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자단체, 수가협상방식 이제는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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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자단체, 수가협상방식 이제는 바꿔야
  • 윤종원 기자
  • 승인 2017.06.0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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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2018 수가협상, 전유형 타결됐지만 문제점은 계속
깜깜이 벤딩, 고무줄 협상시간, 데드라인 실종 등 개선 필요
2018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위한 수가협상이 지난해에 이어 전유형에서 체결됐다.

대한병원협회(회장 홍정용)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협상에서 1.7%의 수가인상률에 합의했다.

병원협회는 협상 막판 홍정용 회장이 협상장을 방문해 회원병원의 어려움을 공단에 마지막으로 호소하며 8차 협상까지 진행하고 6월1일 새벽 4시 넘어 합의에 이르렀다.

박용주 병원협회 수가협상단장은 체결 직후 브리핑을 통해 “협상과정 속에서 상호 신뢰하에 성실한 자세로 협상에 임했지만 병원계의 어려운 실정을 이해시키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고 소회를 밝혔다.

홍정용 회장은 수가협상을 마치고 ‘전국 병원장님께 드리는 글’을 통해 “인력 및 시설 투자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계신 회원병원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였으나, 기대하신 결과에 미치지 못한 것에 대해 우선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앞으로 환자에만 매진할 수 있는 진료환경을 조성해 병원경영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에 더욱 힘쓰겠다”고 전했다. 

유형별 수가인상률은 의원 3.1%, 치과 2.7%, 한의 2.9%, 약국 2.9%, 조산원 3.4%, 보건기관 2.8%로 각각 결정됐다. 모든 단체에 부대조건은 없다.

내년 의원급 초진 진찰료는 1만5천310원, 재진 1만950원이 되며, 병원은 초진 1만5천350원, 재진 1만1천130원으로 조정된다.

평균 수가인상률은 2.28%로 0.09% 줄었으며, 총 소요재정은 8천23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00억원 늘어난 규모다.

장미승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상임이사는 6월1일 오전 5시 수가협상을 마친 후 브리핑에서 “건강보험 재정의 누적흑자로 공급자들의 높은 기대감과 가입자의 재정 악화 우려 사이에서 협상시간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공급자는 메르스 등과 관련한 의료기관 시설기준 강화, 보건의료분야의 높은 인건비 증가 등 비용부담을 이유로 경영상의 어려움을 토로했으며, 공단은 건강보험 재정의 관리자로써 수가 인상률을 훨씬 뛰어넘는 진료비를 관리해 국민 부담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장 이사는 “올해 건강보험 40주년 해인만큼 2년 연속 전체 유형 타결을 위해 가입자와 재정운영위원회에서 배려했다”며 “향후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을 위해 파트너로써 상생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수가협상 결과는 6월1일 오전 8시 열리는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에 보고 후 의결됐다.

공단은 2018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 결과를 6월2일 개최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하며, 보건복지부장관은 2018년도 요양급여비용 명세를 고시하고 2018년 1월1일부터 시행한다.

◆2018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위한 협상과정

병원협회 등 6개 의약단체장은 5월10일 성상철 공단 이사장과 간담회를 개최한 후 5월16일부터 6월1일 새벽까지 협상을 진행했다.

협상전부터 지난해 진료비 증가와 관련된 통계로 인해 병원급 수가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또한 지난해 메르스로 인한 보상 차원의 대폭적인 추가재정 소요분이 책정돼 올해는 그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병원협회는 5월17일 가진 1차 협상에서 진료량은 늘었지만 비급여의 급여화 등으로 병원의 수익은 오히려 마이너스라는 점과 메르스 이후 쏟아지는 규제 등으로 감염관리 시설기준 개선과 인력확충에 따른 인건비 상승 등 비용 요인이 증가했다는 점을 주장하며 적정 수가 인상률을 요구했다.

