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천국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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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천국을 향하여
  • 윤종원
  • 승인 2006.04.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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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허무함 담은 천국을 향하여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지명됐던 영화 "천국을 향하여(Paradise Now)". 이 영화가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에 유대인들의 반발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고, 유대인 로비스트들이 수상을 막으려고 움직이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자살폭탄 테러로 대표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폭력문제를 다룬 이 영화는 이스라엘 관객으로부터 테러를 옹호하고 있다고 비난받았지만 어느 편에도 서지 않는 감독의 시선은 팔레스타인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천국을 향하여"의 감독 하니 아부 아사드는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인. 영화는 이스라엘 정부의 영화기금을 지원받아 제작됐음에도 중립적인 감독의 시선과 아랍어 영화라는 점 때문에 정작 이스라엘에서는 대부분의 상영관에서 개봉되지 못했다.

이스라엘에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그들의 압제와 차별정책, 절대적 빈곤 속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이 살아가는 팔레스타인의 젊은 청년들. 그들이 할 수 있는 저항이라고는 자신의 온몸을 산화시켜 이스라엘인들에게 두려움을 주는 것뿐이다.

어릴 때부터 형제처럼 자라온 자이드(카이스 나셰프)와 할레드(알리 술리만)는 어느 날 저항군의 부름을 받은 뒤 기꺼이 자살폭탄 테러에 참여해 순교자가 되기를 결심한다.

그러나 막상 폭탄 띠를 두르고 이스라엘의 텔아비브로 향하던 두 청년의 마음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게다가 자이드를 사랑하는 아름답고 지적인 여성 수하(루브나아자발)는 그들의 계획을 눈치채게 된다.

영화는 자살폭탄 테러에 나서는 두 젊은이의 내면 갈등에 포커스를 맞춰 과연 끊임없이 서로를 죽고 죽이는, 보복에 보복을 거듭하는 자살폭탄 테러라는 저항방식이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해방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묻고 있다. 또한 수하를 통해 다른 대안은 정말 존재하지 않을까도 고민한다.

"천국의 향하여"는 폭력성을 고발하는 대부분의 영화와는 달리, 잔인한 장면 하나 없이 조용한 영상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라는 민감한 관계에서 비롯된 테러와 폭력의 무모함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와는 동떨어진 소재 탓에 국내 관객에게 얼마나 공감대를 얻을지는 미지수. 특별한 사건 없이 심리묘사만으로 영화를 이끌어가는 것이 이 영화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영화 마니아가 아닌 이상 일반 관객에게 크게 어필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국내에서는 13일 개봉됐다.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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