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보건의료서비스 탈수용화에 민간 역할 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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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보건의료서비스 탈수용화에 민간 역할 모호
  • 오민호 기자
  • 승인 2018.03.23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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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탈수용화 정책 맞춰 질 평가 및 의료기관 지불 연동
복지부, 대만의 Halfway House와 같은 ‘중간 집’ 도입

세계 주요 국가들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정신보건의료서비스 정책 방향을 ‘탈수용화’에 맞추고 있지만 정작 이를 책임지고 있는 국내 민간의료기관에 대한 명확한 역할에 대한 논의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은 3월21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환자 중심의 정신보건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어 국내·외 ‘탈수용화’ 정신보건의료서비스 정책을 비교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날 ‘정신의료기관의 정신보건의료서비스 강화방안 연구’를 주제로 발표한 김소윤 연세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의료법윤리학과장은 현재 대한민국의 정신보건의료서비스가 ‘탈수용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를 책임지는 민간의료기관에 대해서는 별다른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김 학과장은 정신의료기관 간의 △모호한 역할 △다양하고 전문화된 서비스의 부족 △의료급여에 대한 형평성 문제 등을 한계점이자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일본, 미국, 호주 등 선진국이 펼치고 있는 ‘탈수용화’ 정책이 국내와 무엇이 다른지를 소개했다.

일본은 최근 지역사회 중심으로 치료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으며 초기 치료에 서비스 강도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입원체계가 설정되고 있다.

다양한 서비스를 시행해 정신질환자의 지역 정착 촉진을 돕기 위한 다학제 전담팀을 구성하고 재택의료평가(중증 정신질환자 조기집중지원관리)를 시행하는 등 질 관리 체계가 효과적으로 구축됐다는 것.

또 우리나라의 의료급여와 유사한 미국 ‘메디케이드’의 경우, 최저의 정신건강서비스에 해당하지만 국내 정신건강서비스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은 정신과 입원시설에 대한 ‘질 보고 프로그램(Inpatient Psychiatric Facility Quality Reporting)’을 통해 서비스 질 평가와 의료기관에 대한 지불이 연동되고 있다.

호주 역시 전문적인 치료서비스는 의료기관에서 제공하나 지역사회 센터 등의 연계 기관과의 업무가 명확하게 구분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연령에 따라 아동 및 청소년, 성인, 노인으로 구분하고 중증도에 따른 다양한 단계별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서비스의 당사자인 정신질환자나 가족들을 정신건강 관련 기관에서 고용하거나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정책 결정과정 및 서비스 제공과정에 참여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김 학과장은 “대만은 일본과 유사하게 다양한 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특징적인 부분은 ‘위기개입’ 팀을 운영해 정신과 홈케어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면서 “서비스 질에 대한 평가체계를 갖고 있으며 미국처럼 의료기관에 대한 지불체계도 연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는 우리나라와 국민소득 및 생활수준은 유사하지만 정신보건의료서비스에서 선진화된 정책들을 선보이고 있는 대만 전 보건복지부 정신국장 ‘Happy Tan(MD, 대만국립정신보건병원장 등 역임, 이하 해피 탄)’ 이 참여해 대만의 ‘탈수용화’ 정책을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무엇보다도 국가에서 책임지는 의료의 비중이 대한민국과 매우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만은 전체 국·공립 의료기관이 3분의 2, 민간 의료기관이 3분의 1로 국·공립 병원 대부분은 도심과 지역사회 가까이에서 1차 치료를 책임지고 민간 의료기관은 오히려 지역사회와는 거리가 먼 곳에서 위치해 치료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강제입원 비율은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이고 월 6일의 자유 외출과 외박을 권장하는 등 병원을 격리시설로 인식하는 국내와는 차이가 있다는 것.

해피 탄은 “정신병원에서 사회로 복귀하기 전에 거쳐가는 중간 지점인 ‘Half way House’는 단순한 주거시설이 아니라 직업재활프로그램을 통해 정신질환자의 독립생활 기능을 향상시키는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우리나라는 정신의료기관에서 퇴원해 지역사회로의 복귀전까지 단기간 재활훈련을 통해 집 혹은 주거시설로 연계하는 시스템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대만은 체계적인 직업훈련을 통해 사회적 능력 배양을 중점적으로 실시한다는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실제로 대만은 개별 맞춤형의 작업치료사를 통한 직업재활훈련과 상품제조 및 판매 등의 실제적인 경험을 지속시켜 정신질환자의 취업률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피 탄은 “2015년 기준 급성 병상 7천387명, 만성병동 1만3854명, Halfway House 5천519명, Nursing home 3천494명 등 기능에 따라서 보험수가가 다르다”며 “한국도 정신질환자에 있어서 급성환자와 중증환자를 구분하는 것부터 우선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토론자로 나선 보건복지부는 우리나라와 비교되는 대만의 사례에 놀라면서도 관련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사업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신하늘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사무관은 “정신의료기관에서 퇴원한 환자들이 돌아갈 곳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지만 대만은 중간 지점 개념인 ‘Halfway House’가 5천500여 개에 달한다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국내는 이제야 적극적인 도입을 하려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대만의 Halfway House와 같은 ‘중간 집’의 도입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지난해부터 진행 중에 있다”며 “예산을 확보해 사업이 실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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