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근무환경개선, '사각지대' 의사들과 함께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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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근무환경개선, '사각지대' 의사들과 함께 가야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3.04.18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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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근·정춘숙·신현영 의원, MZ 세대 보건의료인력 근무환경개선 토론회 개최
전공의법 이후 대체인력인 전임의 및 교수 등의 번아웃 심각성에 공감대 형성
의사수급, 필수의료, 보험수가 등 복합적 문제…정부 지원 필요성에 한목소리

전공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전공의 근무환경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의사들의 노동여건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단순히 전공의 근무환경개선에만 초점을 맞춰 제도를 보완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의사수급, 필수의료, 보험수가, 수련병원경영 등이 모두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문제인 만큼 모든 직역의 의사가 공감하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

이는 전공의법 이후 대체인력마저 번아웃에 이르고 있는 현실을 타개해야만 진정한 의미의 전공의 근무환경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더불어민주당 인재근·정춘숙·신현영 국회의원은 4월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MZ 세대 보건의료인력 근무환경개선 토론회’를 통해 의사 인력의 근무환경 현실을 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날 토론자들은 ‘수련’과 ‘근로’라는 이중적 지위에 놓인 전공의의 특성상 완벽한 개선 방안을 도출하긴 어렵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한석문 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임상강사(젊은의사협의체 보건정책위원회 위원)는 “생명에 직결되는 필수의료과는 전임의 과정이 필수이기 때문에 전임의의 업무 가중은 필수의료 분야 인력의 이탈 현상과도 관련이 높다”며 “분과별 전임의 숫자, 근무형태 및 강도, 노동 관련 문제 발생 여부 등에 대한 조사는 전무해 과거 전공의법 이전에 전공의들에게 발생한 비극이 재발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전공의 근무환경개선을 전공의들만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전공의법 시행 이후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연착륙에 실패하면서 상급연차 전공의, 전임의(임상강사), 교수 등이 업무를 분담하며 생긴 번아웃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게 한석문 임상강사의 주장이다.

한 임상강사는 “전공의법 개정 이전에 전문의 인력 채용 등 대체인력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임상강사 및 교수 등 전공의법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직역들의 근무여건에 대한 조사 및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실제로 이영미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교실 교수가 국내 의대 교수를 대상으로 시행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30.4% 이상이 주당 80시간 근무를 했으며 우울감을 호소한 응답자는 38.4%, 자살까지 고려한 응답자는 8%에 달했다.

이 중 66.3%의 응답자가 과도한 근무시간이 원인이라고 답했다.

김상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감사(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외과 교수)는 “필수의료분야의 전공의가 급감하면서 교수들의 당직이 늘어나 근무 피로도가 상승, 해당과 전문의까지 감소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운영위원도 “근로기준법의 적용 문제는 전공의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적용 제외나 특혜 등 차별과 예외로 인해 정당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권리 옹호라는 관점에서 사회적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토론회의 발제자들도 일부 동의하거나 공감을 표한 부분이다.

강민구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전공의법의 안정적인 연착을 위해서 장기적으로 의료인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시범사업 및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며 “의과대학 지역인재 전형 및 공공임상교수 확보를 통한 지역의료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형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전공의 근무시간은 노동자로서의 건강권을 위한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데, 이들의 줄어든 근무시간이 다른 쪽에 전가되는 그림이 그려지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전공의법 제정 이후 수련병원의 수련규칙 미준수율이 지속 감소하고 있다는 조사도 있다.

유희철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장(전북대학교병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수련환경평가 시 조사된 병원별 8개 수련규칙 미준수율은 2018년 39.8%에서 2021년 7.5%로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연차 휴가 미준수는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해당 결과는 수련환경평가에서 수련병원 단위의 미준수 건수를 확인하는 조사 방식으로 산출된 결과이기 때문에 전공의 각자가 체감하는 수준을 조사한 내용과 차이가 있고 전공의별 또는 전문과목별 격차가 있다고 전한 유희철 위원장이다.

유희철 위원장은 “전공의들의 기대한 수준에 미치지 못할 수 있어도 수련규칙 이행을 위한 현장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확인 가능하다”며 “전공의 수련규칙 위반, 폭언 및 폭력, 성희롱 등을 사유로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제기된 민원의 경우 2017년 이후 매년 감소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구성될 수평위 분과마다 그 전문성에 따라 각각 필요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토론자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없이는 전공의 근무환경개선 나아가 다른 보건의료인력들의 노동권조차 보장할 수 없다며 정부의 관심과 노력을 촉구했다.

김형렬 교수는 “전공의 근무환경개선이 더딘 이유는 의사수급, 보험수가, 수련병원경영, 필수의료 등 복합적인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라며 “전공의 수련 비용의 국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유희철 위원장도 “전공의 수련제도는 수련시스템에서만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적지 않다”며 “수련시간 등 전공의 근무환경 개선과 양질의 수련의 질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 의료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유 위원장은 이어 “지난 수평위에서도 수련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며 “전문과목학회와 함께 교과과정 체계화를 위한 연구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상걸 감사는 국가가 △인턴과정 필수의료 수련 포함△필수의료 진료과 수련 후 일반의 수련 기간 비용 부담 △필수의료 수련 기간 1년 중 3개월은 지방 공공의료원에 파견 수련 지원 △다른 진료과 수련 시 전문의 자격 제공 등을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 감사는 “인재들이 의대에 진학하고 있지만, 정부는 병원이 이들의 수련 비용을 부담하도록 방관해 결국 우수 인력이 필수의료가 아닌 피부 미용 등으로 빠져나가 버리는 상황”며 “수련병원들은 입원전담의를 고용할 여력이 없고, 교수 월급보다 1.5배를 더 줄 만큼의 여유는 더더욱 없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근로여건 개선을 목표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남겼다.

이기욱 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 사무관은 “지난 1월 필수의료지원대책을 발표하면서 수련강화 등에 대해서 논의하고 관련 협의기구를 구성했다”며 “수평위와 전공의수련정책협의체도 운영하고 있고, 향후 다양한 회의체를 통해 수련교육 내실화 등을 위한 현장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무관은 “여기에 더해 전임의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통로 마련을 검토하겠다”며 “수련환경 문제는 한두 가지 원인이 얽혀 있는 게 아니니 여러 전문가의 논의를 토대로 정책적인 검토와 개선방안이 도출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부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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