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도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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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도로로
  • 윤종원
  • 승인 2007.10.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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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시의 활극

쓰마부키 사토시의 팬이라면 그의 색다른 면모를 볼 수 있는 영화다. 단 한 벌의 옷을 입고 요괴와 싸우는 사토시는 지금까지 봐왔던 영화에서와는 사뭇 다르다. 물론 이 영화에서도 여전히 여성들에게는 모성애를 자극하는 여린 심성을 갖고 있는 캐릭터이지만.

만화가 주요 대중문화 장르인 일본에서는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가 많이 만들어진다. "도로로" 역시 일본 만화계의 거성인 데즈카 오사무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 40년이 지나 총 150억 원이 투입돼 만들어진 대작에 일본 관객은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라는 기록으로 열띤 반응을 보였다.

48개의 흩어진 몸을 찾아 요괴와 맞서 싸운다는 내용은 한국 관객에겐 황당한 웃음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실제 시사회에서 당혹감에 헛웃음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일본 관객의 순수함(?)을 이 영화를 통해 새삼 알 수 있다면 미안한 일일까.

만화조차도 짜임새 있는 드라마로 옮겨지길 바라는 한국 관객의 기호는 이 작품에서 무안해진다. 사토시의 액션 연기를 보는 것으로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일 정도. 만화에서는 장대한 영웅 판타지가 영화에서는 실존적 고민이라는 버거운 메시지를 함께 전하려다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다.

일본 영화로는 최초로 뉴질랜드에서 로케이션 촬영해 낯설지 않은 자연 배경이 등장한다.

끝없는 전쟁으로 인해 혼란에 빠진 일본. 천하통일을 꿈꾸는 무장 다이고 가게미쓰는 48마리의 요괴들에게 힘을 빌리는 대가로 아내 뱃속에 있는 아들의 몸을 주기로 한다.

신체의 48개 부분을 빼앗긴 채 흉측한 모습으로 버려진 갓난아기는 한 주술사에게 구조돼 진짜 같은 가짜 몸을 이식받는다. 주술사가 죽은 시체와 신비의 약초를 섞은 후 전기를 통해 만들어낸 것.

아이는 히아키마루(쓰마부키 사토시)로 이름 붙여지고 떠돌이 악사로부터 요괴를 물리칠 칼 두 자루를 받아 양팔에 붙인다.

성장한 히아키마루가 48개 요괴를 차례차례 만나 물리치면 요괴가 차지했던 신체 부위가 그에게로 옮겨진다. 이 과정에서 그는 다이고에게 부모를 잃고 복수를 꿈꾸며 남장한 채 살아가는 도둑 도로로(시바사키 고)를 만난다. 도로로는 히아키마루가 요괴를 모두 처치하면 몸에서 빠질 칼을 차지해 다이고를 죽이고자 히아키마루와 함께 길을 떠난다.

세상과 사람을 향해 굳게 마음을 닫은 히아키마루와 복수심만으로 살아온 도로로는 점점 서로를 의지하게 된다.

마침내 다이고의 성에 들어가게 된 히아키마루는 그곳에서 어머니를 만나며 자신이 다이고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난감해진 도로로의 선택이 남아 있고, 다이고를 향한 요괴의 악마 같은 요구는 또 한 번 시도된다.

듣기 불편할 정도로 높고 날카로운 목소리를 가진 도로로 역의 시바사키 고도 "배틀 로얄"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일본 침몰" 등의 영화로 한국 관객에게도 친숙하다.

2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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