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도쿄 데카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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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도쿄 데카당스
  • 윤종원
  • 승인 2005.11.21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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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았던 영화가 드디어 개봉된다.

12월2일 개봉될 "도쿄 데카당스"는 작년 1월2일 제4차 일본 대중문화 개방조치에 따라 일본 성인영화 상영 기회가 주어진 후 수입 추천 심의를 첫번째로 신청했다. 그러나 파격적인 성행위 묘사 등으로 번번이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다.

3차 제한상영가 판정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지만 9월6일 4차 등급 심의에서 18세 관람가 판정을 받아 비로소 일반 영화관 상영이 가능해졌다. 모두 6차례의 심의 끝에 이 같은 결과를 얻어낸 것. 이러한 과정은 영화 심의제도에 관한 근본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했다.

"과연 어떤 영화이길래"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유명 소설가인 무라카미 류가 직접 감독한 1992년작. 일본에서 마저 파격적인 내용으로 인해 "풍속을 해친다"는 비난을 받아 일부 장면을 삭제하고서야 개봉할 수 있었던 작품.

시사회를 통해 선보인 이 영화는 우선 "1992년 작품"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든다. 벌써 14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기 때문이다. 이 시간의 차이는 당시에는 더 충격적이었을 묘사를 이젠 각종 매체를 통해 무뎌진 감각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그렇지만 또 한편 14년이 지난 2005년에도 일부에겐 관람 기회조차 박탈하려했던 데서 영화의 파괴력을 실감하게 한다.

SM(사디마조히즘, 성 행위시 가학ㆍ피가학적 행위) 클럽에서 일하는 22살의 "아이"(니카히도 미호)를 주인공으로 한 까닭에 그가 만나는 남녀는 일반적인 기준으로 볼 때 성(性)적으로 일탈된 행위를 한다.

가죽 코르셋에 하이힐 차림으로 네온이 빛나는 도시가 내다보이는 창틀에 서서 달뜬 육체를 가진 여대생이 돼달라는 야쿠자 두목, 목을 졸라야만 쾌감을 느끼는 젊은 남자, 마약 복용자, 품위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데다 시간(屍姦)을 꿈꾸는 과시형의 졸부, 마치 개처럼 복종해야만 안도감을 느끼는 기업체 사장.

섬뜩할 정도의 성 행위를 요구하는 그들은 호텔 방문을 나서면 번듯한 일본의 성공남이 돼있다.

경제적으로 윤택해졌으나 허허로운 일본인의 심리를 성적 접근방식을 통해 고발한다. 소변을 마시는 행위, 동성애를 암시하는 듯한 행동, 마약 주사, 트리플 섹스 등 일부 삭제된 장면 등이 그 표현 수위의 강도를 암시한다.

무라카미 류의 단편소설집 "토파즈" 중 네 작품을 연결시킨 이 영화의 주장은 아이보다 고급 콜걸인 사키의 대사를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다.

"돈이 많은 건 일본이예요. 하지만 자랑스럽지 못한 돈이라 사람들은 불안해서 마조히스트가 되죠."

청렴하고, 예의 바르며, 청결한 이미지는 세계 속에 당당히 내놓는 일본의 자랑이다. 이런 내심의 자랑에 정면으로 반박하며 치부를 애써 드러내 세계에 보여주려 했으니 불편한 사람들도 꽤 많았을 것.

무라카미 류는 "3편의 전작들과 달리 메이저 영화사가 제작한 영화가 아닌 저예산 영화"이며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담을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저예산 영화인 까닭에 한정된 공간에서 촬영이 진행됐고, 오히려 이는 심리적 압박감을 가져오는 효과를 거둔다. 카메라의 불안한 움직임은 그 자체로 불안한 심리를 표현하며, 영화 "마지막 황제"의 음악감독을 맡았던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은 영상과 딱딱 아귀를 맞춰간다.

이 영화가 끝날 때쯤 가슴 한 켠에서 우울한 현실에 대한 쓰라린 독백이 입밖으로 나오려 한다. 정말 우리가 사는 세계가 이토록 암담한 걸까…라는.

여전히 보여서는 안된다고 판정내려진 6분8초 분량이 삭제돼 107분 버전으로 소개된다. 18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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