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청구대행, 문케어에 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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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청구대행, 문케어에 역행
  • 최관식 기자
  • 승인 2019.03.2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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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협회와 의사협회 보험업법 일부개정(안) 철회 촉구 성명 발표
국회 검토보고서 “민간보험계약에 요양기관 법적 의무 부과 부당”

실손보험 청구대행을 강제하는 법안은 사적계약에 공적보험 체계를 활용하도록 함으로써 공공성을 저해하고, 보험금 청구 편의에 따른 가입자 확대를 부추겨 궁극적으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문케어)에 역행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 법 개정이 오로지 국민편의를 위한 취지에서 발의된 것이라면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 방법을 개선하고, 근본적으로 합리적인 보험상품 개선을 통해 충분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반박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한병원협회와 의사협회는 3월28일 ‘국민 편의 가장하여 국민 불편 초래하는 실손보험 청구대행 법안 개정안 즉각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통해 국회 고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보험업법 일부개정(안) 철회를 촉구했다.

고용진 의원은 실손의료보험의 특성상 보험금 청구가 빈번하고 보험금 지급을 위한 서류를 보험회사에 제출하는 절차가 번거로워 이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아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이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개정안은 보험계약자 등이 요양기관에게 진료비 계산서 등의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요양기관이 그 요청에 따르도록 하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해당 서류의 전송 업무를 위탁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개정안에 대해 병협은 보험가입자와 보험사 간 사적 보험계약 과정에 아무 관련이 없는 제3자에게 ‘보험금 청구 간소화’라는 명분으로 병원에 일방적으로 행정 부담을 전가하는 데 대해 반대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

따라서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위한 간편시스템 개발·확대를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병원에서 발행하는 진료비 영수증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보험금 지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협은 보험사업자가 병원과 환자에 대한 불신으로 보험금 지급을 최소화하고자 영수증뿐만 아니라 세부내역서, 진단서, 소견서, 진료기록부 사본 등 각종 증빙서류 제출을 통한 심사강화에 주목적이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자동차보험의 경우 2013년 7월 심사평가원의 심사위탁 이후 교통사고 환자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일방적인 심사지침을 적용함에 따라 일선 병원에서 교통사고 환자 기피현상이 발생, 보험가입자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민간 실손보험 사업자의 편의증진이 결국 실손보험 가입자 확대로 이어져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부추겨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통해 ‘모든 의학적 비급여는 건강보험이 보장한다’는 정책을 통해 비급여의 급여화를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다.

건강보험이 의료비 부담 완화를 꾸준히 추진 중인 상황에서 실손보험 가입자 증가는 결국 민간보험사 수익 증대로 이어질 것이며, 반대로 건강보험료 부담 증가라는 국민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 명백하다는 게 병협의 지적이다.

특히 가입자가 실손보험 상품 가입 시 1만원 수준의 본인부담금을 지급받는 것이 주목적이 아닌 만큼 1만원 수준의 보험금은 가입자에게 지급하지 않고, 지급대상 비용 만큼 보험료를 낮추는 방식으로 상품이 설계돼야 한다고 병협은 제안했다.

이밖에 공적보험을 운영하는 공공심사기관인 심사평가원이 민간보험사 진료비 심사를 위해 이용되는 것은 설립목적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공성을 저해할 것이란 입장이다.

이에 대해 국회 정무위원회 조용복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이 법 개정안은 실손의료보험이 보험계약 당사자 간의 법률관계에 관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보험계약 당사자가 아닌 의료기관에게 관련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이 가능하다”며 “요양기관에게 그 본연의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민간보험계약 관련 사항에 법적인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인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수석전문위원은 또 전자적 전송에 따라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커지고, 정보 유출 시 그 책임 소재 관련 분쟁 발생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금융위원회는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를 충분히 거친 후 입법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건복지부는 개정안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요양기관에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은 사회적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검토될 필요가 있고, 특히 요양기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조 수석전문위원은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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