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새해 다짐, 새해 소망을 이야기하는 일이 어색해졌다.
새해뿐 아니라 생일이며 크리스마스며 기념할 만한 날들을 뭐가 대수냐고 무시하고 넘어갔다.
어떤 날을 기점으로 다짐을 하고 목표를 정하는 따위의 일들은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게 마련이라 그저 목표가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지내는 것이 미덕인 줄 알았다.
20대의 눈에는 한참 나이 많은 아저씨지만 사회에서는 꼬마 취급을 받는 애매한 나이에 현실적인 어른이 다 된 척 허세를 부리고 싶었던 걸까.
그래서 새해 소망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딱히 소망하는 것이 없는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바라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무엇인가 바란다는 것은 언제나 가슴 설레는 일이다.
작심삼일이어도 좋고 이루지 못해도 상관없다.
술술 풀린 한 해를 상상하며 잠시 잠깐 행복해지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새해 소망을 빌고 다짐을 하며 바라는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지리라고 진심으로 믿는 바보는 없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소망하고 다짐하는 것은 잠깐의 행복을 느끼고 그 힘으로 다시 1년을 시작하고자 하는 지혜인가보다.
나는 2023년에 목표하는 스케이트보드 트릭을 다치지 않고 성공할 수 있기를, 좋은 집을 구해서 문제없이 독립할 수 있게 되기를, 어머니의 발 건강이 회복되기를, 머지않은 코로나의 종식이 하루라도 앞당겨지기를, 우리 병원을 찾는 모든 환자분이 치유되고 평안을 찾기를 바란다.
새해 소망을 물어봐 준 병원신문 덕에 2023년은 시작도 전에 설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