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재는 혈압..병원에서 인정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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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재는 혈압..병원에서 인정받나
  • 윤종원
  • 승인 2006.11.06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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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간편하면서도 정확도가 높은 가정용 혈압기가 보편화 되면서 집에서 혈압을 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아직까지 집에서 잰 "가정혈압"이 병원에서 그 수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가정혈압 자체가 환자 스스로 혈압을 재는 과정에서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수 있는 데다 환자가 혈압을 재는데 필요한 원칙을 준수했는지와 기계의 정확성 등이 의문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 나온 혈압기들은 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수은 혈압기에 견줘 성능이 뒤지지 않는데다 주기적으로 측정한 가정혈압 수치가 오히려 환자의 혈압 상태를 좀 더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가정혈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즉 "병원혈압"이 1~2개월에 1차례 정도의 측정에 그치고, 그것마저도 의사가 불과 몇초 만에 1~2번 측정한 다음 고혈압 판정부터 치료 여부 등을 정하는데 비해 "가정혈압"은 환자가 집에서 장기간, 수십 차례에 걸쳐 재기 때문에 표준화만 된다면 가정혈압이 더 "우수"하다는 얘기다.

또한 수은 기둥의 높이에 해당하는 압력 수치로 혈압을 재는 수은혈압기의 경우 의사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가능성이 크고, 평상시 정상 혈압이지만 의사 앞에서는 혈압이 높아지는 백의고혈압 현상 등의 현상이 나타나는 점도 "가정혈압"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혈압기를 몸에 달고 24시간 주기적으로 혈압을 재는 "활동혈압"의 경우도 정확성 등에서 장점이 있지만 이것 역시 1개월 중 하루의 혈압을 알려줄 뿐 나머지 29일의 혈압은 알려주지 못하는 단점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도 이 분야 관련 전문의들이 가정혈압을 재는 방식과 기간, 빈도 등의 문제를 표준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가정혈압연구회"를 결성, 앞으로 가정혈압이 병원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연구회는 김삼수 전 가톨릭의대 교수(현 성애의료재단 심장병센터 소장) 주도로 결성됐는데 노태호 가톨릭의대 성바오로병원 심장내과 교수와 박의현 경북의대 교수 등 1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연구회는 오는 11일 서울 힐튼 호텔에서 연구회를 정식 발족하고, 이 자리에서 가정혈압 가이드라인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가정혈압 연구의 선구자인 일본의 이마이 유타카(今井潤) 도호쿠(東北) 대학원 교수를 초청해 강연회도 개최한다.

가이드라인에는 가정에서 혈압을 잴 때 어떤 혈압계를 사용해야 하는지와 혈압 측정부위, 측정조건(아침 또는 밤, 식사 전후 등), 측정 회수, 측정 기간, 기록, 평가 등의 지침이 담길 예정이다.

노태호 교수는 "외국에서는 가정혈압이 의사가 잰 혈압보다 심혈관계 위험도를 예측하는 데 더 우수하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앞으로 가정혈압의 통일화, 표준화, 적정화 문제가 해소돼 가정혈압 채택이 보편화되면 혈압치료의 개념이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 교수의 말대로라면 앞으로 의사가 가정혈압 측정 가이드라인을 환자에게 주면서 "일주일 동안 혈압을 집에서 측정해서 가지고 오세요"라고 한다거나, 병원에서 혈압을 잴 일이 없어지는 등의 극단적 현상도 상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혈압은 심장에서 동맥으로 내보내는 혈류로 인해 동맥 벽에 가해지는 혈액의 압력을 말한다. 원활한 혈액순환을 위한 심장의 펌프질이 얼마나 잘 이뤄지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표인 셈이다. 심장이 수축하면서 동맥으로 혈액을 내보낼 때 측정되는 압력 중 최고치를 수축기혈압(최고 혈압)이라 하고, 심장이 확장하면서 정맥에서 혈액을 모을 때 혈압의 최저치를 이완기혈압(최저 혈압)이라고 부른다.

고혈압학회 고혈압 지침에 따르면 정상혈압 기준치는 120/80mmHg 미만으로, 120~139/80~89mmHg에 속한 환자들은 "고혈압 전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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