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내니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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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내니 다이어리
  • 윤종원
  • 승인 2007.09.2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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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의 홀로서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성공을 꿈꾸는 여성들에게 과연 진정한 성공, 의미 있는 홀로서기가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화려한 패션업계를 배경으로 해 명품을 가까이에 두고 싶어하는 여성들의 욕구를 자극시키기는 전법을 십분 활용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몇몇 "파티걸"들과 달리 할리우드에서 별다른 스캔들 없이 연기로 점수를 따고 있는 스칼릿 조핸슨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내니 다이어리"의 주제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궤를 같이 한다. "내니 다이어리" 역시 미국 여성들, 아니 전 세계 여성들이 한번쯤 막연하게나마 꿈꿔봤을 성공한 뉴요커 되기를 목표로 한다. 과연 진짜 성공한 뉴요커는 어떤 사람일까.

이상한 섬나라로 묘사되는 뉴욕 맨해튼 상류층 사회를 배경으로 했으니 이 영화 역시 볼거리가 풍성하다.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는 점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공통점. 뉴욕 상류사회를 풍자해 인기를 얻은 2002년 베스트셀러 "내니 다이어리"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맹목적으로 상류사회를 꿈꾸는 여성들에게 경각심을 주려 했다.

과연 영화도 원작의 인기에 근접할 수 있을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여진이 워낙 컸기 때문인지 "내니 다이어리"는 우선 참신하지 않다. 그리고 역동적인 화면을 잡아내는 데 실패했다는 인상이 짙다. 또한 우수한 대학 졸업생이 유모가 돼 진정한 자아를 찾는다는 설정도 한국 관객과의 교감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인류학을 부전공한 애니는 자신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어머니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애니라는 이름을 "내니"(유모)로 착각한 한 상류층 부인의 오해로 인해 그는 그 집의 유모로 들어간다.

자신의 세계와는 전혀 다른 부자들의 생활을 보는 행복은 잠시 잠깐. 그는 유모에 심부름꾼이나 다름없는 생활에 지쳐가지만 그레이어를 돌보며 묘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화려한 명품 옷으로 치장한 "미세스 X(인류학적 관점에서 바라보기 위해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는 아들에게 유기농 야채 외에는 먹이지 않는 것은 물론 프랑스어 과외, 요리 강습에다가 명문 초등학교 입학을 위한 철저한 준비를 한다. 유모 컨설팅까지 받는 등 외적 환경 마련에는 완벽하지만 정작 아들과 함께 있는 시간은 없다.

돈을 버느라 분주한 "미스터 X" 역시 아들에게 호들갑스러운 인사는 딱 한 번뿐. 피곤하다는 이유로 집에 잘 들어오지도 않으며 부족한 시간에 바람까지 피느라 분주하게 산다.

갈수록 소원해져가는 남편과의 관계를 위해 미세스 X는 고민하지만 남편은 멀어져만 가고 그 화는 고스란히 애니에게 향한다. 애니는 유모 손에서 자란 위층 남자 "하버드 맨"과 데이트를 하지만 이 남자의 진심을 알 수 없다.

겉은 화려하지만 도대체 자신의 삶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 틈에서 과연 애니는 스스로의 꿈이 무엇인지 알 수 있으며, 무엇을 향해 가야 하는지도 알게 될까.

10월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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