박용주 병원협회 수가협상단장은 “환자안전과 국민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6년도에 2015년 대비 병원에서만 5만5천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져 전체적으로 15.3%의 인력이 늘었으며, 그 중 간호인력만 2만1천500여명이 신규채용이 있었다는 내용의 관련 통계를 제시했다.

병원급 의료기관의 고용형태는 정규직 비율이 89.5% 수준으로 다른 업종의 정규직 비중이 67.2%을 감안하면 양질의 일자리로 볼 수 있어 새 정부의 공약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건강보험 재정의 투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평균 임금인상률이 5.5%이지만 그 절반도 안 되는 수가인상률에 머물러 있음을 상기시켰다.  

또한 정부가 일차의료 살리기에만 집중한 나머지 2014년부터 의원과 병원의 수가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으며 병원계의 경영수지는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이다.

2017년 병원급 86.8원, 의원급 90.9원으로 매년 간극이 벌어져 종별가산을 포함해도 같은 행위에 있어 종합병원보다 의원의 진료비가 더 높다. 예로 의원급에서의 맹장수술비가 병원급보다 높다는 얘기다.

이같은 추세라면 2020년에는 의원급이 상급종합병원도 추월할 수 있다.

시설과 인력, 장비가 의원급보다 더 많이 투입되고 규제도 많은 병원이 오히려 수가 역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이란 것을 재차 강조했다.

의료인력난으로 인해 중소병원은 병상 수 감축 운영 등 병원경영의 악순환이 계속 되고 있다. 

특히 중소병원의 지난해 총진료비 증가율은 5.9%로 의원급 6.9%보다 낮았고, 전유형에서도 한방 4.1%를 제외하고 최저치다. 기관수 증가율도 1.2%에 그쳐 중소병원의 경영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한병원협회 수가협상단(박용주 상근부회장, 조한호 보험위원장, 서진수 보험부위원장, 유인상 총무부위원장)은 병원계의 어려움을 전달하는데 노력한 결과 추가 소요재정분의 40%가 넘는 1.7% 인상률을 얻게 됐다.

◆ 타 유형별 수가협상

지난해 증가율 둔화와 진료비 비중 감소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의원급은 수가협상 전부터 1순위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며 높은 기대감을 표출했다. 새 정부의 공약인 일차의료 활성화도 한몫 했다.

일각에서는 추가재정 소요분 인상으로 사상 최고치의 인상률 기록을 기대하기도 했다.

시작부터 대한의사협회는 일자리 창출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증가를 제시하며 수가인상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의원급은 진료강도나 진료량이 한계상황에 달해  환산지수 의존도가 높은 점도 강조했다.

변태섭 의협 수가협상단장은 3.1% 수가인상률에 합의를 본 후 “평균 인상률이 0.09%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수치를 지켜냈다”며 “지난해보다 추가재정분이 100억원 늘었고 다른 유형중에서 1등을 했다는데 의미를 두겠다"고 말했다.

추 회장은 “이번 수가협상 타결의 의의는 의원의 수가 인상률이 조산원을 제외한 유형에서 가장 높았을 뿐만 아니라 최근 5년 연속으로 3%대 수가 인상률을 달성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일차의료 활성화를 통한 안정적인 의료환경을 구축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어 “갈수록 척박해지는 진료환경에서 최선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시는 모든 회원님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수가협상에서 주요 5개 유형에서 3%대는 의협이 유일하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유일하게 지난해보다 높은 수치로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2.4%에서 올해 2.7%로 0.3%나 높였다.

첫 직선제 회장의 첫 작품이기도 한 이번 수가협상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평가다.

대한약사회는 최근 3년간 1위를 지켜오다 이번에 3%에 미달하는 수치와 함께 2순위로 내려앉았다.

대한한의사협회도 지난해보다 0.1% 낮은 2.9%에 계약해 다소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공급자단체들은 하나같이 매년 반복되는 협상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깜깜이 밴딩폭, 고무줄 협상시간, 데드라인 실종 등 협상에서 지양해야 할 점들을 조목조목 따지기 했고, 관련 단체에서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강한 반발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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