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분야 규제완화 의료비 급증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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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분야 규제완화 의료비 급증 제기
  • 오민호 기자
  • 승인 2018.08.27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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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산병협력단 허용…병원 영리병원화
복지부, 보건의료 규제완화 의료영리화 아냐
최근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 규제완화 정책 움직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이전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된 의료민영화 정책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산병(산업체-병원)협력단’ 및 ‘기술지주회사’ 허용에 대해 비영리병원을 영리병원으로 만드는 방법중 하나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8월27일 주최한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 혁신성장론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보건의료분야 규제완화 정책에 반대의 입장을 나타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정부의 보건의료분야 규제완화는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업을 위한 것이라며 ‘산병협력단’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현재 의료법상 병원은 비영리기관으로 자본이 직접 투자하고 이윤 배당을 받을 수가 없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이를 허용하는 것이 산병협력단(기술지주회사)으로 병원이 직접 창업이 가능해 비영리병원을 영리병원으로 만드는 방법중 하나로 보고 있다.

정형준 실장은 “상식적으로 병원이 장비와 약품, 건강식품 등을 개발, 공급하는 자회사를 가지고 병원 자산이 투자자에게 개방되는 영리병원화가 될 뿐 아니라 병원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과잉 검사와 과잉진료가 벌어질 수 있다”면서 “의료비가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상업연계 연구를 병원에서 하게 되면 기술발전단계의 중간단계 연구는 건너뛰고 최종상업생산물에 집중하게 돼 제대로 된 연구를 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 △상업연계 연구는 병원의 영리화, 진료왜곡, 치료의학 매몰을 더욱 부추길 수 밖에 없다는 점 △산병연계로 병원의 부익부 빈익빈 심화로 결국 의료불평등을 더욱 양산할 것이고 현재의 대형병원화를 더욱 촉발 시킨다는 점△연구자(의사)가 상업특허에 매몰될 경우 공익적 병원기능 축소 등과 같은 병원기능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꼽았다.

게다가 정 실장은 “산학협력을 통한 제약기업과 의료기기산업체들이 객관적인 임상시험의 연구결과를 왜곡시킬 수 있고 여기에 시험을 수행하는 의사들에게 직접적인 이윤배당이 지불될 경우 연구를 의뢰한 기업체의 약제나 의료기기의 연구 결과를 기업에 유리하도록 조작할 수도 있다”면서 “이미 미국의 의과대학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고 무수한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방향대로라면 최소한의 안전성을 확실히 평가했더라도 앞으로 국민들은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하고 의료진은 효과가 불분명한 신의료기술(기기)를 사용하게 될 것이며 병원은 혁신적 의료기기 등을 생산하기 위해 더욱 영리화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규제완화 정책이 건강보험에 미치는 영향도 문제로 제기됐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예비급여가 비용-효과성을 근간으로 한 전통적인 급여진입 경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혁신·첨단 의료기술이 이 경로를 이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대표는 “예비급여의 단점은 건강 통제가 아닌 기관 단위 청구경향 심사 방식으로 횟수, 사용량 증가를 통제하기 어렵다”며 “재평가를 시행한다고는 하지만 근거창출에 실패했을 경우 퇴출기전이 명확하지 않고 환자부담이 기존 법정급여에 비해 매우 높고(50%, 80%, 90%) 본인부담 상한제 적용 대상도 아니라”고 말했다.

정부가 제시하는 ‘혁신·첨단’ 의료기술은 반드시 환자에게 필수적인 의료기술(의학적 필수성)이라고 보기 어렵고 기존 기술을 대체할 만큼 임상적 효과가 혁신적이라고 볼만한 근거도 부재하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이런 기술이 건강보험에 대거 진입할 경우 재정운영에 대한 악영향뿐만 아니라 환자부담도 가중된다는 점에서 문제”라며 “특히 사용량 증가 등 남용문제를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이같은 반대의 목소리가 더 컸다.

최규진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해외의 경우 오히려 의료기기 전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을 비난했다.

최 교수는 “유럽의 경우 오히려 의료기기 전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발표처럼 의료기기 규제완화를 지금보다 더 완화한다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을 역행하는 것으로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의료기기 규제완화 조치는 국내용에 머무는 허술한 의료기기 난립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며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과 경제적인 부담(비용대비 효과성의 측면에서)을 국민들이 감수해야 한다”고 반대했다.

문재인 정부의 산·병·연 협력체계도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다수의 노벨상을 배출하고 첨단의학을 선도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상당히 엄격한 기준하에 연구중심병원을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일본은 상업적인 변질을 우려해 대부분 국립대학 병원들에 한정해 적용하고 있다”며 “그만큼 연구능력을 철저히 검증하고 ‘산업’이라는 이름하에 의학 연구 영역의 상업화를 경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진현 사회진보연대 정책교육국장은 보건의료 규제완화가 의료비 증가로 귀결될 것이고 예비급여는 신의료기기를 건강보험재정으로 지원해주는 경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보건의료분야 혁신성장 정책이 오히려 주식시장 거품 형성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이러한 비난에 정부는 보건의료 규제완화가 결코 의료영리화는 아니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나섰다.

신준수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정책과장은 “체외진단기기와 관련된 별도의 법안은 유럽에서는 별도로 제정해서 추진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체외진단기기법을 말하는데 실제로 의약품과 의료기기 중간 영역이라 별도 법안을 통해서 안전성을 강화하고 평가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업체가 제품화를 신속히 할 수 있고 혁신기기가 환자치료에 신속히 사용될 수 있도록 우선심사를 하고 심사기준은 그대로 유지하되 혁신기기가 조금 더 빨리 도입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측면에서 법안을 실제 여야가 공동으로 발의해서 진행중에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 내용에는 규제강화와 합리적인 개선안이 포함되어 있다”며 “규제를 강화하고 개선하는 방안은 입법절차를 통해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임숙영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과장은 “이번에 산병협력단은 기존 산학협력단이 병원까지 도달하지 못한다는 안타까운 현실이 있다”며 “산학협력단이 모든 분야를 포함하다 보니 의료서비스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임 과장은 이어 “산학협력단이 학교산하에 있다 보니 연구개발로 인한 수익이 병원으로 가지 않고, 병원투자 연구개발 결과가 나왔음에도 수익은 학교에 들어가는 기형적인 구조로 돼 있어 병원에서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싶어도 강화하기 어렵다”면서 “산학협력단과 동일한 형태지만 병원에 대한 연구개발 활성화를 위한 것이지 영리화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회사를 만든다고 학교가 영리화되지 않듯이 병원도 마찬가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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