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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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므이
  • 윤종원
  • 승인 2007.07.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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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서 한풀이하는 므이

저주와 복수심은 공포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재다. 이 소재에서 시작된 영화의 얼개는 엇비슷하다. 혼령과 마주치거나 기묘한 사건에 얽히면서 끊임없이 놀라고 비명을 지르는 여자 주인공이 등장하고,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보면 결국 혼령의 깊고 슬픈 한과 마주하게 된다.

2004년 "령"으로 데뷔한 김태경 감독이 연출한 두 번째 공포영화 "므이"도 마찬가지다. 호기심이 충만한 젊은 여자와 신비롭고 위험한 분위기를 풍기는 다른 젊은 여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숨겨진 저주의 비밀을 풀어나간다.

줄거리는 별다를 것 없지만 영화는 일단 한국의 복잡한 도시를 떠나 베트남의 아름다운 시골 마을로 무대를 옮기고 아오자이를 입은 예쁜 베트남 처녀의 초상화를 앞세우면서 색다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성공했다.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찾고 있던 소설가 윤희(조안)는 베트남으로 이민간 친구 서연(차예련)으로부터 흥미로운 전설을 듣게 된다. 바로 베트남에서 100년 전부터 내려오고 있는 초상화의 저주에 관한 이야기다.

이 초상화에는 베트남 처녀 므이(안트)의 혼이 봉인돼 있어 저주를 비는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지만 그 사람은 므이에게 대가를 치러야 한다.

소설을 쓰기 위해 베트남으로 간 윤희는 3년 만에 만난 서연이 몰라보게 밝고 예뻐졌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질투심을 느낀다. 묘한 감정을 안고 서연의 집으로 간 윤희는 서연으로부터 100년 전 므이가 당했던 끔찍한 이야기를 전해듣는다.

윤희와 서연은 므이가 살았던 집과 이 전설을 연구했던 김 교수의 사무실 등을 돌아다니며 초상화의 진실을 하나씩 파헤친다. 시간이 흐르면서 초상화 속 므이가 내린 듯한 저주의 징후가 서서히 나타나고 윤희는 서연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우지 못한다.

영화의 결말은 "오픈형"이다. 권선징악의 교훈은 있지만 악을 벌하는 주체가 선이 아니다. 또 주인공이 깔끔하게 사건을 해결하면서 영화가 마무리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도 참신하다.

문제는 색다른 맛은 있는데 공포영화로서 기본기가 약하다는 것.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에피소드와 잔인한 장면이 곳곳에 있기는 하지만 93분의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질 정도로 긴박함이 떨어진다.

서연이 한을 품게 되는 사건도 충격적이기는 하지만 느닷없고 억지스럽다. 또 윤희가 친구 서연을 질투한다는 설정은 금방 눈에 띄는데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이 없다. 시나리오상의 공백보다는 매끄럽지 않은 연출의 허점이 더 커 보인다.

15세 이상 관람 등급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 장면을 자진 삭제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어 개봉이 예정보다 한 주 늦어졌다.

26일 개봉.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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