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협상 제도개선의 큰 장벽, 재정위와 건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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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협상 제도개선의 큰 장벽, 재정위와 건정심?
  • 정윤식 기자
  • 승인 2022.12.15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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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건강보험 수가협상 제도개선 방안 마련 위한 국회 토론회 개최
김양균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재정위와 건정심 기능·역할 재배치 대안 다수 제안
조정호 의협 보험이사, 재정위 공급자 참여 및 별도 중재 기구 마련 필요성 강도

요양급여비용계약(수가협상) 제도개선의 첫 단추는 협상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재정운영위원회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기능·역할 재배치라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는 의료계가 아닌 경영학 전문가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 및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동 주최, 대한의사협회 주관의 ‘건강보험 수가협상 제도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12월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는 매년 5월 결정구조의 합리성과 결과의 적정성을 두고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수가협상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무엇인지 이해당사자 및 전문가들의 중지를 모으기 위해 개최됐다.

특히 경영학 박사의 눈에서 바라본 수가협상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많은 눈길이 쏠렸다.

발제를 맡은 김양균 경희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수가협상 제도개선에 있어서 국민건강보험법의 개정 없이 현행 방식을 유지하는 방법과 법률개정이 필요해 현행 방식을 변화시켜야 하는 방법 두 가지로 나눠 대안을 각각 제안했다.

두 방법 모두 공통적인 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소속된 조직인 재정운영위원회(재정위)와 보건복지부장관 소속 위원회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의 기능·역할을 일부 재배치한다는 데 있다.

현행 방식을 유지하는 대안에 따르면 우선, ‘국민건강보험법 제32조4항 재정위의 운영 등에 관해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를 적용해 재정위에 공급자 단체가 추천하는 공익위원을 2~3명 배치한다.

이를 통해 수가협상 시 가입자의 제시안과 공급자의 제시안을 함께 고려해 협상 영역을 확대하자는 것인데, 조정자 역할은 건정심에 맡기자는 입장이다.

아울러 김 교수는 이해하기 복잡하고, 자료원과 지표에 타당성 문제가 있으며 실효성 탓에 불필요한 갈등을 야기해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는 ‘지속 가능한 목표진료비 증가율(Sustainable Growth Rate, SGR) 모형보다는 재정위 또는 건정심에서 이해하기 간단하고 예측력이 높은 지표를 활용한 모형을 개발·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법률을 개정해 현행 방식을 변화시키는 대안은 좀 더 구체적이다.

먼저 수가의 심의·의결은 건정심에서, 계약협상은 재정위에서 수행하도록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현행 재정위의 수가 심의·결정 과정은 협력과 소통에 한계가 있으니 합의만 이뤄진다면 재정위와 건정심의 기능에 대한 간단한 수정만으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재정위가 수가 인상율을 제출하면 이를 바탕으로 여러 상황 등을 고려해 미국과 같이 국회에서 결정하거나 건강보험 재정 기금화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김양균 교수는 “국회에서 결정된 인상률을 그대로 적용할지 추가적인 계약 협상을 진행할지는 논의가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는 의료기관 당연 지정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대로 적용해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만약 추가적인 계약 협상이 필요하다면 재정위가 하도록 하되, 이때의 수가 인상률은 별도의 기구를 신설하거나 건정심을 활용하는 게 좋아 보인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이어 “여기서 개념을 더 넓혀 국회에서 인상률과 관련된 지표의 개발 및 선정에 참여하고, 자료의 활용은 국회 제정예산처 수행하도록 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며 “가입자의 관점에서 탈피해 다양한 관점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언했다.

현행 방식을 변화시키는 대안에는 수가 인상률 결정 기간을 2년으로 변경하자는 주장도 포함됐다.

김 교수는 “수가 인상율을 매년 결정하기보다는 2년의 중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2년 주기를 원칙으로 정하고 이 기간 중 건보공단·가입자·공급자가 참여한 조사 합의 기구를 만들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 △부대조건 및 계약 협상 결렬 시 주어지는 벌칙(penalty)을 공급자 전체의 책임이 아닌 이상치를 만드는 공급자를 대상으로 실시한다 △공급자와 이용자 모두에 대한 개인 책임을 강화한다 △집단 접근 방식에서 탈피한다 △협상 당사자를 변경한다(대한의사협회→대한개원의협의회) △협상 유형을 세분화한다(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요양병원 등) △가산제도 개선 등을 기타 개선방안으로 제안한 김 교수다.

대한의사협회가 바라보는 재정위와 건정심에 대한 시각도 김 교수의 제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불공정한 협상구조를 탈피하려면 협상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에 걸맞게 상호의견을 조율하고 협의를 이루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

조정호 의협 보험이사는 “재정위에 공급자 위원을 참여시키거나 위원회 기능을 축소해 건보공단에 실질적인 협상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며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에 재정위 위원을 참여하도록 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물가인상률과 최저임금 등 객관적 상황을 감안한 기본 추가소요재정(밴드) 규모를 설정하고 그 외 인상률에 대해서는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에 재량권을 부여하는 이원화 체계, 재정위의 협상 전 밴드 규모 및 결정근거 공개 체계 등도 조정호 이사의 요구사항이다.

조 이사는 “밴드 규모는 최소 협상 전까지 결정해 협상 기한을 준수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며 “협상 과정 중에 공급자단체와 재정위 간 논의 자리를 통해 양측의 입장을 이해하는 기회를 마련하자”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협상 결렬 시 건정심 심의·의결 전 중재기구를 통한 중재과정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중재과정을 위해 공급자 및 가입자가 동수로 추천하는 보건의료전문가로 구성한 별도의 중재기구를 신설해 최종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며 “건정심은 중재기구를 통한 합의안 도출 시 그대로 의결하고, 합의안 도출에 실패할 경우 건보공단 건정심 위원을 제외한 후 표결 절차로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12월 15일 오전 제도발전협의체 회의를 통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기존 SGR 모형을 대체할 4가지의 모형을 제시할 방침이다.

모형 개발 연구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박사가 맡았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남훈 건보공단 급여보장실장의 설명에 따르면 신 박사가 제안할 4가지 모형은 △고령화 및 국민의 소득탄력을 반영한 GDP 반영 모형 △의료현장의 인건비·관리비·재료비 등의 지출 비율이 고려된 의료물가지수 반영 모형 △독일 연방정부가 사용하는 GDP 모형 △GDP 모형과 의료물가지수를 비교하는 모형으로 나뉜다.

김남훈 실장은 “12월 15일 제도발전협의체에서 제시된 4개의 모형을 두고 의견 수렴이 진행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제도발전협의체를 활성화해 의료현장의 경영상황이 반영되고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 재정이 담보되도록 합리적인 수가협상 제도를 만들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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