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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전담전문의 정착을 위한 제언
이대목동병원 사태의 교훈
허대석 서울대학교병원 내과 교수
2018년 01월 19일 (금) 11:59:14 병원신문 webmaster@khanews.com
   
▲ 허대석 교수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이 2016년 9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처음 시범사업을 신청했던 36개 의료기관 중 14개 의료기관만 참여해 이 사업의 성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으나,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입원전담전문의의 역할을 정리한 논문의 결과는 대단히 고무적이다.

2014년 1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병원응급실을 통해 내과로 입원한 환자 1만9천450명의 입원기간과 응급실 체류시간을 조사해 분석한 결과,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도입이후에 재원일수가 10일에서9.1일로 줄고, 응급실을 통해 입원하는 환자들의 응급실대기 시간도 17.1시간에서 10.2시간으로 감소했다는 결과를 보여 주었다. 이외에도 여러 병원에서 다양한 입원전담전문의의 긍정적인 역할이 소개되고 있어,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시범사업에 거치지 않고 정식 의료제도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제도가 정립돼야 한다.

1. 입원환자 진료는 전문의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미국에서 입원전담전문의 (hospitalist)제도가 정착한 배경에는 환자안전 문제가 큰 영향을 미쳤다.

1984년 고열로 뉴욕 병원의 응급실을 찾은 18세의 여대생 (Libby Zion)이 전문의가 직접 환자를 보지 않고, 전공의를 통해 처방된 진통제가 평소 복용 중이던 약과 교차반응을 일으키면서 사망했다. 영향력 있는 언론인이자 변호사였던 아버지는 딸의 사망 원인을 의료사고로 단정하고 그 책임을 담당의사에게서 찾으려 법정투쟁을 시작했다.

그 후 수년에 걸친 소송기간 동안 사회의 관심을 받게 된 이 사건에서 당시 병원 수련의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많은 안전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1989년 뉴욕주는 전공의 주당 근무시간을 80시간, 연속 근무시간을 24시간으로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더 이상 전공의가 입원환자 진료를 책임질 수 없게 됐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입원환자 진료는 전문의가 책임지는 입원전담전문의제도가 정착되기 시작했다.

입원 환자는 외래 환자보다 중증도가 높은 환자이다. 입원을 하는 이유는 진단 및 치료과정에 24시간 집중 감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외래진료는 전문의가 책임을 맡고 있는 반면, 병실진료는 전공의가 일차 진료 책임을 지고 있다. 주중 낮 근무시간에는 전문의들이 병원에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험이 적으나, 야간이나 주말에는 전문의가 근무하지 않고 전공의만 병원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12월16일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4명의 신생아가 잇달아 사망한 이대목동병원 사건도 토요일이라 근무하는 전문의는 없고 수련과정에 있는 2명의 전공의(1년차, 3년차)가 126명의 입원환자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이런 인력구조로는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없다. 환자안전사고는 의료인 개인의 무지와 부주의로만 발생되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제도에 더 큰 원인이 있는 복합적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당일 근무자들에게 책임을 묻고 해당 병원에 제재를 가한다고 근본적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전체 시간 기준으로 볼 때 주중 낮 시간은 1/3에 불과하고 야간과 주말시간이 2/3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우리나라 병원들도 다른 선진국처럼 전문의를 더 고용해서 야간과 주말에 병원에 상주하는 전문의의 수를 늘려야 의료 안전사고를 줄이고 의료서비스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

2. 입원전담전문의 고용은 병원경영에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입원전담전문의가 병실에 상주하면서 입원환자 문제에 빠른 의학적 결정이 가능해지면서, 재원일수가 줄고 병상 가동율이 증가해 경영적인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명확히 입증됐다. 또, 전문의가 병실에 상주해 환자나 그 보호자와 대화하는 시간이 증가해 입원진료에 대한 만족도도 개선됐다.

