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엘니뇨 덕분에 나치 공격 모면
상태바
러, 엘니뇨 덕분에 나치 공격 모면
  • 윤종원
  • 승인 2004.10.22 08: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러시아가 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1년 겨울 기상이변을 유발한 "엘니뇨"현상 덕분에 독일 나치군의 침입을 모면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대기-기후연구소(IACS)" 연구원인 슈테판 브론니만은 영국 과학전문지 "네이처"의 최신호(10월 21일자)에 기고한 논문에서 나치군이 러시아진격을 앞둔 1941년 11월 엘니뇨 현상에 의한 혹한으로 발이 묶였다고 주장했다.

당시 혹한으로 인해 나치군의 탱크와 트럭이 얼어 붙었고 병사들은 전투의지마저 상실했다. 이에 러시아군이 반격을 나서자 나치군은 무기와 차량을 버려둔 채 퇴각했다.

브론니만 연구원은 1940년부터 1942년까지 유럽 지역의 오존 데이터와 기온 측정치를 검토한 결과 그 기간의 유럽 혹한이 과거 650년간 기후 시뮬레이션을 통해 나온 엘니뇨 현상의 기후 유형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남미 서쪽 해안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는 엘니뇨 현상이 지구를 반쯤 돌아 유럽의 겨울 추위를 몰고 왔고, 이 혹독한 날씨가 역사를 바꿨다는게 브론니만의 설명이다.

그는 "우리 연구팀의 조사 결과 2차 세계대전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유명한 1940~1942년 3년간 유럽의 겨울 추위는 강력하고 지속적인 엘니뇨 현상의 여파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브론니만의 논문을 검토한 미국 콜로라도주 불더 소재 국립대기과학연구센터(NCAR)의 선임 연구원인 윌리엄 랜덜은 "브론니만은 유럽의 당시 혹한을 포함한 자신들의 관측들과 유사한 기후유형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엘니뇨 현상이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호주, 남미 등지에서 가뭄이나 홍수를 야기하며, 북미에선 기온과 강우량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유럽 지역 기후에는 제한적인 영향만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랜덜 연구원은 "브론니만의 연구가 엘니뇨가 유럽 기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존 이론을 뒤집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엘니뇨에 의한 기후유형들은 여전히 예측 불가능한 영역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