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협, 조정절차 불응 사유 서면통보 의무화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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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협, 조정절차 불응 사유 서면통보 의무화 반대
  • 윤종원 기자
  • 승인 2018.08.29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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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결정의 원리' 훼손 및 의료중재원 일부 형해화 우려
피신청인에 과중한 업무 부과, 균형 잃는 입법적 조치

대한병원협회(회장 임영진)는 의료기관이 조정신청에 불응하는 사유를 서면 제출하게 하는 의료법 개정안(김상희 의원 대표발의)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개정안의 취지가 '의료행위 상의 과실이 없었음을 스스로 입증해 서면으로 설명하라'는 취지와 절차이기 때문이다. 

병원협회는 피신청인이 본인 과실의 존부와 정도를 주장·설득하는 것이 조정절차나 재판의 개시 이후에 진행하는 것으로 절차 참여 여부 결정을 표명해야 하는 타당성으로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조정은 대체적으로 분쟁해결제도(ADR) 중 하나로 당사자의 자율적 의사와 합의에 기반한 절차 시작, 조정결정에 대한 동의(효력발생) 등 절차의 시작부터 끝까지 ‘당사자 자발성의 법리(자기결정의 원리)’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돼야 하며, 이는 대부분의 유럽연합 회원국에서 조정절차  개시요건 등에 반영돼 있다.

‘자기결정의 원리’는 조정절차 참여 여부에 대한 ‘외견상의 의사표시’ 뿐 아니라, 그 참여 여부에 대한 사유 역시 내면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긴다는 점이 전제된 것이다.

피신청인의 불참여 의사가 있더라도 그 사유를 묻지 않는 것은 절차 참여 여부를 당사자 내심의 의사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결정하는 것이 제도의 본질과 효과에 있어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병원협회는 “개정안이 막연히 조정절차 개시에 대한 불응사유를 서면 통보하도록 의무를 부과해 당사자의 참여의사가 없더라도 ‘조정절차의 진행과정’에서 감정부 및 조정부 등에 의해 비로소 알 수 있게 되는 정보를 스스로 사전 진술하도록 강요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정절차 불응사유의 기재를 강요하는 것은 조정제도의 본질인 자기결정의 원리를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으며, 의료중재원에 의해 조정절차가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피신청인도 알지 못하는 관련 주장이나 정보 등을 밝히게 함으로써 의료중재원의 조정절차마저 일부 형해화 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료기관 측이 분쟁의 원인이 된 사건에 대해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어 불응사유를 밝혀야 한다는 또 다른 제안이유에 대해서도 의료행위에 대한 모든 자료와 정보는 환자 등의 열람·사본교부가 가능한 점을 들어 정보의 보유권한에 대한 객관적 요건에 차별이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개정안이 피신청인에 대해서만 과중한 업무를 부과하고, 그 정보를 취득한 신청인으로 하여금 대응방안 선택에 참고하도록 하는 등 당사자 간 균형을 잃은 입법적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의료분쟁은 신청인과 피신청인 간에 과실여부가 다투어지는 쟁점의 유무나 정도에 대해 상당한 시각 차이와 견해 대립이 존재한다.

신청인의 조정신청이라는 간단한 행위만으로 피신청인이 생각하는 ‘모든 거절사유’를 스스로 설명 또는 입증하도록 하고 있어 신청인이 원하는 사항에 대한 답변을 얻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병원협회는 “조정절차 시작 등에 당사자 자율성을 존중하는 국외 사례에 있어서도 유럽연합조정지침, 프랑스, 독일 및 미국의 경우 개정안과 같이 피신청인의 절차 참여 불응 사유 서면통지 조항은 없는 것으로 보이며 필요시 보다 개별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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