또한 무엇보다 안전사고가 감소하면서 의료분쟁으로 인한 법무비용이 현저히 감소했다. 하버드대학의 연구진이 1997년부터 2011년 사이에 수집된 52만여건의 의료분쟁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내과계 입원전담전문의의 의료분쟁 발생건수는 0.52 / 100 PCYs (physician coverage years)로 입원과 외래 업무를 구분하지 않고 근무해온 다른 내과전문의의 의료분쟁 발생건수 1.91 /100 PCYs와 비교해 1/3이하로 감소함을 관찰했다. 또, 분쟁건별 비용도 38만4천617달러로 다른 내과계 전문의의 평균 비용 45만1천713달러보다 낮았다.

이 자료는 의료기관내의 입원전문의가 주말과 야간에도 근무하는 것이 환자들의 평균 재원일수를 경감시킬 뿐만 아니라 법무비용도 절감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에서는 병원경영진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도입했고, 제도의 조기정착에 크게 기여했다.

미국에서 입원전담전문의제도가 내과만큼 활성화되어 있는 진료과가 소아과이다. 세부 분과별 전문의가 외래환자를 주로 진료하고 입원환자에 대해서는 주중 낮 시간에만 병실회진을 도는 방식으로는 환자안전을 보장할 수가 없다. 소아환자는 성인보다 더욱 세심한 관찰과 빠른 대처가 요구되기에, 미국 소아과의 경우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이대목동병원 사태를 지켜보는 입장에서, 우리나라 소아과에도 입원전담전문의제도가 진작 정착됐더라면 이런 불행한 사태는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3. 필수의료, 건강보험 수가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현행 건강보험제도에서 의료기관 종별로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하루 입원료는 3~5만원 수준으로 정해져 있다. 이 중 40%가 의학관리료로 의사인력에 대한 보상이다. 입원환자 1인당 24시간 진료에 대한 의사 인건비를 약 1만2천원에서 2만원 이하로 정해놓은 현 건강보험제도 수가로는, 전문의가 주말 야간 구별 없이 24시간 상주하는 입원전담전문의를 병원에서 고용할 수 없다.

입원전담전문의는 외래 진료나 시술 등을 할 수 없고, 오직 입원환자 진료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본인의 인건비를 보상받아야하기 때문이다. 과거 그 공백을 수련과정에 있는 전공의에게 맡기고 모른 척하고 있었던 관행은 우리나라 대형병원들이 이제는 버려야 할 적폐이다.

지난 수십 년간 의료의 공공성을 명분으로 국가가 원가 이하로 통제하고 있는 건강보험수가는 의료현장에 많은 비정상적인 의료관행을 만들어 왔다. 대부분의 병원들이 병상수와 비급여 진료행위를 늘리는데만 주력하고 있을 뿐, 안전한 진료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력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다. 야간이나 휴일 당직은 수련과정의 젊은 의사 즉, 전공의들이 주당 100시간 이상을 근무하면서 전담해 왔다. 그러나 현재는 전공의특별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전공의 인력에 더이상 의존할 수 없게 됐다. 전공의특별법 실시로 발생한 인력부족을 메꾸지 위한 임시방편이 아닌, 환자안전을 위해 전문의가 병실에 상주하는 제도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변화된 근무환경에 맞게 건강보험수가 체계가 조정돼야 한다.

취업하지 못하고 있는 전문의 인력이 넘쳐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교육자인 전공의들의 초과근무에 의존해 원가 이하의 수가를 겨우 극복해왔던 병원들은 건강보험의 수가구조 개혁 없이는 추가적으로 전문의를 더 고용할 여력이 없다. 환자안전을 생각한다면, 입원전담전문의가 입원환자를 책임진다는 것을 전제로 입원료에 대한 수가를 다시 산정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해야한다. 지금은 입원전담전문의에 대한 인건비를 시범사업차원에서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의료제도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입원환자 진료에 대한 수가를 전문의와 충분한 간호인력이 상주하는 것을 전제로 재산정해야 한다.

진정으로 환자안전을 위한다면 전문의가 24시간 입원환자를 책임지게 하고, 턱없이 부족한 간호인력도 보강할 수 있도록 필수의료의 건강보험 수가를 정상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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