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조디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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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조디악
  • 윤종원
  • 승인 2007.08.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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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살인의 추억

"세븐" "파이트 클럽"으로 잘 알려진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범죄 스릴러물 "조디악(ZODIAC)"은 1960~70년대 미국에서 실제 일어났던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점에서 미국판 "살인의 추억"이라 부를 만한 영화다.

특히 "조디악 킬러"라 불리던 연쇄살인마는 20명 이상을 살해한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드러났으나 끝내 범인이 잡히지 않은 영구미제사건으로 남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영화는 "범인은 결국 잡힌다"는 범죄 스릴러물의 보편적인 공식을 따라가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살인의 추억"과 유사성을 가진다.

1969년 8월1일, 샌프란시스코의 3대 신문사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 발레호 타임스 헤럴드 앞으로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된다.

"친애하는 편집장께, 살인자가 보내는 바요…"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편지에는 1968년 12월20일 허만 호숫가에서 총에 맞아 살해된 연인, 1969년 7월4일 블루락 스프링스 골프코스에서 난사당해 연인 중 남자만 살아남았던 사건이 상세히 서술돼 있었다. 그가 편지에 적은 단서들은 사건을 조사한 사람이나 범인만이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범인은 편지에 동봉한 암호문을 신문에 공개하지 않으면 살인을 계속하겠다고 협박한다. 그리스어, 모스 부호, 날씨 기호, 알파벳, 해군 수신호, 점성술 기호 등 다양한 암호로 뒤범벅된 이 암호문을 풀기 위해 CIA와 FBI, 해군정보부, 국가안전보장국의 전문가들이 동원되지만 풀리지 않았다.

신문에 게재된 이후 어느 고등학교 교사 부부가 암호를 풀어 범인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이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삽화가이자 암호광인 로버트 그레이스미스(제이크 질렌할)가 1932년 만들어진 영화 "가장 위험한 게임"을 참조해 숨겨진 살인의 동기를 해독해낸다.

경찰은 범인이 자신의 별명을 "조디악"이라고 밝히자 그를 "조디악 킬러"라 명명하고 수사에 착수한다. 그러나 거듭되는 살인사건과 신문사로 보내지는 협박편지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범인을 잡지 못한 채 우왕좌왕한다.

미궁으로 빠질 듯한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수록 그레이스미스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간판기자 폴 에이브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샌프란시스코 경찰청 강력계 경위 데이비드 토스키(마크 러팔로), 윌리엄 암스트롱 경위(앤서니 에드워즈)는 사건에 더욱 집착하게 된다.

영화는 매우 사실적이면서도 복잡한 전개로 고급 스릴러만이 던져줄 수 있는 지적 체험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또 1960~70년대 미국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조디악 사건"을 면밀한 고증을 거쳐 매우 충실히 재현해냄으로써 마치 극화된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듯한 생생함을 느끼게 한다.

궁금증은 반드시 해결되고 범인은 반드시 잡히는, 범죄 스릴러물의 일반적인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도 이 영화의 "비(非)영화적인" 매력 중 하나다.

그러나 비영화적 사실의 충실한 재현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가 극적 긴장감을 잃고 늘어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관객의 기대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규격화된 영화적 공식이 왜 효과적인가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러닝타임이 2시간38분으로 꽤 긴 편인 것도 이 같은 느낌을 배가시키는 데 기여한다.
15일 개봉. 관람등급 미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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