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피해구제법 제정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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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피해구제법 제정 추진
  • 정은주
  • 승인 2005.11.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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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무과실 입증, 임의적 조정전치주의 ...의료계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의사가 자신의 무과실을 입증하고, 무과실 의료사고에선 국가가 재정을 부담해 기금에서 이를 보상하도록 한 의료분쟁조정법이 또다시 제정절차를 밟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이번 법안은 시민단체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법안의 명칭부터 의료분쟁조정법이 아닌 ‘의료사고 예방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로 의료소비자의 권익보호에 초점을 맞췄으며, 내용에 있어서도 의료인의 무과실 증명, 임의적 조정전치주의, 의료인을 소수만 참여하도록 한 의료사고피해구제위원회 구성 등 의료계의 입장과는 상반된 입장을 취하고 있어 출발부터 우려를 낳고 있다.

제정안을 준비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이기우 의원은 11월 4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의료사고 예방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한 입법 공청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제정안을 설명한 뒤 시민단체와 정부, 의료계의 입장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기우 의원은 법안설명에 앞서 “법안명칭을 두고 의료사고라는 표현은 의료과오로 판단될 우려가 있고, 손해배상책임이 없는 경우에도 환자에게 시혜적 조치를 취해준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는 의료계의 의견도 있었으나 의료사고 예방이 우선적 목적에 있는 만큼 기존의 의료분쟁조정법보다 의료사고예방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로 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의료인이 자신의 잘못이 없다는 무과실을 증명해야 한다. 일반적인 민법원칙은 피해자가가 자신의 피해를 입증해야 하지만 의료행위의 전문성과 특수성, 불가항력적 결과발생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의료인이 자신의 무과실을 입증하는 게 소송경제상 적절하다는 것이다.

무과실의료사고 보상제도와 관련해선 보건의료인의 무과실이 입증되고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로 판명될 경우 3천만원 한도로 보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때 보상기금은 국가가 재원을 부담하도록 했다.

의료사고 피해구제위원회는 법관이나 검사, 변호사 자격을 가진 공익대표 3인, 소비자대표 3인, 보건의료계 대표 3인 등 총 9인으로 구성하도록 명시했다.

의료인의 형사처벌 특례규정은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는 의료행위, 무자격자로 하여금 의료행위 등을 하게 하거나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를 하게 한 경우 등 9가지 중과실을 규정하고 이외의 것은 경과실로 판단하기로 했다. 종합보험에 가입했다면 9가지의 중과실을 제외한 과실치상의 경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게 된다.

의료계와 시민단체가 의견조율이 어려운 조정전치주의 경우, 의료사고 피해자자가 조정절차를 꼭 거치지 않아도 되도록 한 임의적 조정전치주의를 채택했다.

▣정부, ‘소비자에 편향된 시각’ 지적▣
이기우 의원이 마련한 의료사고 예방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을 두고 보건복지부도 소비자에 편향된 시각을 지적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입법공청회에서 임종규 복지부 의료정책팀장은 “법안명칭을 보면, 의료사고로 인해 환자가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에 대해 이를 구제해야 한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며 “소비자에 편향돼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사고로 인한 분쟁에 대해 공정하고 신속하게, 정확한 해결을 기대하고 있는 만큼 법 명칭도 중립적 용어를 사용해 ‘의료사고 예방 및 분쟁조정에 관한 법률’로 하는 것이 적당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임 팀장은 입증책임의 전환과 무과실의료사고 보상제도 도입, 경미한 과실에 대한 형사처벌특례, 임의적 조정전치주의 채택 등의 쟁점에 있어선 이기우 의원의 입법안에 동의했다.
다만 무과실의료사고 보상제도의 경우 무과실의료사고의 범위를 환자의 특이체질 또는 과민반응으로 인해 발생한 의료사고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보상기금은 국가책임으로 조성하되 기금재원부담은 보험사업자가 사회적 합의에 의해 마련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위원회 구성과 관련해선 의료계 대표를 3인으로 할 경우 의료공급자의 반대가 우려되므로 조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으며, 전문위원회 구성은 15인 이내로 하되 위원장이 의료분쟁의 사안에 따라 구성하도록 탄력성을 부여할 것을 제안했다.

▣병원계, ‘2중 쟁송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필요적 조정전치주의 도입돼야’▣
병원계 대표로 참석한 유희탁 대한병원협회 법제위원장은 이번 제정방향은 지금까지 입법추진 안 중에서 어떤 면에서는 가장 후퇴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유 위원장은 “조정전치주의를 선택적으로 둘 경우 환자들이 조정제도를 무시하고 조정제도와 소송을 동시에 제기해 당초 목표했던 의료분쟁 조정 기능이 퇴색할 가능성이 크고, 2중 쟁송으로 사회적 비용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 구성에 대해선 전문가인 의료계의 위원수가 적어도 과반수는 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형사처벌 특례규정과 관련해선 방어진료나 과잉검사, 위험환자의 기피 등을 방지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규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업무상과실치상의 경우 중과실을 제외하고는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으며, 종합보험 또는 종합공제에 가입한 상태면 피해자의 처벌의사와 관계없이 공소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특례규정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증책임 전환규정을 두고선, 환자의 협조없이 의료기관이 입증불능의 사유가 있을 경우 입증이 되지 않았다고 배상책임을 지게 된다면 의료인의 적극 진료를 지양하고 방어진료를 유도하는 폐단을 가져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외에도 유 위원장은 의료사고배상책임의 주체를 보건의료기관 개설자는 물론 의료인도 포함돼야 하며, 보험가입도 의료기관과 의료인이 각각 가입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며, 의료배상책임보험료를 의료수가에 포함하고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의료시설 파괴나 진료방해 행위를 할 수 없도록 법적으로 금지하는 한편 제3자가 개입할 수 없도록 법에 명시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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