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진료제, 유지될 수밖에 없다
상태바
선택진료제, 유지될 수밖에 없다
  • 정은주
  • 승인 2006.04.06 09: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와 병원계, "제도 폐지하면 3차 환자쏠림 악화될 것" 한목소리
선택진료제도 개선과 관련해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집중 현상을 완화해주고 의사에 대한 환자선택권 보장 측면에서 제도자체는 존속돼야 한다는 의견과 환자의 비용부담과 환자에게 실질적인 선택권이 없다는 부작용으로 인해 폐지돼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면서 한바탕 설전이 벌어졌다.

특히 대형병원 유명 교수의 경우 선택진료비를 받는 데에도 불구하고 수개월씩 환자들이 밀려 있는 현상황에서 제도마저 폐지할 경우 환자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병원계 현장의 목소리가 강한 설득력을 얻었다.

4월 5일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과 건강세상네트워크가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개최한 ‘선택진료비 폐지 쟁점과 대안 모색’ 쟁점토론회에서 병원계와 시민단체 등은 선택진료제도 개선방향을 둘러싸고 공방을 펼쳤다.


유시민 장관, 환자몰림현상과 건보재정 영향 고려할 때 "유지될 수밖에"

이날 토론에 앞서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은 축사를 통해 “의료급여 환자의 진료비가 건강보험 환자보다 많으며 의료급여 진료비가 해마다 25%씩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무상진료시 진료비 증가가 늘어날 것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지적했다.

선택진료제도는 불합리한 제도이지만 더 좋은 서비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보상제도가 없고, 폐지되면 의료전달체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경질환자도 3차로 집중될 우려가 있다는 것.

3차기관으로의 환자몰림 현상을 막아주고 폐지할 경우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면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게 복지부 입장이다. 따라서 선택진료제도는 개선되더라도 현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세브란스병원 박창일 원장은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의료비는 미국의 1/10에 해당하는 수가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병원들이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는 데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박창일 원장, 환자쏠림 완화하고 병원 재투자 위해선 폐지되면 안돼

박 원장은 “선택진료비가 지난해 수익의 1.5%를 차지했으며, 이는 병원의 운영비로 사용돼 각종 의료기기 구입, 의과대학 지원 등으로 사용됐다”며 “제도폐지로 수익이 악화될 경우 재투자 여력도 없으며, 의료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어떤 의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의료서비스의 질이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시민단체 주장에 대해 “예를 들어 오랜 경력을 가진 교수와 30년 제자인 전임강사가 진료할 때 어떻게 의료의 질이 똑같냐”며 추가비용 부담이 없다면 경험있는 유명 교수에게 환자가 몰리지 않겠냐라고 반문했다.

박 원장은 선택진료제도가 병원 수입체계의 왜곡을 초래했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의료기관의 경영난을 감안해 수입보전차원에서 지정진료제가 유지돼 왔고, 최근 수가고시 때에도 선택진료비용을 감안해 수가가 고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쏠림 현상을 100% 해결할 수는 없지만 이를 완화할 수 있으며, 외국에선 의과대학 교육비를 정부가 지원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병원이 지원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정 수익을 내서 시설과 인력에 재투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들어 선택진료제도 존속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동선 총장, 제도 폐지하면 의료질 저하 우려

병원협회 정동선 사무총장은 “선택진료제도가 폐지되면 의료의 질적 저하를 가져오고, 환자가 대형병원으로 집중되면 정작 대형병원에서 치료가 필요한 중증환자는 병원에 접근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며 제도가 존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선 병원관계자들도 선택진료제도와 관련한 병원계의 오명에 강한 불만과 억울함을 호소했다.
플로어 토론으로 참석한 서울대병원 한 관계자는 “병원은 약과 재료 모두 실거래가로 운영돼 일절 마진이 없고 의료비는 각종 제도나 정책으로 통제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수익을 남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며 “선택진료비를 병원운영에 사용해도 수익이 남질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반진료를 운영하지만 정작 환자들이 이용을 하지 않는 실정인데, 제도가 폐지된다면 환자가 더욱 집중되고 중소병원의 경영압박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브란스병원의 관계자는 “행위료에 따른 진료비와 선택진료비를 모두 받고 있어도 대형병원의 수요층이 많은데 제도폐지시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한 국민중에는 서민뿐만 아니라 고급서비스를 원하는 중산층도 있고, 이제는 내국인 외에 외국인도 있기 때문에 선택권의 개념과 접근을 달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임종규 의료정책팀장은 선택진료제도의 장점을 과연 건강보험에서 모두 커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복지부 내에 새로 만든 선택진료제도 개선 워킹그룹을 중심으로 폐지여부, 중장기 로드맵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