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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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300
  • 윤종원
  • 승인 2007.02.28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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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밀러 원작 혁신적 영상으로 재현

모름지기 영화란 이래야 하는 것 아닐까.

오감(五感)을 일깨우는 감각적 영상과 넘쳐오를 듯한 긴장감,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상상력 사이의 절묘한 조화, 심장을 뛰게 하는 극적인 드라마와 시적(詩的)인 대사….

프랭크 밀러의 원작 만화를 영상으로 재현한 잭 스나이더 감독의 "300"은 이 시대의 영화작품이 갖춰야 할 미덕을 대부분 지니고 있다.

밀러와 스나이더의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이 빛나는 이 영화는 2년 전 "씬시티"가 던져줬던 영상적 충격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300"은 기원전 480년에 있었던 테르모필레 전투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제3차 페르시아 전쟁 때 그리스 중북부 테살리아 지방의 테르모필레에서 벌어졌던 전투에서 스파르타왕 레오니다스가 이끄는 스파르타 정예군 300명은 크세르크세스(다리우스 1세의 아들로 나중에 왕에 등극한다)가 지휘하는 페르시아 100만 대군과 맞서 싸우다 전원이 전사한다.

테르모필레는 산과 바다 사이에 있는 좁은 길로 스파르타군은 전략적으로 이곳을 방어막으로 삼았으나 내부의 배신자가 페르시아군에게 산을 넘는 샛길을 가르쳐주는 바람에 전원이 몰살하는 비극적 최후를 맞이했다.

총이 발명되기 이전 시대의 대부분의 전투가 그러하듯 테르모필레 전투 역시 살이 찢겨나가고 뼈가 부러지고 시뻘건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는 끔찍한 살육의 현장이었다.

일찍부터 피에 대한 광적인 집착으로 수많은 마니아층을 열광시켜 온 밀러는 "300"에서도 그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했으며 스나이더 감독 역시 밀러의 원작을 감각적 영상으로 충실히 재현해냈다.

전투 중의 신체훼손이나 사지절단 등의 살육장면 묘사에 거침이 없고 사실적이며 영화의 핵심 오브제라 할 수 있는 피도 곳곳에 넉넉히 뿌려준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강렬한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 크세르크세스(로드리고 산토로)의 그로테스크한 외모는 그 자체만으로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엄청난 카타르시스와 시각적 충격을 느끼게 만든다.

흉한 몰골의 사제들에게 겁탈당해야만 하는 운명을 가진 숫처녀 신탁녀의 아름답고 신비로운 외모도 마찬가지다.

특히 정지된 컷들이 연속적으로 배열되는 만화라는 매체의 특성을 영상으로 재현하기 위해 영화매체가 갖고 있는 고유한 속성인 운동과 속도를 절묘하게 역이용한 촬영 테크닉은 이 영화의 스타일리시한 영상미를 더욱 부각시킨다.

레오니다스 왕 역의 제라드 버틀러와 고르고 여왕 역의 레나 헤디 등 주연들은 자신이 맡은 역에 충분하고도 남을 만한 열연으로 영화의 완성도를 훼손하지 않는다.

관람료 7천 원(할인받으면 더 싸다)이 전혀 아깝지 않을 멋진 영화다.

3월15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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