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규 회장, “물가 및 인건비 상승에 적절한 인상 기대했지만 아쉬워”
공급자 단체들, 건보공단에 환산지수계약 구조 개선 촉구 한목소리 내
“병원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올해 협상에 거는 기대가 컸습니다. 그러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에 아쉬운 마음이 클 뿐만 아니라 회원 병원들에게 무척 죄송할 따름입니다.”
대한병원협회(회장 이성규)가 2026년도 수가협상(요양급여비용계약, 환산지수계약)을 마무리하면서 깊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병원 현장의 고충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협상 결과에 대해 회원 병원들을 향해 송구함을 전함과 동시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정기석)의 재정 관리 책임과 보험자로서의 역할을 함께 강조하며 향후 제도 개선을 촉구한 것이다.
이성규 병협 회장은 6월 13일 열린 ‘2026년도 요양급여비용계약 체결식’에서 올해 협상 과정 및 결과에 대한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 5월 31일 병협 수가협상단은 병원 유형 인상률 2.0%(저평가 행위 항목 재정 투입 0.1% 포함)에 타결 도장을 찍었다.
올해 SGR 모형에서 역대 최고 순위인 2위를 기록한 병원 유형이었던 만큼 ‘1.9%+1.0%’라는 인상률은 두고두고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
당시 유인상 병협 수가협상단장도 타결 직후 가진 백브리핑에서 대승적으로 타결하긴 했으나 현재 병원계가 처한 극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 병원 종사자들의 노고를 채우기에 부족한 인상률이라며 서운함을 감추지 않은 바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병원 유형은 2020년 코로나19에 이어 2024년 의대정원 증원으로 인한 의정 갈등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진료비가 급격히 감소했고, 이에 올해 SGR 모형에서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3위인 치과 유형 2.0%와 인상률이 동일하고 4위인 한방 유형 1.9%와는 0.1%p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SGR 2위의 자리가 무색한 결과가 나왔다.
매번 SGR 모형 순위에서 하위권을 도맡았던 병원 유형으로서는 오랜만의 상위권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볼멘소리가 나올만한 이유다.
SGR 모형 순위가 무시된 것은 아니나 사실상 2위 같지 않은 2위로 2026년도 수가협상을 끝내게 된 병원 유형이기에 건보공단에 대한 서운함과 아쉬움은 당연지사.
이날 체결식에 참석한 이성규 회장의 인사말에도 이런 감정은 짙게 드러났다.
이성규 회장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요양급여비용계약을 위해 애쓴 정기석 이사장과 한 달간 밤을 지새우며 큰 노력을 한 김남훈 급여상임이사, 박종헌 급여관리실장, 박지영 보험급여실장, 전영숙 수가계약부장 등 협상 실무진들에게 감사 인사를 먼저 전하면서 인사말의 운을 뗐다.
하지만 협상 결과에 대해서만큼은 냉정한 평가를 내린 이성규 회장이다.
이성규 회장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의정사태는 필수의료를 제공하던 병원에서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 인력의 이탈로 이어졌고, 진료 수입은 큰 폭으로 감소한 반면 지출은 오히려 증가해 현재까지도 원활한 의료 서비스 제공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병원계는 필수의료 인력 확보를 위한 비용 증가와 물가·인건비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다시 말해 병원들은 진료 공백을 막기 위해 현장을 지켜낸 의료 인력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제공해야 했고, 이로 인해 인건비 지출이 크게 상승했지만, 이번 수가협상 결과는 이 같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성규 회장은 “병원계는 금번 수가협상에서 의료현장의 부담을 완화하고 필수의료 인력 확보에 필요한 환산지수 인상을 기대했다”며 “그러나 현장의 요구를 충족하고 회원 병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에는 한없이 부족한 결과에 회장으로서 송구한 마음이 크다”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어 “연이은 국가 의료 위기 속에서도 병원들은 비상 경영 체계를 가동하면서 고용을 유지하고, 정부 정책 추진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했을 뿐만 아니라 적정 의료 제공을 위해 사회적 책무도 성실히 수행해왔다”며 “그럼에도 매년 반복되는 수가협상에서는 이러한 역할이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병원계의 피로감과 실망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보험자인 공단의 역할에 있어서도 균형이 필요하다는 게 병협의 주장이다.
건보공단은 재정관리에 대한 책임이 존재함과 동시에 유일한 보험자로서 적정한 재정지출을 통해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책임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보험료 동결, 경기침체, 인구 고령화, 정책 변화 관리 등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려는 자세는 인정하나 이는 과거에도 존재했던 지속적 변수라는 점에서 지나친 재정 보수주의만 고수할 게 아니라 필수의료 확충과 병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적극적 활용으로의 방향 전환이 시급하다는 뜻.
이에 따라 병협은 앞으로의 수가협상 방향성으로 △병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적극적인 재정 투입 △협상 방식의 근본적 개선 △수가 산출 모형(SGR)의 현실 반영 등을 제시했다.
이 회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한 삶을 위해 더 늦기 전에 필수의료 확충과 이를 제공하는 병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적극적인 재정 활용을 위한 큰 진전이 있길 당부한다”며 “여전히 깜깜이 협상이라 불리는 투입 재정에 대한 사전 공개를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SGR 모형의 지속적인 개선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끝으로 그는 “현재 건보공단이 진행 중인 환산지수 산출 및 구조 개선 연구가 각계의 의견이 조화롭게 반영돼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부언했다.
다른 공급자단체들 또한 충분한 수가 보상과 재정 지원, 수가협상 구조·모형 개선 등을 건보공단 측에 촉구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재정운영위원회의 추가소요재정 결정만을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방식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어 국민은 물론 공급자인 의료인들에게도 피로감과 허탈감을 안겨주고 있다”며 “이제는 협상의 본질적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비생산적인 협상의 틀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박태근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은 “이제는 보험자가 설정된 밴드 안에서 협상이 반복되는 현 수가 결정 구조를 넘어 보다 본질적이고 현실적인 제도 개선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 회장도 “올해는 지난해 의정 갈등의 여파로 SGR 모형의 불균형이 발생했고, 한의는 예전과 유사한 진료량에도 불구하고 하위권으로 분류돼 협상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향후 의료 환경의 변화에 따라 또다시 발생할 수 있는 일이므로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권영희 대한약사회 회장은 “협상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던 장기 처방 고착화, 의약품 수급 불안정으로 인한 약국의 의약품 관리 업무 및 비용 부담 증가 문제에 대해 개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 정기석 이사장은 전공의 집단행동 등 의료계의 특수한 상황에서도 환산지수 인상률 순위 적용 원칙을 지켰고 특히, 치과와 한의 유형에 대해 보장성을 강화하고 수가 정책 지원이 이뤄질수록 부대의견을 협의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는 2026년도 수가협상이었다고 자평했다.
정 이사장은 “지난해에 이어 병·의원 유형 쪽은 저평가된 행위 항목의 환산지수와 상대 가치 점수를 연계하는 조정을 통해 수가 불균형을 정상화하는 과정을 반복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며 “유형별로 균형점을 찾고 가입자와 공급자 간의 간극을 줄여나가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라고 역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