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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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수
  • 윤종원
  • 승인 2007.03.1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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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옮긴 최양일식 하드보일드

재일동포 최양일 감독의 첫 국내작 "수(壽)"는 하드보일드(hard-boiledㆍ냉혹) 영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그의 진면목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작품이다.

2005년작인 기타노 다케시 주연의 "피와 뼈"를 본 관객이라면 최양일식 하드보일드가 어떤 것이라는 것을 대충은 알고 있을 것이다.

"수"에서 그가 보여주고자 한 것도 "피와 뼈"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진희와 강성연이 주연을 맡은 "수"는 무엇보다도 일본 영화계에서 거장으로 대접받고 있는 최 감독이 만든 첫번째 한국 영화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수"라고 불리는 최고의 살인청부업자 장태수(지진희)는 19년 전에 헤어진 쌍둥이 동생 태진을 찾는 것이 유일한 삶의 목표다.

흥신소 등을 통해 어렵사리 찾아낸 동생을 만나는 날, 차에서 내리던 태진은 어딘가에서 날아온 총알이 머리를 관통하면서 태수가 보는 앞에서 즉사한다.

19년 만에 대면한 동생과 한마디 말도 나눠보기 전에 동생을 잃게 된 태수는 동생을 죽인 범인을 잡기 위해 경찰인 태진의 신분으로 위장한다.

태진의 약혼자이자 여형사인 미나(강성연)와 태수에게 동료를 잃은 형사 남달구(이기영)의 의심 속에서 태진의 살해범이 정체를 드러내기를 기다리던 태수는 태진의 죽음 뒤에 19년 전 태수와 태진을 헤어지게 만들었던 장본인인 마약 조직의 보스 구양원(문성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구양원은 어린 시절 자신의 마약을 훔치다가 붙잡힌 태진을 키워줬으나 태진이 경찰이 되기를 결심하면서 조직을 배신하자 살인 전문가인 점박이(오만석)를 시켜 그를 살해한 것이었다.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태진의 비밀을 알게 된 태수는 동생의 한을 풀기 위한 처절한 복수에 돌입하는데….

영화는 구구절절한 배경 설명을 늘어놓지 않고 태수가 진행하는 고독한 복수,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구양원의 조직에 혈혈단신으로 뛰어드는 태수는 닥치는 대로 칼로 찌르고 목뼈를 꺾고 심지어는 눈알까지 뽑는다.

전혀 감정의 동요가 없는 붙박이 카메라는 피가 튀기고 관절 꺾이는 소리가 진동하는 태수의 처절한 복수극을 비정하리만큼 태연하게 담아낸다.

영화를 통해 감독이 추구하는 것은 주도면밀한 스토리나 현란한 촬영기법이 아닌, 폭력 그 자체라는 것이 분명해진다.

우아한 일상에 길들여진 현대의 관객이 2시간 넘게 이런 영화를 보고 있기에는 상당한 인내력이 필요할 듯하다.

감정이 없는 카메라와 생생한 돌비 시스템은 칼이 사람의 몸에 아주 천천히, 그러나 깊숙이 꽂히는 소리와 어렵사리 눈알을 "쭈우욱" 뽑아내는 소리를 여과 없이 전달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인기 있는 장르인 하드보일드 폭력영화가 국내 관객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도 궁금하다.

지진희는 언제나처럼 성실한 자세로 결코 쉽지 않은 폭력과 액션 연기를 무난히 소화해내며 오랜만에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 문성근도 인상 깊은 악역 연기를 보여준다.

"왕의 남자" 이후 1년여 만에 영화에 출연한 강성연의 변신도 눈길을 끈다.

22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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