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과 병원인의 병원신문 최종편집2023-02-03 17:09 (금)
[기고]문케어 시대의 중소병원 경영전략
상태바
[기고]문케어 시대의 중소병원 경영전략
  • 병원신문
  • 승인 2018.07.20 10: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개성 엘리오 앤 컴퍼니 대표
▲ 박개성 대표
차라리 팔고 싶다

20년 동안의 주요 프로젝트는 대학병원과 잘 나가는 전문병원이나 종합병원이었다. 하지만 2, 3년 전부터 심각한 경영 위기가 도래한 중소병원 경영자의 발걸음이 부쩍 늘어났다. 아무래도 살 길이 보이지 않는다며, 병원을 팔아 달라는 요청도 급격히 늘고 있다. 급여가 제 때 나가지 못할 정도로 수지가 악화된 병원, 수익이 높은 의사에게 경영진이 끌려다니는 병원, 봉직의들이 병원 앞에 공동개원을 하여 환자가 급락한 병원, 자금관리가 엉망이라 언제 부도가 날지 모르는 병원, 경영진이 의사결정을 자주 번복하여 불신이 팽배한 병원, 직원에게 약점이 잡혀 곤경에 빠진 병원, 뭐를 하려고 해도 일할만한 직원이 없는 병원, 터무니없이 높은 급여체계를 가지고 있는 병원, 의사의 성과와 역행하는 급여구조를 가지고 있는 병원, 이직률이 30%가 넘어 365일 사람 뽑느라 정신없는 병원...이와 같은 증상이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도 하고, 차마 지면에 소개하지 못할 사연을 가진 병원들도 많다.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쌓일 정도이니 병원장은 물론 병원의 구성원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환자들의 눈높이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의료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인증제도는 각종 시설에 대한 신규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수술방이나 병실의 평수를 늘려야 하고, 이런 저런 시설들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충족하려면 다‘돈’이 드는데, 여력은 없고 자금조달은 각종 규제로 막혀있다. 이제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에서 30분 내에 대학 병원에 도달하지 못할 곳은 없다. 정부는 지역별로 암센터, 심혈관센터, 응급의료센터 등 각종 센터 구축을 위해서 적게는 십억원 단위에서 많게는 백억원 단위의 지원을 대학병원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의료질 평가 지원금도 대형병원에 쏠려있다. 이와 같이 대학병원과 중소병원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중소병원은 생존조차 장담하기 어렵다.

문케어는 중소병원의 경영난을 가중할 것

현 정부가 추진하는 문재인 케어는 중소병원을 더욱 어렵게 할 전망이다. 문케어의 핵심은 보장성 강화다.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내포하고 있지만 이를 반대하기란 쉽지 않다. 돈이 없어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은 없도록 하자는 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에서 경험 많은 의사들이 받고 있는 특진비를 폐지하고, 비급여 검사나 2,3인실 병실 차등료도 급여화한다. 그래서 환자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정책은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대학병원과 중소병원의 진료비 격차를 현저히 줄이게 되어 환자들은 대형병원으로 몰릴 것이다. 호텔과 모텔의 가격이 비슷해진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호텔을 이용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게다가 간병비의 부담을 줄이겠다고 도입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가뜩이나 부족한 간호 인력을 대형병원으로 더욱 집중시켜 중소병원의 구인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미 많은 중소병원에서는 간호 인력이 없어 병상을 운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중소병원들은 상황이 악화될수록 안간힘을 써보지만, 이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중소병원의 경영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를 대처할 우수인재나 경영시스템을 갖추는 데는 소홀히 하였기에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문케어의 시대를 맞아 경영환경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 자명한데도 이에 대해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중소병원의 혁신을 위한 3가지 기본과제

막다른 골목에 이른 중소병원의 경영진들은 매일 출구전략을 고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의료법인은 법적으로 퇴로가 막혀있고, 개인병원들은 가격을 낮추어도 매수자를 찾기가 어렵다. 팔수도 없다면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데, 그 길은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이 좁기만하다. 하지만 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병원의 현실과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진단하고, 중장기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여 구성원의 공감대를 이루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흔히 병원은 자신의 문제를 잘 알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 원인분석은 피상적이고 대안은 막연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피상적인 원인분석은 잘못된 결정을 초래하고, 막연한 대안은 적절한 실행을 저해한다. 그래서 특정 병원이 처한 환경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문제점에 냉철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대안을 수립하고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을 때 제대로 된 변화를 위한 준비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전략을 수립하고 점검하는 작업을 매년 정기적으로 해야 한다.

