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캐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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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캐쉬백
  • 윤종원
  • 승인 2007.04.2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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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 코미디와 환상적 로맨스의 결합

화가를 꿈꾸는 미대생 벤(숀 비거스태프)은 실연당한 후 불면증에 시달린다.

며칠간 고생한 끝에 내린 결론은 통상 하루 8시간 잠으로 소비하는 시간을 알차게 보내자는 것. 그래서 동네 슈퍼마켓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그곳에는 손님이 거의 없는 밤 시간의 지루함을 나름의 방식으로 견뎌내는 각양각색의 종업원들이 있다.

벤 역시 따분한 근무시간을 견디는 방법의 하나로 시간을 멈추는 상상을 한다. 멈춰진 시간 속에서 쇼핑 중인 여성의 옷을 벗기고 나체를 그린다. 그런 사이 함께 일하는 샤론(에밀리아 폭스)이 눈에 들어오고 이후 벤과 샤론은 데이트를 시작한다.

영화 "캐쉬백(Cashback)"은 로맨틱 코미디다. 그런데 기존 로맨틱 코미디와는 좀 다르다. 판타지보다는 현실을 토대로 한 코미디가 주를 이루고 영화의 중심 얘기는 벤의 상상의 세계에서 이뤄진다.

"나는 현실과 상상의 중간에 서 있다"는 벤의 대사로 미뤄볼 때 영화 속 멈춰진 시간은 상상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지만 너무 구체적이고 중요 내용이 많이 포함돼 벤이 시간을 멈추는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 관객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뭐 중요한가.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은 것이 바로 영화인 것을.

영화의 출발은 하드보일드(Hard-boiled)적이다. 말랑말랑한 대사는 거의 없고 현실에서 막 뽑아온 듯한 장면이 강한 임팩트로 관객을 맞는다.

욕설과 섹스에 대한 탐닉, 시답잖은 잡담들, 엽기적인 유머는 새로운 로맨틱 코미디의 출현임을 보여주며 웃음을 자아낸다.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에는 없지만 당신이 한 번 이상 경험해 봤을, 여전히 친구들과 함께 공유하는 그런 현실이 그대로 스크린 속에 담겨진다. 공감을 통한 웃음이 넘쳐난다.

그런데 벤과 샤론의 로맨스가 본격화되는 후반부부터는 색깔이 확 달라진다. 말랑말랑하고 달콤하기만 한 핑크빛 로맨스가 관객을 기다린다.

사진작가 출신으로 장 폴 고티에, 랜드로버 등의 광고에도 참여했던 숀 엘리스 감독은 영화 속에서 자신의 장기인 시각적인 재능을 마음껏 발휘한다. 때로는 엽기적인, 때로는 로맨틱한 화면을 구성하며 관객의 다양한 구미를 만족시키려 한다. 시각적으로 홀린다는 느낌도 준다.

전체적인 톤은 기존 로맨틱 코미디 코드는 아니지만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썩 마음을 잡을 만한 영화다. 지난해 유럽영화제에서 "수면의 과학"과 함께 관객의 사랑을 받은 영화라고 수입배급사 스폰지는 설명했다.

"수면의 과학"을 재미있게 본 관객은 실망하지 않을 듯. "수면의 과학"보다 엽기적이지만 더 친절하기도 하다. "러브 액츄얼리" "오만과 편견" 등 워킹타이틀사의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좀 낯설 수 있다.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은 젊은 층이 더 좋아할 만한 영화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 단역으로 출연했던 숀 비거스태프와 영국의 TV스타 에밀리아 폭스가 남녀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5월3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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