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올 어바웃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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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올 어바웃 러브
  • 이경철
  • 승인 2007.10.1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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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로맨스

개봉을 앞둔 영화 "올 어바웃 러브"(2003년)는 덴마크 출신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이 각국 평단의 주목을 받은 "셀레브레이션"(1998년) 이후 내놓은 작품이다.

"셀레브레이션"은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주창한 "도그마95" 원칙에 충실하면서 가부장적 사회를 풍자하는 내용을 효과적으로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도그마95란 실제 세계를 화면에 그대로 담기 위해 현장 촬영, 자연 조명, 핸드 헬드 등 10가지 규율에 따른다고 젊은 감독들이 천명한 선언.

그는 그러나 이번에 전작과 전혀 방식을 통해 "올 어바웃 러브"라는 결과물을 내놨다. 일단 시간적 배경은 현재가 아닌 가까운 미래로 옮겼고 세트장을 충분히 활용해 정지 카메라로 촬영했고 클로즈업도 자주 썼다.

2021년 여름, 지구 곳곳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우간다에서는 사람들이 중력을 받지 못하고 공중에 둥둥 떠다닌다. 미국 뉴욕에서는 심장이 약해진 사람들이 갑자기 거리에 쓰러져 죽음을 맞고 여름에 함박눈이 내릴 정도로 이상 저온 현상이 나타난다.

폴란드에 살고 있는 학자 존(와킨 피닉스)은 몇 년 동안 별거 중인 아내 엘레나(클레어 데인즈)와 이혼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뉴욕을 찾는다. 엘레나는 세계적인 피겨 스케이팅 선수이지만 실체를 알 수 없는 존재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고 불안에 떨고 있다.

엘레나는 존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존 역시 엘레나 주변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깨닫고 그녀를 돕기로 결심한다. 함께 달아난 둘에게 다시 서로를 향한 감정이 샘 솟는다. 그러던 중 존은 엘레나의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가 그녀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영화의 분위기는 기묘하다. 거리를 오가는 차량이나 지하철, 호텔 안의 모습은 현재의 풍경과 전혀 다르지 않다. 그러나 화단 옆, 지하철역 계단 등 곳곳에 사람들이 죽어 널브러져 있고 행인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 옆을 지나다닌다.

영화 속에서 사회적 의미를 담은 메시지는 강렬하고 상징적 설정도 많다.

세계인들은 지구 온난화를 우려하고 있지만 영화가 보여주는 인류 종말은 신빙하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작한다. 여름에 눈이 내리는 이상 저온 현상과 심장이 멎어 거리에 쓰러지는 사람들은 외롭고 감정이 메마른 현대인을 보여준다.

감독은 따뜻한 사랑의 위대함을 호소하는 동시에 "그럼에도 인류를 구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차갑게 내뱉는다.

하지만 영화는 메시지의 내용과 그것을 전달하는 형식을 두고 고민에 빠져 정작 "이야기"의 중요성은 잊어버린 듯하다. 줄거리는 아귀가 맞지 않아 삐걱거리고 주연 배우들의 열연에도 그들의 뜨거운 사랑은 생뚱맞다. 기본적으로 스릴러 구조의 이야기는 흐름이 느린 탓에 긴장감을 잃기 쉽다.

숀 펜이 카메오이자 화자로 등장해 교훈적 메시지를 담은 대사를 또렷하게 들려준다. 그러나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이 교훈으로 이어져야 할 이유를 영화 속에서 찾기가 어렵다. 그만큼 사랑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는 목소리는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

18일 개봉. 관람등급 미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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