둘째, 진료과에 대한 과감한 조정을 통하여 특정 전문 분야에 있어서는 대학병원에 못지 않은 품질의 진료를 제공해야 한다. 대부분의 진료과가 2인 이내의 의사로 구성된 경우 의료진의 이직은 해당 진료과의 진료 중단을 의미하게 되어, 병원은 늘 ‘을’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 뿐만 아니라 교체가 잦거나 2인 이내의 의사가 담당하는 진료과에서 높은 의료 품질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특화할 영역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의료진을 구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봉직의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장기 계약과 함께 성과급의 운용을 통해서 노력과 성과를 인정해주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의료진에 대한 이력 관리를 지원하고, 이들의 장점을 구성원과 환자들에게 잘 알려야 한다. 의료와 관련된 마케팅은 모두 내부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먼저 병원 직원들이 내 가족을 맡기지 못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찾아오기를 바랄 수 없기 때문이다. 병원의 의사가 가족을 데려와 그 병원의 동료 의사에게 수술을 받게 하고, 의사의 시술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는 수술방의 간호사가 부모님을 모셔와 수술을 받을 때, 구성원들은 스스로 병원의 홍보대사가 된다. 의사들의 실력을 신뢰하는 직원이 직접 추천하는 힘은 SNS 마케팅을 비롯한 어떤 광고보다 강력하다. 공통적으로 해야할 대표적인 전략과제만 언급하였지만, 일반화하여 말하기에는 병원마다 실제로 해결해야 할 숙제는 다르다.

최적화된 전략과 실행력이 성과를 좌우

중소병원이라고 묶어서 말하지만, 개별 병원이 처해 있는 환경이나 역량은 완전히 다르다. 중소병원은 경영전문가들이 전략을 수립하거나 자문을 해준다고 해도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전략도 실행력이 뒷받침해줘야 의도한 성과를 낼 수 있는데, 대부분의 중소병원은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경험과 역량을 갖춘 인재를 가진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소병원은 대학병원과 같이 특정 목적의 프로젝트가 아닌, 전반적인 전략 수립과 실행을 장기간 함께 하는 방식(협력경영)을 택할 때 획기적인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병원의 상황이 바뀌면 수시로 전략을 보완하고 실행방법을 수정해야 한다. 그리고 병원에 따라 전략과제는 비슷하게 보여도 구체적인 내용은 달라야 하고, 다를 수밖에 없다. 성과급등 동기부여제도도 의료진의 타병원 대비 급여수준에 따라 도입방식이 달라야 하고, 전문화 해야 할 영역도 지역과 경쟁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심지어 이사장을 비롯한 경영자의 철학과 비전, 평판, 역량, 성품에 따라서도 전략과 실행방식이 달라야 한다. 마치 같은 질환이라고 해도 환자의 병기, 체질, 가족력, 체중 등에 따라서 처방이나 수술 방법이 다르고 환자들의 의지에 따라 치료 성과가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동냥으로 잘한다는 병원의 경영방식을 그대로 따라하다가 의도한 효과는 커녕 부작용이 더 큰 경우가 적지않다. 경영진은 자신의 병원에 최적화된 전략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와 아울러 병원 내에 경영의 실행력을 확보할 수 있는 인력을 육성하는 데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전략의 디테일을 완성하고 병원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도 결국 경영을 담당하고 있는 인재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중소병원, 환자가 선택해야 할 이유를 증명하라

전국에 산재하는 중소병원들은 의료전달체계의 허리이며, 지역의 대표기업들 못지않게 일자리 창출에 막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지원은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앞으로 중소병원에게 더욱 불리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고객 기대 수준은 더 높아지고, 기술과 장비의 발달에 따라 투자 규모가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중소병원의 의사와 간호사 수급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물론 중소병원에 불리한 정책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되겠지만, 정책 환경이 나아져 병원경영이 좋아질 것을 기대하는 것은 부질없는 바람일 것이다.

결국 중소병원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동급 병원과의 경쟁은 물론 대학병원과의 경쟁에서도 선택받을 이유가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중소병원의 경영자가 환자들이 대학병원을 찾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면, 그 병원의 미래는 없다.

‘환자가 왜 우리병원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잊지 말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의 경영 방식이었던 ‘최선을 다하다보면 되겠지 식의 사고’를 과감히 버리고, 자신의 병원에 최적화된 차별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신속히 실행해야 한다. 중소병원의 가장 큰 장점은 ‘기민함’이며, 전략의 성과는 속도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