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괜찮아, 울지마
상태바
영화 - 괜찮아, 울지마
  • 윤종원
  • 승인 2007.08.27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단한 삶에 대한 위로 "괜찮아…"

완성된 지 6년 만에 관객 앞에 서는 민병훈 감독의 영화 "괜찮아, 울지마"(제작 영화공간)는 고단한 삶을 위로하는 영화다.

이 영화는 민 감독이 만든 "두려움 3부작"의 두 번째 작품이다. 그는 "벌이 날다"(1998년)와 "괜찮아, 울지마"(2002년), "포도나무를 베어라"(2006년)에서 거짓과 두려움의 끝에서 진실과 구원을 찾으려는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도박으로 빚을 진 무하마드(무하마드 라히모프)는 도망치듯 고향인 우즈베키스탄 시골 마을으로 돌아온다. 고향 사람들은 오랜만에 본 무하마드의 손에 바이올린 케이스가 들려 있자 그가 도시에서 연주자가 돼 돌아왔다고 착각하고, 무하마드도 허풍을 치며 성공한 연주자 행세를 한다.

무하마드는 해결책과 따뜻한 위로를 찾아 고향에 돌아갔지만 가족과 친구들에게 자신의 실패를 솔직히 털어놓지 못한다. 무엇보다 집단농장에서 일하면서 어린 남동생을 키우고 있는 어머니(딜바르 이크라모바)의 삶 역시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교향에 돌아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하마드를 이상하게 여긴 어머니는 결국 아들의 바이올린 케이스를 열어본다.

동네 사람들은 그에게 "아들 결혼식에 와서 연주를 해달라"거나 "음악을 공부하려는 딸에게 도움을 달라"고 말하고 거짓말은 계속해서 거짓말을 낳게 된다. 무하마드는 아무도 믿지 않을 법한 허세를 부리면서 돈을 꾸러 다니지만 친구들은 그를 반겨주지 않는다.

그 와중에 무하마드의 방 창가에 마을 응급차 운전기사의 어린 딸이 달걀을 매일 하나씩 놓고 간다. 또 무하마드는 할아버지(디아즈 라흐마토프)가 산에서 금을 캐고 있다는 얘기를 동생으로부터 듣게 된다. 할아버지는 아무도 없는 돌산에 홀로 살면서 끊임없이 돌을 캐고 깬 돌을 쌓고 있다.

사람이 지구의 자전을 몸으로 느끼지 못하듯 삶의 흐름도 한참 지난 뒤 뒤돌아보고서야 깨달을 만큼 느릿느릿하다. 고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하나씩 나열할 뿐 앞뒤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보여주지 않는 이 영화도 그처럼 무심하게 흘러간다.

이 영화는 베짱이 같은 허풍쟁이 주인공 무하마드뿐 아니라 사는 게 고단한 모든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애정이다. 우즈베키스탄 마을을 무대로 삼고 현지인 배우들이 연기하지만 우리나라 어느 시골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보편적 모습을 담았다. 다만 우즈베키스탄의 먼지 날리는 돌산과 시골 마을이란 배경은 황량함을 시각화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2001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됐으며 체코 카를로비바리 국제영화제 특별언급상과 비평가상, 그리스 테살로니키 국제영화제 예술공헌상, 아시아 유럽상을 받았다.

30일부터 서울 광화문 미로스페이스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 전체 관람가.

<연합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