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아포칼립토
상태바
영화 - 아포칼립토
  • 윤종원
  • 승인 2007.01.19 0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끔찍한 살육장면들로 가득찬 멜 깁슨의 문제작

산 사람을 붙잡아 눕혀놓고 칼로 그의 가슴을 가른 뒤 심장을 도려내 펄떡펄떡 뛰는 심장을 손으로 들어올리고 환호한다.

산 채로 자신의 심장이 뜯겨나가는 것을 지켜봐야만 하는 희생자는 끔찍한 공포와 고통으로 몸부림친다.

멜 깁슨의 서사 액션 영화 "아포칼립토"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다. 마야 문명이 쇠락하던 때를 배경으로 마야인들의 원시적 삶과 (서구문명의 시각으로 보자면) 야만적 문화를 극사실주의적 시각으로 그려낸 "아포칼립토"는 이처럼 끔찍하고 잔인한 장면들로 가득하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멜 깁슨 감독의 또하나의 문제작인 "아포칼립토"는 이미 세계적으로도 마야문명의 원시성과 야만성에 대한 지나치게 사실적 묘사했다는 점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마야문명이 쇠락해가던 시기, 평화로운 부족 마을의 젊은 전사 "표범 발"은 가족과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내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잔인한 전사들로 구성된 다른 부족의 침략자들이 마을을 습격해 대부분의 부족민을 학살하고 젊은 남녀를 포로로 잡아 그들의 왕국으로 끌고 간다. "표범 발"은 이 혼란 속에서 임신한 아내와 어린 아들을 깊숙한 우물에 숨겨놓고 자신은 인질로 끌려가게 된다.

"표범 발" 일행이 끌려간 곳은 여자들은 경매를 거쳐 노예로 팔려가고 남자들은 산 채로 심장을 도려낸 뒤 제물로 바쳐지는 마야문명의 번창한 도시다.

끔찍한 죽음을 눈 앞에 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표범 발"은 우물 속에 숨겨둔 가족들을 구출하기 위해 마을로 돌아가려 하지만 최강의 전사들로 구성된 추격대는 그를 결코 편하게 놓아주지 않는다.

울창한 밀림 숲 속에서 긴박하게 전개되는 추격신은 이 영화가 선사하는 최고의 볼거리 중 하나다.
서로 죽느냐 죽이느냐의 기로에 선 추격대와 "표범 발"의 목숨을 건 추격전은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이 영화의 미덕은 무엇보다도 야만문명을 서구인의 관점이 아닌 야만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함께 호흡한다는 점이다.

가령 할리우드식 서부영화가 서구인들이 야만의 땅에 들어가 야만인들의 도전을 물리치고 문명을 심는다는 시각으로 만들어졌다면 "아포칼립토"는 야만인들의 눈으로 야만인들의 두려움과 공포를 함께 느끼고 호흡한다.

모든 대사를 영어가 아닌 마야어로 처리한 것도 멜 깁슨의 이같은 의도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영화는 십자가를 든 서구인들이 해안에 상륙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마야문명을 멸망으로 이끈, 지금까지의 살육의 규모와는 비교가 안되는 서구인들에 의한 원주민들의 대량학살을 암시하는 결말이라 할 수 있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도 그랬지만 다른 영화 제작자들이 감히 생각지도 못한 소재를 영화화해 과도할 정도의 극사실적 고증과 연출을 통해 역사에 대한 채색된 시각에 철퇴를 가하는 멜 깁슨의 도전정신에는 경의를 표하고 싶다.

박진감 넘치는 추격신과 야만문명에 대한 사실적 묘사에 치중한 나머지 영화의 플롯이 어딘지 모르게 채 봉합되지 못한 듯한 아쉬움을 주기도 하지만 그런 것을 감안하더라도 "아포칼립토"는 최근 개봉된 어떤 영화보다도 볼 가치가 있는 영화인 것 같다.

다만 심장이 약한 관객은 보지 않는 것이 좋을 듯.

2월1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연합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