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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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쏜다
  • 윤종원
  • 승인 2007.03.0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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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비효과"로 유명해진 과학이론 나비효과(Butterfly Effect).

중국 베이징에 있는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다음 달 미국 뉴욕에서 폭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이론이다. 미미한 시작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의미.

영화 "쏜다"(감독 박정우, 제작 시오필름)는 이 나비효과를 연상시키는 영화다. 한 소시민의 우발적인 노상방뇨 행위가 극단적인 결과로 끝을 맺는다.

성실함과 준법정신으로 무장한 공무원 박만수(감우성). 불행은 한꺼번에 찾아온다고 그는 아내에게 이혼 통보를 받던 날 해고 통지까지 덤으로 안는다.

분통한 마음에 귀갓길에 파출소 담벼락에 오줌을 누는데 경찰에게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돼 파출소 신세를 지게 된다.

그는 파출소에서 자신을 교도소로 보내달라며 난동을 부리는 양철곤(김수로)을 만난다. "교도소만큼 편한 곳이 없다"고 주장하는 양철곤은 교도소를 밥 먹듯이 드나드는 전과 15범의 막가는 인생.

그는 박만수에게 "노상방뇨는 구속거리도 안 된다"면서 "지금 도망가도 쫓아가 잡을 경찰은 이 나라에는 없다"고 도주를 부추긴다.

엉겁결에 파출소 문을 박차고 나온 박만수.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다혈질의 경찰관 마동철(강성진)이 뒤를 쫓고 양철곤도 박만수의 도주에 동행하게 된다.

"쏜다"는 윤리 교과서처럼 살아온 박만수의 하루 동안의 일탈행위를 다뤘다.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교과서 그대로의 삶을 강요받은 그에게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곳이다. 눈치 보며 적당히 상사의 비위도 맞추고 경쟁자를 밟고 성장해야 하는 현대사회에서 그는 부적응자로 취급받는다.

아내는 그런 그가 "재미없다"며 이혼을 요구하고, 부정부패에 찌든 상사는 자신의 비위를 거스르는 그를 감원 대상으로 올린다.

영화는 박만수가 경험하는 영화 속 세상을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대리만족을 주겠다는 의도로 기획된 듯하다. 그러나 "모범생" 박만수의 세상에 대한 분풀이가 관객에게 쾌감과 공감을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는 작위적인 구성과 꼼꼼하지 못한 연출 탓에 만족스런 결과로 돌아오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리 영화라는 특수한 공간이라고 해도 노상방뇨 행위가 불러오는 연이은 대형 사건은 작위적이다. 개연성을 무시한 채 영화 곳곳에 배치한 사건들은 황당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또한 박만수와 그가 인질로 잡고 있는 국회의원 아들과의 한밤의 카레이싱 장면은 생뚱맞다. 인질을 잡고 있는 극한 상황에서 카레이싱이라니. 이 장면 또한 영화의 내용과는 크게 관계없이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삽입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렇게 소시민 박만수의 세상에 대한 울분은 영화적 재미를 위해 과장되고 희화화된다.

전형적인 버디무비인 이 영화에 감우성과 김수로가 파트너로 투입됐다. 감우성에게는 "왕의 남자"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뒤 출연한 첫 영화.

액션 장면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등 혼신의 힘을 다한 흔적은 역력하지만 감우성의 연기는 소시민의 처절한 분노까지는 쏟아내지 못했다. 김수로 또한 특유한 웃음 연기로 연방 웃음을 주지만 그 이상을 넘지는 못한다.

"주유소 습격사건" "광복절 특사" 등의 시나리오 작가에서 "바람의 전설"로 감독 데뷔한 박정우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1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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