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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인증제와 의료 질 평가 <2>
구홍모 의료기관평가인증원 환자안전본부장
2018년 03월 16일 (금) 11:52:53 병원신문 webmaster@khanews.com
   
▲ 구홍모 본부장
2010년 6월 ‘의료법’개정으로 ‘의료기관 평가제도’가 ‘의료기관 인증제도’로 전환되어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 ‘의료기관 인증제도’의 목표와 과제를 기술한 보고서에 이런 내용이 있다.

‘지난 1년간 상급종합병원을 시작으로 2011년 11월 현재 99개소의 의료기관이 인증조사를 신청하여 70개소의 의료기관이 인증을 획득하였으며, 현재에도 인증조사 및 컨설팅 서비스의 신청이 계속되는 등 인증제에 대한 의료기관의 관심과 이해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추세로 볼 때 2012년에는 인증 의료기관 수가 크게 증가 할 것으로 예상되어 국민을 대상으로 의료기관 인증제도를 본격적으로 홍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까지는 주로 상급종합병원과 같은 대형병원이 인증을 받았기 때문에 의료기관 인증제도의 홍보가 자칫 대형병원으로 환자를 몰아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국민을 대상으로 홍보를 적극적으로 할 수 없었다. 그러나 2012년 6월 이후가 되면 상당수의 중소병원들도 인증에 참여할 것이기 때문에 홍보를 본격적으로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며, 이렇게 될 경우 중소병원들의 참여는 더욱 적극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그 후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출범 3년째를 맞이한 2013년, ‘의료기관 인증제도’의 발전방안을 제언한 보고서에 다음과 같은 ‘의료기관 인증제도’의 현황이 기술되어 있다.

‘첫째, 의료기관들의 인증제 참여가 저조하다. 상급종합병원과 전문병원의 경우 각각 지정 요건으로 인증을 받아야 하는 것이 필수이고, 요양병원과 정신병원의 경우 의무적으로 인증을 신청하여야 한다. 그 외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자율적으로 인증을 신청하도록 되어 있다. 그 결과 2013년 6월까지 종합병원 275개소 중 72개소, 약 1천415개소의 병원 중 25개소만이 인증을 받은 상태로, 종합병원의 70%, 병원의 97%가 인증을 받지않고 있다. 의료기관 평가의 경험이 없는 경우 의료기관 인증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설령 하고싶다고 해도 인력을 포함한 경영적 측면에서 실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므로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면 급성기병원의 자율적 인증제 참여는 여전히 한계상황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둘째, 의료기관 인증기준의 수위 및 내용의 적절성에 문제가 있다. 의료기관 평가기준과는 달리 의료기관 인증기준은 구조적인 측면은 충족하였다고 전제하고 진료과정이 환자의 안전과 의료서비스 질을 담보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수행 및 과정 중심의 평가를 기초로 의료기관 인증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2011년부터 적용된 1주기 의료기관 인증기준과 내용은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시행하되 의료기관 인증제를 처음 접하는 의료기관의 수용성을 고려하여 최소기준과 내용으로 준비하여 시작하는 것으로 많은 논의 끝에 결정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기관 인증기준의 수준과 내용은 보는 관점과 입장에 따라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다. 그러나 2주기 의료기관 인증기준의 수준과 내용은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과 환자안전이라는 측면에서는 더욱 높아지고 보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셋째, 의료기관 인증조사를 수행하는 조사위원들 간에 편차가 있다. 의료기관 인증제도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인증조사이다. 그래야만 그 인증결과를 정당화 할 수 있다. 현재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는 약 800여 명의 조사위원이 활동하고 있는데 여전히 조사위원들 간 조사결과의 편차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급성기병원의 인증조사뿐 아니라, 2013년 1월부터 시작된 요양병원의 인증조사에서 요양병원에 대한 기준의 이해도 차이와 실제 요양병원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조사위원과 요양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조사위원들 간에 견해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조사위원들 간의 조사방법과 내용의 차이를 줄이기 위하여 표준화된 조사 매뉴얼의 개발과 조사위원의 역량강화를 위한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나 이 문제가 해결되려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넷째, 의료기관 인증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인지도가 낮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의 의료기관 인증제도에 대한 인지도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조사된 바가 없다. 그러나 현재 환자나 그 가족들이 자신의 증상과 질환을 치료하기 위하여 의료기관을 선택할 때 의료기관 인증여부가 판단기준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또한 의료기관평가인증원과 정부 입장에서 최근까지 인증을 받은 의료기관들이 상급종합병원과 대형종합병원으로 이미 국민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병원들이 대부분이므로 이러한 병원들을 통해서 의료기관 인증제도를 홍보하기에는 명분이 부족하였다. 그러나 국비로 진행되고 있는 요양병원과 정신병원의 인증을 시작으로 국민들에게 의료기관 인증제도란 무엇인지, 의료기관 인증을 받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의료기관을 선택할 때 인증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왜 필요한지를 알리고 현명하게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인 홍보와 정보제공이 필요하다.’

상기에서 언급한 두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기관 인증제도’ 시행 초기에 가졌던 미래 청사진은 바람대로 실현되지 않았고, 오히려 여러 한계상황이 드러나면서 최근 발생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 등 사회적 이슈가 되는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의료기관 인증제도’ 무용론이 언급되
었다.

