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신약 타그리소 약가협상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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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신약 타그리소 약가협상 ‘난감’
  • 최관식 기자
  • 승인 2017.10.1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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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신약 ‘올리타’로 대체 가능해 건보공단과의 줄다리기에서 주도권 놓쳐
다국적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의 폐암신약 타그리소의 약가협상이 보건복지부의 협상중지 명령에 따라 1주일 연기됐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10월13일 오후부터 자정까지 진행된 건강보험공단과 아스트라제네카 간의 약가협상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협상기간 연장에 따라 10월20일 재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타그리소의 최종 약가협상이 연장된 것은 ‘60일 협상원칙’이 깨진 매우 이례적인 일이어서 이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60일 협상원칙이 깨진 배경에 대해 다국적사가 협상의 우위를 점하려는 시도라는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타그리소를 대체할 국산신약인 한미약품의 올리타가 있어 외자사의 기존 협상전략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협상중지의 명확한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써는 건보공단과 아스트라제네카 간 가격 차이를 제외하고는 협상중지에 따른 특별한 사유가 없어 보인다”며 “가격을 낮춘 국산신약에 가격을 맞추라는 공단의 요구에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규정을 남용하면서까지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단과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타그리소 약값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데는 타그리소를 대체할 국산신약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말기폐암 환자의 절반 가량이 타그리소를 대체할 수 있는 올리타를 복용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더욱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이번의 공단과 아스트라제네카 간의 협상 과정을 보면 예년과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다국적제약회사들은 공단과의 협상과정에서 약값이 깎일 것을 미리 내다보고 애초부터 시장가치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주도해 왔다.

지난 2008년 백혈병치료 신약 ‘스프라이셀’ 급여가 대표적 사례다. 당시 공단은 스프라이셀 보유회사인 BMS가 제시한 약값의 80% 수준에서 급여를 최종 결정했으나, 미국에서의 판매가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환자단체의 반발을 샀었다. 이 때문에 환자단체에서는 제약회사가 처음부터 가격을 높게 제시하고 공단에서는 제약회사가 제시한 가격에서 10~20% 약값을 깎았다고 생색을 내는 협상 방식이 일반화돼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 타그리소 약가협상은 이 약제를 대체할 수 있는 약이 있다는 점에서 협상의 주도권을 공단이 갖게 됐다. 일각에서 타그리소 철수설까지 대두되고 있다.

더구나 3천800개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등 보장성을 크게 확대할 문재인케어를 성공적으로 시행해야 할 정부 입장에서도 대체 가능한 국산신약이 있는 상황에서 유사한 외국산 수입약의 약값을 더 비싸게 책정할 명분도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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