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의 ‘외길’ 걷는 그 미소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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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의 ‘외길’ 걷는 그 미소가 아름답다
  • 윤종원
  • 승인 2007.05.1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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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욱 순천향대병원 외국인진료소 전임의


유병욱. 그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환한 미소’다.
언제나 웃음이 묻어 있는 그를 볼 때면 기분이 좋아진다.
동료들의 칭찬과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사람이 본인인데도 자신보다는 늘 주위사람들을 자랑한다.
그를 만나면 ‘겸손이 몸에 밴 사람’이란 ‘이런 사람을 말하나 보다’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진료시간이 끝날 무렵 순천향대병원 외국인진료소를 찾았다.
다국적 외국인을 상대로 진찰하고 치료하는 일을 하려면 도대체 몇 개 국어 해야 하는지, 과연 그는 얼마나 하는지 궁금했다.
“스페인어와 영어는 자신 있는데, 불어와 일본어는 잘 하지는 못한다”고 한다.
그의 겸손함을 감안하면 4개 외국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본어는 아버지의 영향(일문과 교수)이 컸던 것 같고, 그 외 외국어 구사는 그의 노력을 짐작하게 한다.

의대를 지망하게 된 계기를 묻는 식상한 질문에 “저의 꿈은 대우건설에 들어가서 파키스탄 고속도로를 만드는 것 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의외의 대답에 왜 그런 꿈을 꾸었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1983년 일본에서 살 때, 도로 끝에 새겨진 작업 책임자의 인장을 보게 됐다고 한다. 그 인장이 도로에 어떤 문제가 발생되면 본인은 물론 3대가 자살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담은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자신도 그 사람처럼 혼을 쏟는 도로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원하는 대학의 공대에 낙방 한 후 그의 꿈은 바뀌어야 했다.

선배의 조언으로 순천향의대에 진학하게 된 그는 2학년때 처음으로 농촌봉사활동을 시작했는데, 의사란 직업이 환자와의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역할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그의 꿈을 되찾은 것이다.

레지던트 1년차 때에는 전공의 대표로 의약분업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한 ‘의대생 전공의 국토대장정’에 참여했다.
15박16일간의 고된 일정속에 16명만이 완주했는데, 그 중 한명이었다고 한다.

이때 한 방송국의 PD를 만나게 돼 베트남 NGO단체 봉사활동을 제안 받는다. 그 후 그는 캄보디아, 라오스 등을 다니며 의술의 참 뜻을 새기며 봉사라는 외길을 걷게 된다.

“의료 환경이 열악한 나라들을 다니면서 내가 어떤 일을 해야 되는지를 깨닫게 됐다”고 말한다.

2003년 전문의를 취득하고 국제협력단(KOICA) 국제협력의사를 지원, 그 해 5월 17일 호주 대륙 북쪽에 위치한 섬나라 파푸아뉴기니로 떠나게 된다.

그곳은 고 이종욱 WHO 전 사무총장이 기생충연구소를 만든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해 11월 권총강도들에게 폭행 납치를 당하게 된 그는 한국대사관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게 된다.

고막이 찢기고 코뼈, 갈비뼈 등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순천향대병원에서 4개월 정도 치료를 받았다.

“그때의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를 오래 받았다”는 그는 “지금의 아내가 없었더라면 회복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한다.

부인은 파푸아뉴기니로 떠나는 날 그의 안내를 맡았던 외무부 직원으로, 첫눈에 반한 그가 국제전화로 구애를 했다고 한다.

그는 결혼 후 다시 국제협력의사로 페루에 있는 작은 항구도시 삐우라로 향한다. 1년6개월간 80병상 규모의 병원 짓는 일을 했는데, 개원 후에는 현지 의사를 교육 시키는 일을 담당했다고 한다.
처음 도착 했을 때 2명뿐이던 한국인은 귀국할 때 의사, 간호사 등 16명으로 늘어났다.

귀국 후 모교에서 외국인진료소를 맡아보라는 제안을 받고 다국어 사용자의 장점을 살려 일을 시작하게 된다.

“처음에는 각국 대사관을 돌며 병원 홍보와 제 이력을 소개했는데, 그들과 의사소통이 원활해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그는 현재 중남미 14개국 대사관 주치의를 맡아 주한 대사와 공관직원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또한 지난해에는 인도대통령과 인도네시아 대통령 방문시 각 대사관의 요청으로 상임 주치의를 맡기도 했다.
병원 주위에 대사관이 많은 지역적 특성에 따라 외교관들이 동네병원처럼 이용한다.
개발도상국 대사들은 자국 노동자들의 건강에 관심이 많아 병원에 무료진료나 의료봉사 요청한다고.
그는 외국인 노동자 의료봉사와 함께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 순천향기독신우회에서 하는 서울역 무료봉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외국에서 생활하다 보니 한국 의사들의 경쟁력이 남다르다는 것을 느꼈다”는 그는 “의술에 외국어 등 다른 장점을 하나 더 갖는다면 본인이 원하는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후배들에게 늘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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