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미스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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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미스포터
  • 윤종원
  • 승인 2007.01.11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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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증맞은 토끼 "피터 래빗"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친숙한 캐릭터다. 파란 조끼를 입은 토끼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마치 사람처럼 이야기를 속삭인다. 짧은 동화 속 토끼 피터 래빗, 오리 제미마 퍼들덕, 개구리 티기 위클 부인은 동심의 세계에서 생생히 살아 있다. 피터 래빗 시리즈는 100년 동안 전세계에서 1억 부 이상 팔려나간 베스트셀러.

영화 "미스 포터"는 바로 그 피터 래빗을 만들어낸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의 삶을 다룬 이야기다. 귀족사회의 잔재가 여전한 19세기, 베아트릭스 포터는 좋은 집안에 시집가 남편과 남편 가문 덕으로 안락한 생활을 누리는 여자의 일생을 거부한 채 자신의 일과 사랑을 일궈나갔다.

영국풍이 가득한 영상 속에서 르네 젤웨거는 인생의 주체로 당당히 서고자 했던 베아트릭스 포터가 됐다. 잔잔한 흐름으로 한 여류 작가로서의 성공과 사랑을 보여주면서 도전에 맞선 강인한 성품을 드러낸다. 특별한 주인공을 내세웠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풀어나간 점이 도드라진다.

영화 속 그림에서 팔짝팔짝 뛰어다니는 토끼와 물고기를 피해 연못으로 퐁당 빠지는 개구리 등 작은 소품처럼 처리된 애니메이션이 영화의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19세기 영국 런던 교외의 볼튼 가든에서 태어난 베아트릭스 포터. 어린 시절부터 자연과 자연 속에서 얻어지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토끼, 오리, 고슴도치, 소를 그리며 그림 속 동물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32살 노처녀가 됐지만 언젠가 자신의 책을 내고 싶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는 그에게 어머니는 좋은 집안 남자를 만나 결혼하라고 성화다.

포터의 책을 발간하기로 한 출판사 편집자 노만 워른(이완 맥그리거) 역시 첫 번째 작업. 두 사람은 책에 대한 뜻을 같이 하며 열성적으로 일한다.

그러는 사이 두 사람은 어느 결에 사랑에 빠지지만 귀족 집안인 포터의 부모는 장사를 하는 사람을 사위로 맞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한다. 여름을 지내는 동안에도 두 사람의 사랑이 변치 않는다면 결혼을 허락하겠다는 아버지의 중재로 잠시 이별을 하게 되지만 뜻하지 않은 일이 생기면서 두 사람의 사랑은 결혼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아픈 상처를 딛고 다시 인생의 주인공으로 서려는 포터의 새로운 삶이 그려진다.

영화 줄거리는 단순하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며 자신의 인생에 스스로 도전장을 던진 한 여자의 이야기. 수많은 전기영화에서 봤음직한 스토리지만 주인공이 여자인 까닭에 여성적 취향이 강하다.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와 함께 아름다운 자연이 주는 화면은 반가운 선물이다. 말없이 인간사를 보듬어 안는 자연의 풍광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 된다.

시나리오를 보고 제작자로도 나선 르네 젤웨거는 이 영화로 골든글로브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전체관람가. 25일 개봉 예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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