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블랙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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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블랙북
  • 윤종원
  • 승인 2007.03.16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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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버호벤 감독의 나치 레지스탕스 영화

네덜란드 출신의 폴 버호벤 감독은 "원초적 본능" "스타쉽 트루퍼스" "로보캅" 등의 할리우드 흥행대작으로 유명하지만 그의 영화인생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네덜란드 대학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한 그는 초창기에 만든 일련의 작품성 위주의 영화를 통해 가능성을 인정받긴 했지만 크게 주목을 받진 못했으며 특히 1985년에 제작한 "아그네스의 피"는 흥행에서 참패를 거뒀다.

다시 말해 대중이 알고 있는 버호벤의 흥행감독으로서의 이미지는 "로보캅" 이후 잇따라 히트를 친 일련의 작품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 셈이다.

하지만 버호벤의 최신작 "블랙북"을 보면 그가 다시 "로보캅" 이전의 시절로 돌아간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네덜란드에서 실제 있었던 나치 레지스탕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이 영화는 "원초적 본능"이나 "스타쉽 트루퍼스" 등에서 보여줬던 버호벤의 흥행 코드와는 다소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그동안 허다하게 만들어졌던 나치 레지스탕스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치가 장악한 네덜란드에서 탈출을 시도하던 레이첼(캐리스 밴 허슨) 가족은 탈출 계획이 새나가는 바람에 탈출 도중 독일군에게 발각돼 모두 죽고 레이첼만 홀로 살아남는다.

더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여기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레이첼은 나치 레지스탕스에 가담해 적군의 본거지로 침투할 스파이의 임무를 맡게 된다.

자신의 매력과 기지를 십분 발휘해 나치군 장교인 문츠(세바스티안 코치)의 연인이 되는 데 성공한 레이첼은 문츠의 사무실에서 일을 하게 되고, 그곳에서 그녀는 문츠의 방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는 등 본격적인 스파이 임무를 수행한다.

레이첼은 중요한 스파이 임무 수행으로 혁혁한 공을 세우지만 갈수록 인간적인 문츠의 매력에 끌려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문츠 또한 레이첼이 스파이라는 사실을 눈치채고도 그녀를 매몰차게 뿌리치지 못한다. 그러나 전쟁이라는 잔혹한 현실은 그들의 이러한 애틋한 사랑을 결코 허락하지 않는다.

레이첼이 동지들을 구출할 최후의 임무를 전달받게 되고 작전이 시작되던 날, 그들을 감싸고 있던 엄청난 음모가 그 실체를 드러내면서 영화는 뜻하지 않은 새로운 반전을 맞이하는데….

영화는 결말부에 이르러 전혀 뜻하지 않았던 인물이 나치와 내통해 내부 정보를 팔아먹던 배신자로 밝혀지면서 반전(反轉)을 이룬다.

하지만 이런 부류의 영화에 익숙한 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정도의 반전인 데다 설사 누구인지 정확히 짚진 못하더라도 대충 예상가능한 범위 안에 있는 인물 중 한 명이어서 다른 기발한 반전 영화들과 견주어볼 때 크게 놀랄 만한 정도는 아니다.

무명에 가까운 캐리스 밴 허슨은 소화하기 어려운 역을 맡아 나름대로 열연을 펼치지만, 무명급 배우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는 것으로 유명한 버호벤의 안목이 이제는 녹슨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게 만든다.

영화의 제목인 "블랙북"은 파급력 강한 1급 정보를 가득 담고 있는 국가기밀 문서를 일컫는다.

29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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