재로 관객에게 충격을 주는 데는 성공적이지만 거창한 출발에 비해 반전 없는 단선적인 구조 속에서 매듭이 너무 빨리 지어진 느낌이 든다. 또 그동안 많은 SF 수작을 접해 온 관객이 기대하는 깊이 있는 철학까지는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재일교포 3세인 유명 성우 박로미가 조연으로 참여했으며 한국 출신으로 일본 최대 음반사 에이벡스를 통해 일본에서 데뷔한 밍크가 주제가를 불렀다. 일본에서는 유명 배우와 중견 성우를 동시에 기용해 관심을 모았다.

이 영화는 제50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소개됐고 올해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됐다. 아메리카, 아시아, 유럽, 오세아니아 등 여러 대륙의 120여 개국에서 상영됐거나 개봉할 예정이다.

내달 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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