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에반 올마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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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에반 올마이티
  • 윤종원
  • 승인 2007.07.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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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망한 코믹 판타지, 에반 올마이티

여름방학 시즌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코믹 판타지 영화의 바통을 올해는 톰 섀디악 감독의 "에반 올마이티"가 이어받았다.

2003년 개봉해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했던 "브루스 올마이티"의 속편 격인 "에반 올마이티"는 많은 특수효과 때문에 코미디 영화로는 사상 최고액인 1억7천5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됐으며 "40살까지 못해본 남자"를 통해 코믹 스타로서의 입지를 굳힌 스티브 카렐이 주연을 맡았다.

섀디악 감독은 성서의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삼아 유쾌하면서도 촌철살인의 메시지를 던지는 한 편의 코믹 판타지를 만들고자 했으나 잔뜩 기대를 부풀려놓았다가 너무 짧게 지나가버리는 멋진 스펙터클과 그 뒤에 이어지는 맥빠진 결말은 이 영화를 "실패한 속편"의 반열에 올려놓을 듯싶다.

전편인 "브루스 올마이티"에서 주인공 브루스의 이기적 라이벌로 나왔던 뉴스앵커 에반 백스터(스티브 카렐)는 완전히 개심해 정치가로서의 새 인생을 시작한다.

"세상을 바꾸자(Change the World)"는 슬로건을 내걸고 뉴욕주 하원의원에 당선된 에반은 아내 조앤(로렌 그레이엄), 세 아들과 함께 전편의 배경이었던 뉴욕주 버팔로를 떠나 워싱턴DC 인근의 버지니아주 헌츠빌로 이사온다.

새 차, 새 집, 새 직장에서 새 삶을 시작하게 된 에반은 이사한 날, 자신의 선거 캠페인 슬로건처럼 진짜로 세상을 바꿀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다음날 그의 집으로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방주 제작 가이드(Ark Building for Dummies)"와 함께 많은 목재들과 각종 목공구들이 배달돼 오고, 급기야 에반 앞에 "하나님"(모건 프리먼)이 나타나 곧 있을 대홍수에 대비해 워싱턴 한복판에 방주를 만들라는 임무를 부여하고 사라진다.

처음에는 스트레스 때문에 본 환각이라고 생각했던 에반은 방주 제작을 위한 재료 배달이 이어지고 심지어 수백 마리의 동물들이 쌍을 지어 자기를 따라다니기 시작하면서 극심한 혼란에 빠진다.

거듭되는 하나님의 등장과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신기한 현상으로 인해 마침내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믿게 된 에반은 세 아들과 함께 방주 제작에 돌입하지만 워싱턴 정가와 매스컴은 그를 미친 사람 취급한다.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완성한 거대한 방주에 올라탄 에반 가족과 수백 쌍의 동물들은 성서에서와 같은 대홍수를 기다리지만 에반의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비는 좀처럼 내리지 않는데….

이 영화에서 가장 볼 만한 장면은 거대한 방주가 소용돌이치는 거대한 물결을 타고 도시 한복판을 질주해가는 장면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장면의 실감나는 특수효과를 위해 1억 달러가 넘는 제작비의 대부분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 내내 잔뜩 부풀려놓은 기대감에 비해 이 멋진 스펙터클은 너무 짧게 끝나버리고 뭔가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져주고자 했던 거창한 "방주 에피소드"의 결말은 너무나 싱거워 관객이 입맛만 다시다 말게 만든다.

게다가 클라이맥스까지 달려가는 과정은 간혹 웃기긴 하지만 상당히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편이다.

이 같은 결점들에도 불구하고 온 가족이 함께 보고 즐기기에 부담없는 영화임에는 틀림없으니 "에반 올마이티"가 4년 전 "브루스 올마이티"와 같은 "대박"의 행운을 UPI에 안겨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26일 개봉. 전체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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