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리틀 러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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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리틀 러너
  • 윤종원
  • 승인 2007.03.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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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즘을 표방한 영화에 대해 악평을 하기는 부담스럽다.

영화가 아무리 형편없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선한 의도를 갖고 만든 영화를 놓고 악평을 하면 왠지 평을 하는 사람이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신예 감독 마이클 맥고완이 만든 영화 "리틀 러너"는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을 하면 병상에서 혼수상태에 빠진 엄마가 깨어날 수 있다고 믿는 14살 소년 마라토너의 감동적인 도전기를 소재로 한 휴먼드라마다.

이 영화의 주 목적은 관객에게 감동을 주려는 것인 듯하다. 실제로도 영화를 보면 꽤 감동적이다.

가톨릭계 사립학교에 다니는 14살 소년 랄프(아담 버처)는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천진한 사춘기 소년이다. 신부들 몰래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좋아하는 소녀에게 과감하게 데이트 신청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엄격한 교칙을 위반해 신부들의 눈 밖에 나기 일쑤지만 꼬박꼬박 고해성사로 용서를 구하려는 뻔뻔함이 밉지 않다.

이렇게 나름대로 즐겁게 생활하는 랄프지만 큰 걱정거리가 있다. 유일한 가족인 엄마가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마는 랄프가 문병할 때면 "환자치곤 괜찮아. 네가 있으니 나을 것 같구나. 우리 영웅"이라고 말하며 오히려 랄프를 위로한다.

어느 날, 엄마는 병이 악화돼 혼수상태에 빠지고 랄프는 병원에서 엄마가 깨어나려면 기적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게 된다.

의기소침하던 랄프는 우연히 학교 육상부원들이 코치로부터 "너희들이 보스턴 마라톤에서 우승하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란 질책을 듣는 것을 보고 자신이 만들 수 있는 기적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미친 짓"이라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랄프는 보스턴 마라톤 우승을 하기 위한 피나는 훈련에 돌입하고 과거 유망한 마라토너였던 히버트 신부(캠벨 스콧)가 코치를 자청, 그의 본격적인 보스턴 대회 도전기가 시작된다.

"리틀 러너"는 언뜻 보아도 장애인 아빠와 어린 딸의 눈물겨운 사랑을 그린 "아이엠샘"이나 발레리노 소년의 지난한 성장기를 보여줬던 "빌리 엘리어트"류의 영화인 것처럼 보인다.

엄마를 위해 보스턴 마라톤에서 혼신의 힘으로 역주하는 랄프의 모습은 매우 감동적이기도 하고 영화의 전체적인 짜임새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다.

하지만 몇 개월 동안 달리기 연습을 한 14살짜리 소년이 세계 최고 권위의 보스턴 마라톤에서 아슬아슬한 차이로 우승할 뻔한다는 설정 자체가 너무 비현실적일 뿐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심리 변화 묘사와 구성이 덜 치밀해 비슷한 유형의 작품과 비교할 때 수작(秀作)이라고 부르기는 좀 겸연쩍다.

보스턴 마라톤에서 우승하면 혼수상태에 빠진 엄마가 깨어날 거라고 믿는 14살 소년의 신념이나 달리기와는 담쌓고 살던 14살 소년도 몇 개월 동안 열심히 연습하면 보스턴 마라톤에서 우승할 수 있다는 설정은 영화 자체만큼이나 순진하고 동화적이어서 보는 사람을 살포시 미소짓게 만든다.

15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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