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특집] AI Native 병원, AI와 일하는 병원을 설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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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특집] AI Native 병원, AI와 일하는 병원을 설계하라
  • 병원신문
  • 승인 2026.07.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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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병원협회 창립 67주년 특집…AI 시대, 병원의 생존 전략
오성진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기획조정실장(심장내과 교수)
AI 시대 병원 경영자의 네 가지 과제
오성진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기획조정실장(심장내과 교수)
오성진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기획조정실장(심장내과 교수)

최근 병원계의 화두는 단연 AI다.

정부는 AI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의료기관 역시 경쟁적으로 AI 솔루션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체감하는 현실은 조금 다르다.

많은 병원이 AI를 도입하고 있지만, 정작 업무 방식 자체가 바뀐 병원은 많지 않다.

전자의무기록(EMR), 처방전달시스템(OCS), PACS 위에 또하나의 AI 프로그램이 얹히는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의료진은 기존 업무를 그대로 수행하면서 AI까지 별도로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현상은 의료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MIT의 기업 생성형 AI 도입 연구에 따르면, 많은 기업들이 생성형 AI 파일럿 프로젝트를 수행했지만 실제 재무적 성과로 이어진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그 원인을 AI 모델의 성능 부족이 아니라, 기존 업무 프로세스와 조직 구조를 AI 시대에 맞게 재설계하지 못한 데서 찾았다.

결국 AI 도입의 성패는 새로운 기술을 얼마나 많이 도입했는가보다, 조직이 자신의 업무를 얼마나 학습 가능하고 실행 가능한 형태로 재구성했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AI를 하나의 프로그램, 하나의 기능으로 바라봐 왔다.

필요할 때 실행하고, 업무가 끝나면 종료하는 EMR이나 OCS와 같은 도구의 연장선에서 이해해 온 것이다.

그러나 생성형 AI와 AI Agent의 등장은 이러한 관점을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 

이제 AI는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니다.

병원 안에서 함께 일하는 새로운 디지털 인력이다.

병원은 신규 직원이 입사하면 반드시 업무를 인수인계한다.

어떤 환자를 먼저 봐야 하는지, 어떤 검사를 우선 확인해야 하는지, 문제가 생기면 누구에게 연락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AI도 마찬가지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이노베이션 센터.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i-SMART 이노베이션 센터.

병원 직원이 AI를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 채용된 AI라는 신규 직원이 병원 직원의 업무를 배워야 한다.

이때 AI가 인수인계받아야 할 것은 병원의 경험과 의사결정 방식이다.

필자는 이를 ‘AI를 위한 디지털 업무 인수인계장’, 곧 컨텍스트(Context)라고 부른다.

같은 환자라도 병원마다 진료 방식이 다르고, 같은 질환이라도 치료 전략은 갈린다.

응급실의 판단 기준과 병동의 판단 기준이 다르고, 보험심사 부서와 간호부의 일하는 방식이 다르다. 이 병원 고유의 경험과 노하우, 의사결정 방식이 바로 AI가 배워야 할 컨텍스트다.

그동안 병원들은 AI 개발을 위해 데이터를 모으는 데 집중해왔다. 

데이터는 여전히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제 충분하지 않다.

에이전틱 AI 시대에 AI가 업무를 익히려면 ‘무엇을 했는가’를 넘어 ‘왜 그렇게 했는가’를 이해해야 하는데, 이 ‘왜’는 정제된 데이터셋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다. 

그동안 빠져 있던 층(層)이 바로 컨텍스트다. 

따라서 미래 병원의 경쟁력은 데이터베이스의 규모만이 아니라, 얼마나 풍부하고 체계적인 컨텍스트를 보유했는가에 의해 갈릴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핵심 질문도 “어떤 AI를 병원에 도입할 것인가?”가 아니라, “AI가 병원 업무를 배울 수 있는 병원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로 바뀌어야 한다.

AI Native 병원은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된다.

AI Native 병원은 AI를 ‘사용만 하는’ 병원이 아니다.

AI가 병원의 업무를 학습하고 수행하도록 설계된 병원이다.

업무가 구조화되어 있고, 경험과 노하우가 자산으로 축적되어 있으며, AI가 지속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병원이다.

이를 위해 AI 시대 병원 경영자에게는 네 가지 과제가 있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스마트병동.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스마트병동.

첫째, 업무를 구조화해야 한다. 

대부분의 병원 업무는 아직도 사람의 머릿속에 있다.

예를 들어 타과 협진을 요청할 때, 숙련된 전공의는 환자의 활력징후와 최근 검사 추이를 먼저 확인하고, 협진의 시급성을 판단해, “○○ 소견으로 즉시 협진 바랍니다”와 같은 정형화된 표현으로 요청한다. 

그러나 이 일련의 판단 과정은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다. 머릿속 절차를 ‘어떤 상황에서 → 무엇을 먼저 확인하고 →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 → 어떻게 표현하는가’의 형태로 밖으로 꺼내 명시화하는 것이 구조화다.

AI가 업무를 배우려면, 병원이 먼저 자신의 업무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컨텍스트를 자산화해야 한다.

구조화가 암묵지를 명시지로 꺼내는 일이라면, 자산화는 그것을 재사용하고 갱신하며 관리할 수 있는 형태로 올려두는 일이다.

한 사람의 경험이 한 번 정리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자산으로 축적되고 갱신되어야 한다.

앞으로 병원의 경쟁력은 데이터의 양만이 아니라, AI에게 얼마나 풍부하고 살아 있는 컨텍스트를 제공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셋째, AI Agent 운영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미래 병원에는 진료기록 작성 Agent, 협진 Agent, 환자교육 Agent, 보험청구 Agent, 품질관리 Agent 등 수많은 AI Agent가 함께 일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종류가 아니라 운영이다.

사람 신규 직원이 수습과 평가를 거쳐 정식 업무에 투입되듯, AI Agent에게도 초안에서 검토와 검증을 거쳐 발행·배포되고, 성능이 떨어지면 폐기되는 생애주기가 필요하다.

누가 만들고, 무엇으로 평가하며, 어떤 피드백으로 개선하고, 언제 내릴 것인가.

이 운영체계가 없으면 Agent는 늘어나도 관리되지 않는 그림자 조직이 된다.

넷째, AI와 인간의 역할을 재설계해야 한다. 

반복 업무와 정보 정리는 AI가 맡고, 인간은 판단과 책임, 공감과 소통에 집중해야 한다.

의료진의 역할은 정보를 찾고 입력하는 사람에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으로 옮겨갈 것이다.

또한 AI를 ‘사용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AI를 ‘지속적으로 교육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신규 직원이 교육과 평가로 성장하듯, AI 역시 현장의 피드백으로 학습하고 발전해야 한다.

산업혁명 시기에 살아남은 것은 증기기관을 가장 먼저 들여온 기업이 아니었다.

증기기관에 맞게 조직과 생산 방식을 바꾼 기업이었다.

AI도 마찬가지다.

AI를 가장 많이 도입한 병원이 아니라, AI를 중심으로 업무와 조직을 재설계한 병원이 미래의료를 주도할 것이다.

결국 AI 시대 병원 경영자의 역할은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다.

AI가 병원 직원의 업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병원 직원이 AI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AI가 병원 직원의 업무를 배우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AI Native 병원의 본질이다.

“우리 병원은 AI를 사용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우리 병원은 AI와 함께 일하도록 설계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이 AI Native 병원 경영의 출발점이다.

오성진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기획조정실장(심장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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