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디파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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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디파티드
  • 윤종원
  • 승인 2006.11.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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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느와르 영화의 부활"이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던 "무간도"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작이라는 점에서 일찌감치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더욱이 명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에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맷 데이먼, 잭 니콜슨 외에 마틴 쉰, 마크 월버그, 알렉 볼드윈 등 쟁쟁한 할리우드 스타들이 대거 출연했으니 그 기대감은 더욱 증폭될 수 밖에 없다.

홍콩의 세계적인 스타인 량차오웨이(梁朝偉)와 류더화(劉德華)가 주연을 맡았던 "무간도"는 3편 까지 시리즈를 만들어낼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2편은 두 배우가 아니었지만) 탁월한 소재 선택과 함께 영화 전편에 흐르는 깊은 비애감과 영상 미학은 홍콩 느와르 영화의 전성시대를 회상케했다.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이를 152분에 이르는 대작으로 탈바꿈시켰다. 이야기의 무게 중심은 갱단에 잠입한 경찰 빌리 코스티건 역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그의 거짓 인생을 지배하는 프랭크 코스텔로 역의 잭 니콜슨으로 다소 쏠려있다.

량차오웨이가 맡았던 "무간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빌리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영화를 끌고 나가는 혈맥이다. 고인, 죽은 자라는 뜻의 "THE DEPARETD"라는 원제가 말해 주듯 죽어서야만 정체성을 찾을 수 있었던 인물에 대한 고찰이 묵직한 화면으로 흘러간다.

또 하나 굳이 비교하자면 등장 인물의 캐릭터 선명도도 "무간도"보다 훨씬 뚜렷한 편. 아무리 리메이크작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해도 이미 알려진 이야기를 다시 해야 할 때 어떤 선입견을 갖게 되는지에 대해 간파한 듯이 스코세이지 감독은 선명한 캐릭터로 보이는 각각의 인물을 통해 거짓 인생마저도 인생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역설한다.

느와르 영화 "비열한 거리" "좋은친구들"에 이어 2003년 "갱스 오브 뉴욕"을 내놓았던 감독은 가슴에 뚜렷이 새겨질 미장센을 툭툭 던져 놓는다.

한마디로 "무간도"와 전혀 다른 마틴 스코세이지의 영화로 만들어 내놓는데 성공한 것. 지난 10월 초 개봉한 이 영화는 그가 만든 영화 중 개봉 첫 주 최고의 흥행 수익을 거두며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했다.

눈을 돌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를 찬찬히 쳐다보자. "로미오와 줄리엣" "타이타닉"의 꽃미남은 이제 완전히 추억으로 남겨둬야 할 것 같다. 사랑을 담아냈던 눈동자는 모호한 정체성으로 혼돈에 버거워하는, 존재의 가치에 고민하는 남자의 눈빛이 돼있다. 얼굴의 틀도 변한 듯 그는 부드러운 남자에서 거친 남자로 변해있다.

"갱스 오브 뉴욕" "에비에이터"에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의 만남이 그에겐 큰 영향을 미쳤던 듯 그는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연기 영역의 확장을 꾀한다.

잭 니콜슨의 연기야 말해 무엇하랴. 이마의 깊은 주름은 이미 연기 뿐 아니라 인생을 통달한 듯한 배우에게 어울리는 세월의 선물이다.

무대는 보스턴. 암흑가의 보스인 코스텔로(잭 니콜슨 분)을 잡기 위해 주 경찰청의 특수 임무가 수행된다. 코스텔로 조직에 위장 잠입할 경찰로 빌리 코스티건(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이 선택된다. 빌리는 어머니를 비롯한 외가는 교양있고, 기품있는 가문이었으나 삼촌을 비롯한 친가는 마약 거래, 폭력 등 뒷골목 인생이다. 비록 아버지는 애써 암흑가를 외면했지만 코스티건이란 성은 암흑가에 친숙하다. 태생부터 자아에 대한 혼돈이 시작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랐다.

콜린 설리반(맷 데이먼)은 그 반대의 인물. 가난하고 불행했던 어린 시절 코스텔로에게 거둬진 콜린은 경찰학교에 입학해 뛰어난 성적으로 졸업한 후 특별수사반에 배치된다. 그의 진짜 임무는 경찰청 내의 정보를 코스텔로에게 전해주는 것.

코스텔로 부하가 된 빌리와 경찰 간부가 된 콜린은 서로 첩자가 있다는 걸 눈치챈다. 서로의 목숨을 건 정보전이 시작된다.

경찰내에서 미래를 보장받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콜린에게 정신과 의사 마돌린(베라 파미가: 하정우와 함께 한미 합작영화 "네버 포에버"에 출연한 연기파 배우다)은 더할 나위없는 약혼녀다. 그러나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빌리가 마돌린에게 결코 털어놓지 못할 자신의 현재에 대해 정신적인 상처를 상담하면서 마돌린 역시 두 남자 사이에서 헷갈려 한다.

엇갈린 운명이면서 동시에 코스텔로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야 하는 두 남자의 안타까운 삶이다.

영화 제작사 PLAN B엔터테인먼트 대표인 브래드 피트가 공동제작자다.
2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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