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진료를 만나다.
원가시스템을 운영한지 어언 3년. 이제 갈렙병원에서는 수익, 원가, 손익, 이런 용어들이 낯설지가 않다. 돈 이야기를 썩 달갑게 여기지 않던 사람들이 많았지만 투자 결정에, 성과보상에, 목표관리에 적용하다 보니 많이 익숙해진 것 같다.최근 기조실장은 흉부외과 과장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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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 기획조정실장
안녕하십니까?
지난번 목표관리 워크숍에서 저희 과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진단한 결과를 알려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여러 문제점 중에 병동에서 적자가 많이 나고, 수술실 적자도 크다고 얘기해 주셔서 저희 자체적으로 간담회를 하고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만,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혹시 원가시스템에 더 자세한 자료가 있으면 좀 제공해 주시기 바랍니다.
흉부외과장 강심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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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자세한 자료라…
흉부외과 적자 원인을 살펴봤더니 병동과 수술실 적자가 커서 알려줬었는데, 무슨 자료가 더 필요하지?
곰곰히 생각해 보니 흉부외과에서 병동과 수술실의 인력과 장비를 어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껏해야 수술실에서 사용하는 일부 재료 정도를 조정할 수 있을 뿐이다. 결국 흉부외과는 진료를 통해서 수익을 창출하고, 진료에 수반되는 자원만큼 원가부담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진료와 관련된 자세한 자료, 즉 처방(수가), 환자, 상병과 관련된 정보가 필요할 것이다.
현재 갈렙병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원가계산시스템은 진료과/의사 원가계산시스템으로, 여기에는 과단위, 의사단위의 원가정보 밖에 없다. 진료 세부 내역에 해당하는 원가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별도의 시스템, 수가/환자 원가계산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6개월에 걸쳐 수가/환자 원가계산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미 진료과 원가계산시스템을 구축하며 쌓은 경험과 지식이 있던 터라 수가/환자 원가계산시스템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6개월 후]
이제 새롭게 구축된 원가계산시스템에서 산출된 정보를 분석할 시간이다. 첫 번째 분석대상은 6개월 전에 상세 자료를 요청한 흉부외과. 기획실 이예리과장은 흉부외과에서 수행하는 개별 행위수가, 환자 단위의 세부 분석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흉부외과 과장에게 전달했다.
어떤 상병이 더 수익성이 좋은지, 어떤 연령대의 환자에 원가가 더 많이 투입되는지를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들어가서 흉부외과 의사 중 수익성이 두드러지게 차이나는 두 의사(A와 B)의 환자별 손익 분포를 살펴봤다. A의사의 환자(아래 그림에서 네모)가 B의사의 환자(아래 그림에서 마름모)보다 원가가 더 많이 발생하는 상황이었다.
이어서 이 의사들이 진료한 환자 중 동일한 상병을 가진 두 명의 환자의 손익이 왜 차이가 나는지를 분석했다. A의사의 환자는 B의사에 비해 처치와 검사 등 행위 제공량(처방량)이 적어 수익이 적었고, 재원일수가 길었고, 수술실의 점유시간이 많아 원가가 많이 발생했다.자료를 한참 보던 강심장 과장이 말했다. “흥미로운 결과군요. 진료의 결과가 이렇게 환자와 수가단위의 손익으로 표현될 수도 있군요. 원가의 차이가 환자의 특성에 기인하는 부분도 있고, 의사 개인의 진료패턴에서 발생하는 것도 있어 보입니다. 환자별로 케이스를 자세히 분석하면 CP 개발에도 도움이 되겠어요.”
수가/환자 원가계산시스템에서는 개별 행위수가와 개별 환자에 대한 원가가 산출된다. 환자 원가가 산출되니 환자와 연관되어 있는 정보 즉, 상병, 지역(환자 주소지), 연령, 성별 등 다양한 원가를 동시에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정보를 통해 진료과 내부의 더욱 세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
△상병 원가: 진료과 내에서 특정 상병에 대한 선택과 집중
△환자 원가: 상병, 연령대, 에피소드 등의 복합 분석을 통한 환자특성별 수익성 분석
△지역 원가: 지역별 손익 분석을 통해 진료협력 병의원과의 관계 재정립
△수가 원가: 동일 진료과내 개별 수가의 수익성 차이 분석, 동일 수가의 진료과간 차이 분석
△상병-환자-수가(의사) 원가: 동일 상병내에서 환자간 수익성 차이 원인 파악, 수가 단위의 상세 분석(CP구성 및 서비스 시간) 또는 의사간 비교 분석(진료 패턴의 차이)을 통한 진료패턴 개선
병원원가의 최종 목적지, 수가와 환자. 진료내역에 대한 원가정보는 원가, 즉 경영이 진료와 만났다는 의미다. 이 지점부터 원가는 기획실에서 관리되는 수준을 넘어선다. 진료과에서, 의사가 해석해야 한다. 그들이 진료의 전문가이고, 진료현장의 원가정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