현재 ‘의료기관 인증제도’ 무용론에서 주로 언급되는 문제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첫째, 의료기관 인증제도의 저조한 참여율이다. 요양병원과 정신병원의 의무 신청과 달리, 급성기병원 등은 자율적으로 신청할 수 있다. 2018년 1월말 기준으로 급성기병원 총 1천765개소 중 369개소(20.9%)만이 인증을 신청하였고, 특히 병원은 총 1천421개소 중 141개소(9.9%)만이 인증을 신청하였다. 상급종합병원, 수련병원, 연구중심병원, 전문병원 등 의료기관 인증이 지정 필수요건인 곳을 제외하면 급성기 병원의 인증 신청은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특히 수련병원 지정 요건으로도 포함되지 않은 치과병원과 한방병원의 경우, 치과병원은 총 229개소 중 16개소(7.0%), 한방병원은 총 307개소 중 26개소(8.5%)만이 인증을 신청하였다.

둘째, 의료기관 인증제도를 포함하여 수많은 의료기관 대상 평가제도로 인해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피로감이 상당하여, 의료기관이 인증 및 평가조사를 받을 당시에만 임시적으로 대응하고 그 후에는 원래대로 돌아가는 반짝효과를 보이고 있고, 이로 인해 인증 의료기관에서 환자안전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셋째, 의료기관 인증기준의 수준과 변별력이 낮아 환자안전과 의료의 질이 담보가 되지 않고, 오히려 요양병원과 정신병원의 경우 인증기준이 해당 현실에 맞지 않아 의료기관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넷째, 의료기관 인증 조사위원의 조사결과에 편차가 있는 등 객관성이 부족하여 신뢰성이 떨어진다.

다섯째, 의료기관 인증결과를 최소한으로 공개하고 있어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지 못함으로써 의료기관 인증이 의료기관 선택시 중요 참고사항이 되지 못한다.

여섯째,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협회, 대한치과병원협회, 대한한방병원협회 등 공급자 중심으로 설립된 민간기구이기 때문에 공정성과 사회적 책임성이 부족하다.

이토록 ‘의료기관 평가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시행된 ‘의료기관 인증제도’가 유사한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받고 있는 것은 왜일까?

이렇게 제기되는 문제점의 진위(眞僞) 여부와 개선 및 발전방안에 대한 제언에 앞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의료법’ 제58조에 명시된 ‘의료기관 인증제도’의 목적인 의료 질 향상과 환자안전에 대해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의료 질 관리는 의료비용의 급격한 상승, 의료기관 간 경쟁 심화, 소비자 기대 수준 상승, 의료기관의 외부 평가의 강화 및 지불제도의 변화 등 의료 환경의 경쟁적 체계를 극복하고자 질(Quality)을 강조하는 산업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품질 또는 질(Quality)이란 제품의 유용성을 정하여 주는 특성으로 과거에는 제품을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는 유용성이 강조가 되었으나,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유용성이 강조되었다. 즉, 품질은 고객만족(Customer Satisfaction)의 정도를 나타내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총체적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보건의료에 투영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의료기관과 병상수의 증가와 의료인력을 비롯한 의료자원의 양적 팽창은 의료기관 간의 경쟁을 불가피하게 했고, 이는 전통적인 공급자 중심의 보건의료시스템을 소비자 중심의 보건의료시스템으로 바뀌게 했다. 또한 한정된 의료자원의 범위 내에서 최상의 효과를 보여주기 위해서 효율성이 강조되었다.

의료의 질에서 비용과 관련된 주요 개념 중 하나가‘수준 이하의 질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Cost of poor quality, COPQ)’이다. William E. Deming은 실수, 태만 헛된 노력, 부적합한 체계, 미숙함 등의 질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30%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즉, 효율적인 질 관리를 통해 비용을 줄여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질 관리와 관련한 대표적인 법칙인 쥬란 법칙(1:10:100)에 따르면 ‘불량이 생길 경우 즉각 고치는 데는 1의 원가가 들지만 책임 소재나 문책 등의 이유로 이를 숨기고 그대로 내보낼 경우 10의 원가가 들며, 이것이 고객의 손에 들어가 클레임으로 되돌아오면 100의 원가가 든다.’고 설명하고 있고, 하인리히 법칙(1:29:300)에 따르면 ‘노동 재해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중상자 한 명이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이고, 또 운좋게 재난은 피했지만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상해자가 300명이 있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질 관리를 통한 질 향상 활동이 사회경제적 비용 감소로 직결된다는 것으로, 의료 질 관리를 통한 의료 질 향상은 의료기관 운영의 효율성을 가져오게 된다. 여기에 환자안전의 개념이 합쳐지면서, 의료기관은 한정된 의료자원의 범위 내에서 효율성을 추구하여 비용절감 효과를 통해 경쟁력을 갖추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되, 환자안전을 위해 환자안전사고의 예방 및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동반하여야 한다.

이는 의료기관의 생존(生存)과 같은 말이다. 그리고 매년 상당수의 환자가 환자안전사고로 위해를 입거나 사망까지 이르는 상황을 감안하면 의료 질 관리를 통한 환자안전사고의 예방 및 재발방지는 국민 안전과 사회경제적 비용 절감 측면에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당위성 또한 있다.

그렇다면 의료의 질과 환자안전의 수준을 높이고자 하는 ‘의료기관 인증제도’는 의료기관의 생존뿐만 아니라 국가 보건의료정책 측면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대두되는 ‘의료기관 인증제도’의 무용론(無用論)은 ‘의료기관 인증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기관 인증제도’ 방법론에 문제가 있기 때문은 아닐까? 1951년에 설립된 The Joint Commission(TJC) 등 국외 의료기관 인증기관과 비교되는 짧은 역사와 인적·물적 제한으로 인한 자연적 한계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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