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법정서 에이즈-성관계 무관설 공방
상태바
호주 법정서 에이즈-성관계 무관설 공방
  • 윤종원
  • 승인 2006.10.25 1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에이즈는 성관계로 전파될 수 있다"는 의학 상식이 호주 법정에서 뒤집힐 "위기"에 처해 있다.

여성들과 무방비 성관계를 가진 에이즈 바이러스 보균자를 법정에서 변호하고 있는 호주의 한 유명한 변호사가 에이즈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권위자들의 이론적 뒷받침까지 곁들여 "에이즈는 성관계로 전파되는 게 아니다"라는 주장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 신문들에 따르면 24일 애들레이드 최고법원에서 열린, 안드레 차드 파렌지(35)라는 남성이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3명의 여성들과 무방비로 성관계를 가진 사건 재판에서 케빈 보릭 변호사는 에이즈 바이러스는 성관계로 전파되는 게 아니라는 뜻밖의 주장을 들고 나왔다.

보릭 변호사의 주장은 법정에서 그냥 한 번 해보는 소리가 아니라 20여 년 동안 에이즈를 연구해온 호주의 유명한 의사들의 의견을 토대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검찰 측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보릭 변호사에게 변론의 토대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엘레니 파파도풀로스-엘레이풀로스 박사와 발렌더 터너 박사는 "퍼스 그룹"이라는 호주의 유명한 의학 연구그룹의 일원으로 20년 동안 에이즈에 대한 의학적 사실들을 뒤집기 위한 연구 작업을 해오고 있는 사람들이다.

보릭 변호사는 법정에서 존 술란 재판장을 향해 최고 법원이 이번 사건에 대해 판결을 내리려면 증거를 다시 한 번 숙고해야 할 것이라며 "에이즈 바이러스가 성관계를 통해 전파된다는 이론의 증거는 미국, 영국, 유럽, 아프리카 등지에서 나온 뛰어난 연구 논문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지금 내놓은 명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주장이나 증거는 새로운 것이 결코 아니다"면서 "사실 지난 1983년 에이즈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직후에 그런 주장이나 증거들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관련 의학계와 과학계가 이를 선뜻 믿지 못하는 반응을 보여왔을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검찰 측도 나름대로 퍼스 그룹 의학자들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한 과학적 증거들을 수개월 동안 수집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상당히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 당국자들은 지난 20여 년 동안 진행돼온 안전한 성관계에 대한 시민 교육의 중요성이 자칫 훼손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연합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