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리버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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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리버틴
  • 윤종원
  • 승인 2007.07.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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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뎁의 유혹

배우 조니 뎁의 매력에 빠져 있는 팬들이라면 그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든 영화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잭 스패로 선장으로서 보인 독특한 외양과 기괴한 음성으로 조니 뎁을 가둬놓은 관객에게 그가 얼마나 치밀한 분석력과 안정된 기본기를 지닌 배우임을 새삼 드러내는 영화 "리버틴"은 오롯이 그를 위한 작품이다.

2004년 만들어진 이 영화가 3년 만에 국내 개봉된다. 이미 조니 뎁의 팬들은 비록 뒤늦었지만 그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이 영화의 개봉 사실 자체만으로도 흥분하고 있다.

"리버틴"은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17세기 영국의 천재 시인이자 극작가 존 윌모트 로체스터 백작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12살에 옥스퍼드대에 입학했고, 독일과의 해상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전사이자 자신을 총애한 왕 찰스 2세마저 조롱한 천재 시인이었다. 한평생 술과 여자 속에서 끝없는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살다가 불과 33살의 나이에 한 창녀와 하인 올콕이 지켜보는 가운데 매독으로 사망하기까지 말 그대로 드라마틱한 인생을 산 인물이다.

18살인 귀족 집안의 상속녀 엘리자베스 말레를 납치해 런던타워에 갇히기도 했으나 결국 결혼에까지 이르렀던 그는 자신의 예술혼을 엘리자베스 배리라는 무명 여배우를 만나 불사른 후 그의 배신으로 인생을 자포자기하고 만다.

그만의 독특한 아우라를 갖고 있는 조니 뎁은 로체스터 백작의 오만하면서도 냉소적이고, 열정적인 삶을 생생하게 부활시켰다. 일생 자체가 드라마틱하기에 영화는 최고 정점을 찍지는 못한다. 음울하고 음침한 런던의 뒷골목과 선술집, 화려하나 추악한 궁정과 귀족가의 모습에서 정서적 합일점을 찾기도 꽤 힘들다.

그러나 조니 뎁이 연기하는 로체스터 백작의 마음 속으로 들어갈 수만 있다면 자유를 꿈꾸며 세상을 조롱하려했던 그를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다.

그 자신 스티븐 제프리스의 희곡을 연극으로 만든 "로체스터"에서 타이틀롤을 맡았던 존 말코비치는 이 인물에 무한한 애정을 가져 영화를 제작했으며, 영화에서는 로체스터가 아닌 찰스 2세를 연기한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에 조니 뎁과 함께 출연했던 잭 데이븐포트와 톰 홀랜더가 조연과 단역으로 출연해 눈길을 끈다. 아내 말레 역의 로잘먼드 파이크는 "오만과 편견"에서 큰딸 제인 역으로 등장했으며 제인의 연인 빙리로 출연한 루퍼트 프렌드 역시 이 영화에 등장한다.

로체스터 백작의 일생에서 큰 영향을 미친 배리 역의 사만다 모튼은 조니 뎁의 카리스마에 눌린 느낌이 든다.

희대의 난봉꾼(Libertine) 로체스터 백작은 지금은 아내가 된 말레를 납치하고 왕을 조롱한 죄로 런던타워에 갇혔다 풀어난다. 그의 아버지인 로체스터 1세 덕분에 목숨을 구했던 왕 찰스 2세는 그에게 왕정을 위협하는 의회에서의 연설을 부탁한다.

로체스터는 여전히 술과 여자(남색까지도)와 연극에 빠져 지내던 중 연기를 못해 관객의 조롱을 받은 여배우 엘리자베스 배리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는 도발하는 배리를 열정적으로 가르쳐 인기 여배우로 만들어놓는다.

찰스 2세는 프랑스 대사 앞에서 자신을 칭찬하는 내용의 연극을 공연해달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로체스터가 올린 연극은 런던을 매음굴로 만들어버린 왕을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야유하는 내용이었다. 격분한 왕은 도피한 로체스터를 끝까지 쫓으려 한다.

영화는 백작이 된 조니 뎁이 좁은 카메라 속에서 꽤 긴 독백을 내뱉는 것으로 시작해 간단한 독백으로 마무리된다. 처음에 그는 말한다. "아마 여러분은 나를 좋아하지 않을 거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만"이라고 시작해 "설마, 지금은 저를 좋아하게 됐나요?(Well, Do you like me? now?)"라고 끝을 맺는다.

천재, 특히 예술을 지향하는 천재의 삶은 왜 이리 간단치 않은 건지.

8월2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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