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작용 에이즈 약 아프리카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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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부작용 에이즈 약 아프리카에 제공
  • 윤종원
  • 승인 2004.12.15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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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건관리들이 에이즈 치료제인 네비라핀의 부작용을 알면서도 이 치료제를 아프리카에 지원키로 한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이 사실을 숨긴 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2002년 6월에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에서 에이즈의 확산을 막기 위해 5억달러를 원조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의 핵심은 출산 도중 신생아의 에이즈 감염을 막기 위해 에이즈에 걸린 여성에게 뵈링거 인겔하임 제약회사의 네비라핀을 공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건부 산하 국립보건원(NIH)은 이 약이 우간다에서 실시된 임상시험 결과 사망을 포함해 수천건의 부작용 사례를 냈다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백악관에 이사실을 통보하지 않았다.

NIH의 에이즈 연구 책임자인 에드먼드 트래먼트 박사는 이미 2002년 3월14일 자신의 상관인 앤소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임신부와 신생아 사이의 에이즈 감염을 막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네비라핀을 사용하는 결정이 내포할 수 있는 무도함을 모든 사람이 인식했다"고 보고했다.

네비라핀은 지난 1990년대 이래 성인 에이즈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사용돼 왔으며, 장기 복용시 간 손상, 심각한 발진 등 치명적인 부작용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NIH는 이 약이 임신부-신생아 감염을 막는데 효과가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지난 1997년부터 우간다에서 임상시험을 실시한 결과 이 약 복용 후 출산 신생아의 절반 가량이 에이즈에 감염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2002년 초 NIH에 대한 감사과정에서 우간다 임상시험이 환자에 대한 안전기준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부작용 사례를 축소보고했으며, 임상시험 의료진도 훈련받은 인력이 아니라는 사실들이 드러났다.

이 임상시험을 감사한 의료전문 감사회사는 2002년 3월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임상시험과 관련해 14건의 사망이 보고되지 않았고, 수천 건의 부작용이 은폐됐다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런 사실을 모르는 채 연간 최대 100만 명의 여성을 구할 수 있고, 임신부-신생아 감염을 40% 가량 줄일 수 있다는 희망 아래 네비라핀을 아프리카에 무상 원조키로 하는 결정을 내렸다.

수십만 회 복용분량의 네비라핀이 아프리카의 여성과 어린이에게 보급된 후 2년이 지나서야 식품의약국(FDA)은 일부 환자들에게는 이 약 사용을 중단하고, 의료진과 환자에게 장기 복용시 부작용을 경고하라고 NIH에 지시했다.

우간다 임상시험을 실시한 프랜시스 음미로 교수는 "우리가 철저하게 보고하지 않았는지는 몰라도, 모든 심각한 부작용 사례를 보고했다"면서 "우리가 미국에서 심각한 부작용이라 부르는 것이 이 지역에서는 심각한 부작용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아프리카의 의료진은 이 약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이 약조차 없다면 더 많은 아기들이 에이즈 바이러스를 갖고 태어날 것이라며 어려운 현실상황을 고백했다.

그러나 미국내에서는 신생아의 에이즈 감염을 막기 위해 이 약을 사용하지 않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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