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킹스 앤 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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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킹스 앤 퀸
  • 윤종원
  • 승인 2007.02.26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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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佛 세자르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작

프랑스 영화의 매력은 무엇일까? 말이 많다는 것? 분명 그것은 복잡한 현대인에게 장점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 수다스런 영화는 말의 홍수 속에서 인간의 내면을 면밀히 관찰하고 관계를 세분화시키며 다양한 해석을 위한 공간을 마련한다.

열린 해석이 매력적인 프랑스 영화 "킹스 앤 퀸(Kings and Queen)"이 한국 관객을 찾아왔다. "킹스 앤 퀸"은 가족을 중심에 두고 관계맺음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화랑을 운영하며 능력있는 커리어우먼으로 돈 많고 자상한 애인 장 자크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노라(에마누엘레 드보스). 그러나 그녀는 그렇게 행복한 여자는 아니다. 두 번 이혼했고 첫 남편 사이에서 낳은 열 살 된 아들 엘리아스는 두 번째 남편 이스마엘(마티외 아말릭)만을 유독 따른다. 아버지는 암에 걸려 죽음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가출한 여동생은 연락이 되질 않는다. 자유분방한 성격의 비올라 연주자 이스마엘은 아들에게는 좋은 계부였지만 노라에게는 좋은 남편이 아니었다.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없이 평온해 보이는 노라의 일상은 아버지의 죽음으로 끔찍한 과거와 만나게 된다.

"킹스 앤 퀸"은 그리스 신화 "레다와 백조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레다와 백조 이야기"는 신들의 왕 제우스의 여성편력에 관한 일화. 제우스의 바람기는 유부녀도 마다하지 않아 스파르타의 왕 튄다레우스의 아내 레다에게까지 미치게 되고, 제우스는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백조로 변신, 마침내 레다를 취하고 만다는 이야기다.

"킹스 앤 퀸"의 아르노 데플레생 감독은 "백조가 백조가 아니었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 속 노라는 뭐하나 나무랄 것 없는 여자다. 빼어난 미모에 능력까지 갖췄으며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만사 제쳐놓고 달려갈 만큼 착한 딸이다.

그러나 그녀의 첫 남편은 "너 때문에 내가 힘들다"면서 그녀 앞에서 자살을 선택했고 아버지 또한 죽기 전 유서를 통해 그녀에게 독설을 퍼붓는다.

감독은 겉으로는 백조처럼 보이지만 노라가 가족에게는 백조가 아니었음을 말한다. 첫 번째 남편은 그녀를 사랑했지만 그녀가 주는 스트레스를 못 견뎌 했고 아버지는 해맑은 미소 때문에 큰 딸을 편애했지만 그녀에게 실망한다.

영화는 노라가 백조처럼 행동했는지, 아니면 아버지, 첫 남편 등 주위의 남자들이 그녀를 백조라고 착각했는지는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 어찌됐거나 남자를 파멸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그녀는 어떤 면에서 새로운 형태의 "팜므파탈"인 셈.

영화는 이를 통해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나의 모습과 관계맺음을 되짚어보게 한다.

또한 감독은 독설로서 노라에게 상처를 남긴 아버지와 첫 남편, 멀쩡한 동생을 남의 말만 믿고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는 이스마엘의 누나, 양자에게 재산을 주고 없다며 부모와 대립하는 이스마엘 형제들을 통해 가족 관계에 대한 불신과 함께 의문을 던진다.

아들을 입양해달라는 노라의 부탁은 거절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노라의 아들 엘리아스와 깊은 대화를 나누는 이스마엘의 모습은 감독이 생각하는 새로운 대안가족의 형태는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노라와 이스마엘의 이야기가 따로따로 진행돼 이해하기 힘든 초반부를 제외하면 곱씹으며 즐길 수 있는 영화로 추천한 만한 작품이다.
3월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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