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두 얼굴의 여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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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두 얼굴의 여친
  • 윤종원
  • 승인 2007.08.2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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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진화된 기획코미디 "두 얼굴의…"

정려원ㆍ봉태규 주연의 코믹멜로물 "두 얼굴의 여친"(감독 이석훈, 제작 화인웍스)은 여러모로 6년 전 전지현을 스타덤에 올려놓았던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연상케 한다.

겉으론 얌전하고 여려 보이는 여자친구가 실은 실연에 따른 충격으로 인해 "다중인격"이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로, 시도때도 없이 여자깡패 같은 성격으로 돌변해 엽기적인 상황을 연출한다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흥미로운 설정이기는 하지만 6년 전에 선보였던 영화와 비슷한 소재의 영화를 2007년의 진화된 관객이 어떻게 보아줄지는 의문이다.

대학 7학년 "백수"에 누나집에 얹혀사는 구창(봉태규)은 돈 몇 천 원이 없어 남들이 먹다 남긴 과자부스러기를 주워먹고 사는 한심하고 "찌질한" 인생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학교 식당에서 주인 잃은 지갑을 발견하고 배가 고픈 나머지 지갑에서 3천 원을 꺼내 밥을 사먹다가 지갑주인인 아니(정려원)에게 들켜버린다.

그날부터 계속 구창 앞에 나타나 엉뚱한 행동을 일삼는 아니. 그 나이가 되도록 여자와 키스 한번 못해본 구창은 겉으론 멀쩡해 보이는 귀여운 아니에게 자꾸만 마음이 간다.

난생 처음으로 애인을 사귈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된 구창은 헤어진 남자친구를 잊지 못해 슬퍼하는 아니를 위로한답시고 짐짓 남자스러운 척하며 달래주다가 적당히 분위기가 조성되자 키스를 시도한다.

한참 키스에 몰입하려던 찰나, 갑자기 눈을 번쩍 뜬 아니는 키스 도중 구창의 혀를 물고 늘어지더니 순식간에 태도를 180도 돌변해 구창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여자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폭력을 행사한다.

아니의 몸속에 있던 또 다른 인격인 하니가 된 것. 하니는 얌전하고 여성스러운 아니와는 정반대로 껄렁껄렁한 말투와 욕설을 입에 달고 살면서 불량배들과 1대4로 붙어도 거뜬히 해치우는 선머슴 같은 여자다.

시도때도 없이 돌변해 나타나는 하니 때문에 구창의 얼굴엔 멍이 가실 날이 없다. 하지만 자신이 다중인격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아니는 구창의 멍든 얼굴을 보고 걱정스러운 듯 어디서 다쳤느냐고 되물어 구창을 당혹스럽게 한다.

영화는 안봐도 뻔한 스토리대로 흘러가다가 후반부에 약간의 반전과 감동 모드를 거친 뒤 예상 가능한 해피엔드로 끝을 맺는다.

이 영화가 추석 시즌용으로 기획된 코미디물이란 점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의 흥행은 보장되겠다는 예상을 할 수는 있겠지만 독창성이라든가 참신한 영화적 상상력이란 측면에서 보면 높은 점수를 주긴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6년 전 선보인 영화의 아류작 같은 이미지를 준다는 것이 이 영화의 최대 약점이다.

남녀 주인공이 지하철에서 처음 조우한다든가 여주인공의 엽기적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다른 사람에다 대고 토사물을 게워낸다는 설정도 참신하지 못할 뿐 아니라 상상력의 빈곤을 드러내는 듯하다.

영화의 타이틀롤이라 할 수 있는 정려원이 "엽기적인 그녀"에서의 전지현의 매력을 따라갈 수 있느냐 하는 부분도 관심거리지만 "엽기적인…"에서 보여준 전지현의 매력이 워낙 강렬해 정려원 또한 나름대로 분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산을 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9월1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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