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 출신 인사가 식약청 발목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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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청 출신 인사가 식약청 발목 잡는다
  • 윤종원
  • 승인 2006.04.2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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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청이 그간 카피약의 약효 시험자료가 조작된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이제 와서 뒤늦게 적발해낸 것은 왜일까.

카피약이 오리지널약과 약효가 같음을 입증하는 이른바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시험은 의약분업 이후인 2001년부터 본격 시행됐다.

생동성 시험이 실시된 지 벌써 5년이 넘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식약청은 2003∼2005년 의약품의 생동성 시험에 대해 130여건에 걸쳐 실태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식약청은 당시 어떤 문제점도 발견하지 못했다.

식약청은 "시험기관들이 고도의 컴퓨터 조작기법을 이용했기 때문에 찾아내지 못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와 약업계 주변에서는 식약청이 식약청 출신 퇴직 고위 인사를 의식한 나머지 시험기관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다. `제식구 감싸기"를 하다보니 빚어진 일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번에 시험결과를 조작하거나 조작한 혐의가 짙은 43개 의약품 중 16개 카피약을 시험한 바이오기업 랩프런티어와 4개 카피약을 시험한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이하 의수협) 부설 생동성시험연구센터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의수협에는 식약청에서 차장과 독성연구소장 등 고위직을 지낸 인사들이 진출해있다.

특히 랩프런티어는 식약청 초대 청장을 지낸 박종세씨가 2000년 9월 설립한 벤처기업이다. 박씨는 현재 바이오벤처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박씨는 지난해 12월 대표직을 사임하면서 지금은 표면적으로는 랩프런티어와의 관계를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랩프런티어는 박씨가 대표로 있을 때 생동성 시험이 활성화되면서 국내생동성 시험기관 1, 2위를 다툴 정도로 성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의약품 시험결과 조작에 대한 논평을 통해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은 제약업체의 이익을 고려한 복지부와 식약청의 부실한 의약품 안전정책과 봐주기 감시,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고 몰아세웠다.

그러면서 민노당은 "조작을 많이 한 것으로 밝혀진 랩프런티어의 설립자가 전(前)식약청장이자 국립독성연구소장이었다는 사실은 의약계에도 `전관예우" 관행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들게 한다"며 정부차원의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실제로 식약청은 랩프런티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 구설수에 올랐었다.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위 문병호 의원은 "식약청이 관련 법률을 위반한 랩프런티어, 식품공업협회 부설 식품연구소, 화학시험연구원, 부산식품연구원 등에 대해 경미한 행정처분으로 업체 봐주기 의혹을 사고 있다"고 질타했다.

당시 랩프런티어 등은 수입식품 위생검사 성적서를 허위로 발급, 식품위생법 제18조의 규정에 따라 검사기관 지정 취소 사유에 해당됐지만, 겨우 업무정지 3개월의 가벼운 처분만 받았을 뿐이다.

문 의원은 "식약청이 단순착오로 판단되는 경우 행정처분을 경감할 수 있지만허위성적서 발행은 검사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안으로 식약청이 재량을 넘어 업체를 봐준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식약청 내부에서는 "식약청 출신이 도리어 식약청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볼멘소리와 함께 이번 기회에 국민의 불신을 살 수 있는 부분을 털고 지나가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식약청이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투명한 행정으로 한점의 의혹도 사서는 안되며, 이를 위해서는 특히 전직 식약청 출신 인사들에게 휘둘린게 아니냐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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