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획] 나는 코로나19 전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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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획] 나는 코로나19 전사다
  • 병원신문
  • 승인 2021.03.1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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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7 면회 작전”
경희대병원 병동간호1팀 서현기 팀장
서현기 팀장
서현기 팀장

전염력이 끝내주는 코로나19는 가족관계까지 파괴시키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가족은 물론 친구, 직장동료, 종교단체, 식당, 카페를 넘어 오픈된 광장에서도 옆 사람, 그 옆과 그 다음 옆 사람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바이러스를 전파시킨다. 비행기도 타고 해외에서 날아오고, 버스도 함께 타고, 전철도 타고, 도대체 못 가는 곳이 없다.

그 덕분에 코로나19 환자의 가족은 환자를 면회를 할 수도, 임종을 지켜줄 수도 없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을 함께하지 못하는 죄책감에 남겨진 가족들은 괴로워한다.

먼 발치에서라도 면회를 할 수 없냐는 간절한 전화문의는 음압격리병동 간호사실과 해당 보건소의 업무가 어려울 정도로 수십, 때론 수백 통이 넘게 온다.

코로나19 음압격리병실의 가장 잊을 수 없는 007 면회작전이 있었다. 임종을 앞둔 환자의 자녀분들은 모두 환자와 밀접 접촉자로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게 해달라는 간곡한 부탁과 안타까운 상황에, 자녀분이 거주하는 의정부 보건소, 환자가 입원해 있는 동대문구 보건소, 본원 감염관리팀, 음압격리병동 간호사실은 어렵게 면회를 결정하고 진행하게 됐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의정부보건소 담당자는 Level-D 보호복으로 무장을 하고 아드님과 따님의 가정을 각각 방문, 미리 철저하게 교육한대로 LEVEL-D보호구를 입히고, 이동을 하면서 실시간으로 도착시간을 알려왔다.

도착한 보호자는 코로나19 환자전용 엘리베이터로 이동, Gown, N95 Mask, Shoe cover를 하고 병실 앞 전실까지 이동하였다. 환자와 접근할 수 있도록 허락된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가서 유리벽 면회를 하였다. 만질 수도, 목소리를 들려줄 수도 없어 보호자들은 하염없이 흐느꼈고, 모니터로 이 모습을 바라보던 우리들도 울고 있었다. 짧게만 느껴지는 야속한 5분의 유리벽 면회를 마치고 1차 보호구를 제거하고 안면보호구까지 철저하게 갖춘 총무팀 직원의 안내에 따라 외부까지 이동하였다. 눈이 아프도록 번쩍대는 앰뷸런스 불빛을 핑계 삼아 보호자는 또 눈물을 쏟아 냈다.

2m 떨어진 위치에서 큰소리로 보호구 탈의순서를 알려주는 의정부 보건소 직원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는 단단한 안전장치 같이 느껴졌다. 보호구를 탈의하고, 미리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마스크를 착용, 알콜로 소독한 폐기물박스와 앰뷸런스에 동승하고 떠나는 것으로 007작전 같은 면회는 종료되었다. 실시간으로 이동동선을 알려오고 철저하게 준비된 감염관리 시나리오대로 잘 짜여진 연극을 하듯 면회를 무사히 마쳤다.

앰뷸런스가 떠날 때까지 배웅하였다. 진짜 앰뷸런스의 불빛은 우리들 눈까지도 아프게 했다.

“ 얼마나 마음이 아프셔요, 어머님은 저희가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

“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면회를 허락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하며, 보호자분들은 몇 번씩 허리 숙여 인사를 했다. 그러나 여느 때처럼 위로의 손도 잡아 줄 수가 없었다.

이 심술쟁이 고약한 코로나19는 간호사의 최대 무기인 위로의 방법까지도 바꾸어 놓았다.

새벽 세 시 007 면회작전의 환자분은 임종하셨다. 마치 가족들을 봤기 때문에 이젠 편히 쉬겠다는 생각을 한 듯...

코로나19 밀접접촉자로 자가격리 중이던 보호자분들이 어머니의 마지막을 함께하지 못하는 죄책감에 간절하게 바랐던 면회는 의정부 보건소와 동대문구 보건소, 본원 감염관리팀과 음압격리병동 간호팀, 총무팀의 협력이 아니었다면 이루어질 수 없었다.

우리는 코로나19로 많은 일상을 잃었다.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는 마음도 유리벽 너머로 밖에는 전할 수가 없게 되었고, 슬픔 조차도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야하는 지금이 모두에게 참 힘들다.

어느 날 음압격리병실로 택배가 도착했다는 안내센터 연락을 받았다. 두 번째 임종하신 분의 자녀분들이 보내온 상자였다. 상자 맨 위에는 고인의 단란했던 가족사진이 들어있는 편지가 있었다.

“ 故 000님 자녀일동

000님을 치료하고 돌봐주셨던 의료진께 감사드립니다. 아무쪼록 환자분들을 치료하시는데 건강 잃지 않으시길 기도드립니다. 감사드립니다. ”

가족들이 모두 환하게 웃고 있는 가족 사진 위에 ‘감사드립니다’라고 크고 진한 글씨로 씌어 있었다.

이처럼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지친 의료진도 응원편지를 받으면 견뎌내는 힘이 생긴다. 슬픈 경험 속에서의 기억과 함께 고사리 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 등 감동스런 일들이 종종 생겼다. 평소라면 겪기 어려운 경험이 아닌가 싶다.

Thank Doctors and Nurses 감사합니다.

Thank you! We are healthy. I love you Doctors and Nurses!

Thank you! We are safen, We are healthy. We are happy

Doctors I love you

Nurses I love you

동대문구 SDA 킨더레스트 영어유치원 원아들이 고사리 손으로 알록달록한 색지에 그림도 그리고 꽃도 붙이고, 삐뚤삐뚤하지만 연필로 꼭꼭 눌러 쓴 사랑의 글씨에 오랜만에 빵 터지게 웃었다.

서툴지만 응원의 마음이 듬뿍 들어있는 중학생들의 편지도....

음압병실 근무자에게 꼭!꼭!꼭! 전해 달라는 간식, 얼음조끼, 얼음넥 칼라 등.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이렇게 큰 응원을 받은 적이 있었나? 생각해 본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가 기특하다고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다.

위기에 잘 대응하고 있음을,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이지만 보호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면회를 진행했음을, 2시간 근무하고 휴식한다는 규칙이 환자상태가 나빠질 때면 여지없이 지켜지지 않음을, 보호구 착용 시 서로를 꼼꼼히 챙기는 동료들을.

우리는 오늘도 멋진 간호사고 내일도 계속 계속 멋질 작정이다... <끝>

 

<글 실은 순서>

1. “슬기로운 코로나19 음압병실 생활”

2. “ VENT, CRRT 음압병실에 중환자실을 옮겨 놓다”

3. “ 007 면회 작전 ” : 자가격리 보호자의 마지막 면회

사망자 가족이 보내온 감사의 글

고사리 손으로 보내온 격려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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