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정책에 스튜어드십 적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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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정책에 스튜어드십 적용해야
  • 최관식 기자
  • 승인 2017.06.2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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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식 원장 “효율성과 형평성 위주에서 반응성도 고려하는 정책 이뤄져야 한다” 강조
공공행정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거버넌스’에 비해 효율성뿐만 아니라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와 정책의 윤리성까지 포괄하는 거시적인 정책 수행을 의미하는 ‘스튜어드십(stewardship)’이 우리나라 의료정책에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건강복지정책연구원 이규식 원장(연세대 보건행정학과 명예교수)은 6월23일자 이슈페이퍼 ‘의료정책과 스튜어드십 확립’을 통해 우리나라 의료분야에서 스튜어드십이라는 용어조차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전통적 관료적 계층제 행정을 토대로 정책을 추진하고, 편향된 정보로 정책을 수립하며 규제를 만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우리나라 의료체계에는 장기적인 비전이 없으며 이는 장기적인 의료계획이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물론 건강수준의 향상과 건강형평성 제고라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는 건강증진계획은 있지만 여기에는 반응성이나 재정의 공정성과 같은 다른 목표를 찾아보기 어려워 이를 구체적인 의료계획이라 보기 힘들다는 게 이규식 원장의 시각이다.

또 의료계획이 없다보니 정책이 근시안적이 되는 문제가 있고, 의료정책의 대상자인 국민보다는 이해단체에 끌려다니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사례로 상병구조가 만성질환 위주로 바뀐 지 오래지만 거기에 합당한 의료체계나 의학교육의 개혁, 일차의료 의사에 대한 훈련방법의 개혁 같은 것은 의사단체의 반대로 꿈도 꾸지 못하고 있으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도 면허 간호사로만 해야 한다는 간호단체의 주장으로 진전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이에 대해 이규식 원장은 “의료정책이 국민을 위하는 것인지 이해단체를 위하는 것인지 모를 정도가 됐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1990년대 이후 유럽 국가들은 의료개혁을 통해 정부의 직접 통제 방식을 벗어나 의료서비스의 구매자(보험자)를 통해 건강성과를 향상시키거나 반응성을 제고하는 전략적 구매를 구사하고 있으나 우리는 보험료 부과방법마저 단일화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며, 의료정책을 집행하는 수단이 되는 규제도 전통적인 관료시스템에 의한 명령이나 통제에 의존함에 따라 관련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국민을 위해 만들었던 규제가 원래의 목적을 벗어나도 이를 바로 잡지 못하고 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IT기술을 바탕으로 생산되는 엄청난 정보를 의료체계 목표 달성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규식 원장은 “우리나라에서 스튜어드십의 개념은 다소 생소하더라도 의료정책이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이를 실천할 계획을 통해 의료체계의 반응성과 재정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통 행정학의 관료적 계층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드시 확립돼야 할 과제”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스튜어드십의 개념을 통해 의료체계의 관리를 정부의 명령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 관련자들의 참여 속에 도덕성을 갖춘 규제가 이뤄지고, 건강보험에서는 구매자의 전략적 구매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함으로써 과거의 효율성과 형평성 위주의 정책에서 반응성도 고려하는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최병호 서울시립대 교수(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는 지상토론을 통해 “그 동안 학계에서 그다지 논의되지 않았고 어떤 면에서는 전문가들이 논의하기를 기피하는 주제인 스튜어드십을 깊이 다룬 점에 큰 의미가 있다”며 “스튜어드십은 정부와 공공기관이 청지기(steward)의 본분에 충실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며 새정부가 보건의료체계의 거버넌스와 스튜어드십에 깊은 관심을 갖고 연구자들이 허심탄회하게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준다면 더없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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