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즐거운 인생
상태바
영화 - 즐거운 인생
  • 윤종원
  • 승인 2007.08.27 15: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꿈을 알아가는 40

소재 선정은 이준익 감독답다. 평범한 사람들, 세속적인 성공 기준으로 본다면 실패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건.

"황산벌"은 황산벌 전투에 임했던 민초들이 사실상의 주인공이었고, "왕의 남자"도 궁궐에 입성한 광대들의 이야기를 다뤘으며, "라디오 스타"는 한물간 록가수와 그의 곁을 내내 지킨 매니저로 삶을 이야기했다.

"즐거운 인생"(제작 영화사 아침)의 주인공은 잊고 지냈던 꿈을 회복하려는 40대 남성들이다. 영화는 꿈을 버리지 말고, 꿈을 꾸고 살라고 말한다. 비록 꿈을 이룬다 해서 현실이 달라지지는 않더라도 그런 몸짓이 "즐거운 인생"이라고 속삭인다.

이준익 감독은 "더욱 대중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공을 들였다"고 말한다. 지난해 추석 "타짜"와 맞붙었던 까닭에 초반 관객 동원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입소문이 퍼지며 최종 전국 관객 180만 명을 동원했던 "라디오 스타"가 감독 자신의 취향이 너무 짙었다는 반성과 함께.

"즐거운 인생"은 새롭지 않다. 실업자, 기러기 아빠, 자식의 학원비를 대기 위해 몸이 부서져라 일하는 가장이 주인공이며, 이런 부류를 내세운 드라마가 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는 현실에 초점이 맞춰진 게 아니라 내내 꿈과 희망, 세대간의 소통을 향해 간다. 그렇다고 현실을 회피하지도 않는다. 록밴드 재건에 나서는 주인공들의 현실은 여전히 팍팍하고 괴롭다. 그런 현실 속에서 꿈은 소중한 쉴 틈이 될 뿐이다.

40대 록밴드가 되기 위한 배우들의 노력이 놀랍다. 통기타만 몇 번 만져봤던 정진영이 전자기타를 연주하는 건 누구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김윤석은 한번도 만져본 적 없는 베이스를 연주할 때 멋진 스타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김상호의 신나는 드럼 연주는 보는 이까지 들뜨게 만들며, 장근석은 숨어 있는 "끼"를 마구 발산한다.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남는다. 20대 현준(장근석 분)이 아버지 친구들과 끈끈한 관계로 엮어지는 과정이 미흡하며, 인생의 고민은 있어도 음악의 고민은 없는 게 당혹스럽다. 이야기의 전형성을 잊게 만들 영화적 감동도 다소 모자란다.

하지만 모든 세대가 함께 어우러져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가 이룰 성과는 충분하다.

회사에서 잘린 기영(정진영)은 교사 아내가 있어 그럭저럭 살아간다. 딸의 친구가 오면 집을 비워주고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던 그는 20여 년 전 대학가요제에 출전한다고 만들었던 록밴드 활화산의 멤버 상우의 부고를 접한다. 장례식을 계기로 학원비를 마련하느라 낮에는 택배, 밤에는 대리기사로 정신없이 사는 성욱(김윤석)과 아내와 자식을 캐나다로 보낸 기러기 아빠 혁수(김상호)를 만난다.

상우 아들 현준이 아버지 기타를 태우려 하자 기영은 이를 말리며 기타를 빼앗는다. 그날부터 기영은 "밴드 다시 하자"며 성욱과 혁수를 조른다. 삶에 지친 성욱과 혁수도 마침내 밴드를 다시 하는 데 동의하고 연습만으로도 이들은 행복해진다. 여기에 현준이 보컬로 참여하면서 이들은 홍익대 앞 클럽으로까지 진출한다.

갑자기 화색이 도는 남편이 바람 피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운 기영 아내, 애들 과외 더 시키게 돈 더 벌어오라고 하자 느닷없이 "애들이 다야?"라고 말하는 남편이 미운 성욱 아내, 한국에 못 들어가겠다며 이혼을 요구하는 혁수 아내.

이런 현실 속에서 이들은 새로운 무대를 마련한다.

이준익 감독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진정성이다. 대중은 높은 영화적 완성도보다 진정성을 갖춘 그의 영화에 박수를 보냈다. 이번에도 과연 그런 박수를 받을 수 있을지.

9월13일 개봉. 전체 관람가.
<연합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